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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는 인텔, 그 방패가 된 울트라북

늑돌이 2011.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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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와 서버 시장에서는 승승장구하던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유독 힘을 못 쓰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과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 기기 시장이죠. 이 분야에서 인텔은 ARM 계열의 프로세서가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을 말 그대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와중에 인텔이 울트라북이라는 새로운 규격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노트북 PC 제조업체들이 대부분 참여했고, 국내외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를 진행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주 12월 14일에 기자들과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각각 행사를 가졌죠.


울트라북(UltraBook)은 무엇?


울트라북은 지난 글에서도 다룬 바 있듯이,


매우 얇고 가벼우며 부팅 및 재기동이 빠르고 배터리가 오래 가는[각주:1] 노트북 PC 제품군, 그리고 그 규격을 뜻합니다.
이 밖에도 인텔은 몇가지 특징을 더 부여했습니다.


SSD에 자주 쓰는 데이터를 담아둬서 저장장치의 체감 성능을 높이는 Intel Smart Response Technology, 전원이 꺼져있는 상태에서도 메일 등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Intel Smart Connect Technology, 부팅 시간을 줄여주는 Intel Rapid Start Technology가 있으며,


보안을 위해 각종 계정 정보를 담아두는 Intel Identity Protection Technology, 도난 당했을 때 해당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거나 추적할 수 있는 Intel Anti-Theft Technology 등의 기술이 도입되었습니다.

Intel Anti-Theft Technology 시연 장면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Ultrabook과 그 관련 기술은 사용자의 입장이 중심에 섰습니다. 얼마나 가볍고 얇은 디자인인가, 배터리는 오래 쓸 수 있는가, 체감 속도는 빠른가, 도난 당했을 때는 어떻게 할까, PC를 재기동할 때 빨리 할 수 없는가,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매번 켜서 인터넷에 접속, 확인해야 하는가 등의 실용적인, 사용자가 바로 알거나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울트라북의 특징에서 핵심이 되고 있죠.

재미있는 건 이러한 관점이 예전의 인텔에게서는 찾기 힘들었다는 점이죠. 프로세서와 칩셋을 만들어 제조사에 공급하는 인텔의 특성상 소비자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반도체 업계의 절대 강자로서의 위치 또한 그러한 입장을 고수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텔은 태도를 바꿨습니다.



공격에서 방어로 - 수성(守成)의 인텔

인텔의 태도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현재 많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과 같은 수많은 모바일 제품들 때문입니다. ARM 계열의 프로세서들은 고성능화되면서도 전력 소모면에서 여전히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전력이며, 인텔이 들고 나왔던 Meego는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와는 모든 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인텔은 그동안의 여러가지 시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시장에는 제대로 발도 담그지 못한 상황이 되었죠.

더구나 ARM 계열 제품들은 듀얼코어, 쿼드코어로 변신하면서 노트북 PC 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패드 등의 태블릿 PC들은 실제로 노트북 PC 시장을 상당 수준 잠식하고 있으며 그 진행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ARM 프로세서 기반으로 노트북 PC를 구현한 제품도 나오고 있죠. 이 시장이야 말로 말 그대로 인텔의 본진이고 이곳이 뚫리면 나중이고 뭐고 없습니다.

이때 아마도 인텔은 넷북을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넷북은 어쨌든 무척 많이 팔렸습니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죠. 노트북 PC와는 전혀 다른 플랫폼으로 가겠다는 초기 구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윈도XP를 탑재하는 10인치 이하의 미니노트북 제품군에 지나지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과 오래 가는 배터리 등의 특징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습니다[각주:2].

비 인텔 계열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들이 노트북 PC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인텔은 정말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맥북 에어가 왜 성공했는지를 살펴봤을 것입니다. 4년 반 전에 잠깐 화제가 되었던 인텔 메트로 모바일 노트북도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번에 나온 울트라북 제품군이죠. 기존의 노트북 PC 제품군이 가진 기본 사항은 건드리지 않고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잘 다듬었습니다.

HP

레노버

도시바



실제로 만나본 다양한 울트라북 제품들은 대부분 꽤 매력적입니다. 맥북 에어가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에 빼앗겼던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한번 노트북으로 데리고 올 만큼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PC 제품군이 하지 못했던 재기동시의 느린 속도나 최소한의 전력 소모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등은 누가 뭐래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연상시키는 부분이죠.

모바일 시장을 넘어 노트북 PC 시장까지 노릴 정도로 기세등등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제품군에 대하여 너희들은 한참 멀었다! 는 인텔의 사자후가 바로 울트라북인 셈입니다.



울트라북,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트라북에는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가격이 있죠. 인텔의 희망 가격은 1000달러 주변이라고 했지만 현재 나온 울트라북 제품군은 모두 1000달러를 가볍게 넘는 상황[각주:3]입니다. 넷북의 성공 요인에서 저렴한 가격을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여기에 앞에서 언급한 울트라북 관련 기술들이 기종에 따라 일부가 적용되지 않은 것도 있고 현 시점에서는 제대로 활용하기 힘든 요소들도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그리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인텔의 약점과 연관된 부분도 있습니다.


비록 이들 대부분이 시장 형성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경쟁사들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인텔의 울트라북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가격적인 면이건 기술적인 면이건 지금보다 적극적인 공세가 필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8 또한 울트라북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1. 두께는 20mm 이하, 배터리는 5시간 이상, [본문으로]
  2. 넷북의 인기는 인텔 내부에서 견제할 정도였습니다. [본문으로]
  3. 원화 가치가 낮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가슴아픈 부분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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