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편을 기록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소리를 잡아두는 녹음이라는 기술은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견한 이후 글자를 쓰는 것과 더불어 무엇인가를 남겨놓는데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수단이 되어왔다.
이는 동영상이 난무하는 21세기가 되어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만큼 이 소리를 기록하는 도구가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 단순한 녹음기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이용한 보이스 레코더라는 기기가 등장했고, 초기의 단순한 기능에서 시대가 갈수록 다재다능함을 자랑하게 되었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기기가 바로 보이스 레코더 가운데 하나인 삼성전자의 YP-VP1으로 이 제품은 기존의 평범한 보이스 레코더에서 한단계 발전, 보이스픽스(VoicePix)라는 새로운 기능을 내세우고 있다.
보이스픽스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제품은 쓸만한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 열기
이것이 VP1의 상자다. 다른 전자제품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형태의 상자다. 일반 보이스 레코더와는 달리 컬러 액정을 단 것이 눈에 띈다. 보이스 레코더에 컬러 화면이라니, 삼성전자가 괜히 돈지X을 한 것일까?
상자를 열면 VP1의 본체와 악세사리를 담은 상자가 보인다. 리뷰용으로 받은 제품은 1GB의 용량이었지만 출시 제품은 2GB와 4GB 모델만 나간다고 한다.
자, 이것이 VP1의 본체다. 크기는 34.7x109.62x15mm에 무게는 60.6g으로 손으로 쥐기도 편하고 무게도 부담없는 수준이다. 디자인은 보시다시피 무난한 편이고 색상은 검정 말고 은색도 있다고 한다.
가운데의 방향 버튼에 의해 다섯 구역으로 나뉘어 각 버튼의 위치 구분은 명확하게 되어 있으며 왼쪽-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복귀, 메뉴, 잠금, 전원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이 버튼들은 짧게/길게 누르기로 두가지 기능을 각각 수행한다.
오른쪽에서 본 모습이다. 왼쪽부터 구간 반복[A-B] 겸 삭제[DEL] 버튼, 폴더[FOLDER] 겸 북마크[B/MARK] 버튼, 녹음[REC] 버튼, 내장 마이크 구멍이 있다. 여기의 버튼들 또한 짧게 누르기와 길게 누르기로 두개의 기능을 수행한다.
왼쪽에서 본 모습이다. [인터뷰]/[회의] 가운데 한가지 모드로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고 보호 캡이 달린 USB 연결 단자가 자리잡고 있다.
윗쪽은 마이크와 이어폰 단자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렇게 보니 돼지 콧구멍 같다.
밑으로는 핸드스트랩을 걸기 위한 구멍이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지는 않지만 목걸이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
뒷면이다. VoicePix라는 로고와 함께 내장 카메라가 달려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 카메라야말로 VP1의 가장 큰 특징적인 부분이며 VP1의 VP는 VoicePix에서 나온 것이다. 보이스 레코더에 웬 카메라인지는 뒤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그 밑으로는 내장 스피커가 있어 이어폰이 없어도 소리를 바로 들어볼 수 있으며 더 아래에는 배터리를 넣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AAA형 배터리 2개가 들어간다. 이 경우 음성 녹음시는 최대 30시간까지, 음악 재생시(이어폰 기준)는 최대 50시간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VP1의 특징에는 다양한 악세사리를 기본 제공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핸드스트랩, 이어폰, 마이크, 전화 녹음용 어댑터, USB 케이블, 배터리, 오디오 연결 케이블이 있다. 다른 보이스 레코더에서는 옵션으로 구입해야 하는 다양한 악세사리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은 매우 기분좋은 일.
참고로 이 제품에 끼워주는 배터리인 벡셀은 우리나라에 남은 마지막 국산 브랜드 배터리다.
■ 화면과 기능
VP1의 화면은 128x128 해상도의 작은 액정이지만 바깥에서도 알아보기 쉽다. 모두 다섯개의 메뉴로 이뤄져 있는데 따로 설명서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단순한 편이다.
VP1의 핵심 기능인 녹음 관련 기능에 대해서 알아보자. 녹음은 어느 화면에서든 오른쪽의 [REC] 버튼을 누름으로써 시작되는데, 왼쪽의 [INTERVIEW]와 [MEETING](회의) 전환 스위치를 통해 마이크 방향에 있는 사람에 집중할 것인가, 주변 음성도 골고루 들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보이스 레코더답게 음성 녹음시에는 여러가지 옵션을 정할 수 있는데 이들을 간단히 살펴보자.
ㄱ. 녹음 품질
VP1에서 LP, SP, HQ, SHQ, UHQ까지 다섯 단계로 정할 수 있으며 기본은 SP다. 음성 녹음에는 SP로도 충분한 수준이며 음질에 따라 다음과 같은 녹음 시간이 가능하다고 한다.
ㄴ. 음성 감지 녹음(Voice Only Recording)
이 모드를 켜면 음성이 들릴 경우에만 녹음이 진행되며 음성이 없으면 녹음이 멈춘다. VOR로 화면에 표시된다.
ㄷ. 잡음 감소(Noise Reduction)
주변의 잡음을 인위적으로 감소시킨다. 모드가 작동하면 화면에 NR로 표기된다.
ㄹ. AGC(Automatic Gain Control)
입력되는 소리의 크기에 따라 마이크의 감도를 자동 조절. 모드가 작동하면 화면에 AGC로 표기된다.
ㅁ. 녹음 감도
녹음시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녹음이 끝나면 녹음된 소리를 대표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203x200 해상도의 매우 작은 사진이지만 단순히 파일 이름만으로는 언제 어떤 내용을 구별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무엇인지 알아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대화를 나눈 사람을 찍어도 좋고 관련 장소도 좋다. 바로 이것이 VP1이 자랑하는 VoicePix.
늑돌이도 처음에는 이게 뭐 별거냐... 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여러번 사용해 보니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큰 도움이 되었다. 수십개의 파일이 존재하는 가운데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은 엄청 힘든 일이다. 물론 앞에 어떤 내용인지 요약하여 녹음하고 시작하지만 이 또한 들어봐야 아는 일. 사진만 요령있게 잘 찍어놓으면 나중에 음성 파일을 찾을 때 무지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파일 탐색기
파일 탐색기는 VP1 안에 내장된 다양한 데이터 파일을 다루는 곳이다. 주로 음성 파일의 재생을 담당하는 곳으로 각 디렉토리 별로 찾아가서 버튼으로 조작하면 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진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찾기는 무척 편하다. 재생 중에 속도를 0.5~2배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구간 반복 재생 또한 가능하다. 보이스 레코더라는 점을 감안하면 필수적인 기능이지만 어학 공부에 활용해도 편리할 것 같다.
그리고 VP1은 MP3와 WMA 파일을 재생할 수도 있는데 헤드폰이나 이어폰과 연결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MP3 플레이어가 된다.
- 북마크
재생 중 원하는 위치에서 [B/MARK] 버튼을 길게 누르면 북마크 메뉴에서 그 부분부터 재생해 들을 수 있다. 음성 파일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꼭 필요한 기능이다.
- FM 라디오
평범한 FM 라디오로 녹음도 가능하지만 이어폰이 연결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 환경 설정
날짜&시간, 화면 꺼짐 시간, 취침 예약, 언어, 셔터음 등 VP1의 사용 환경을 설정할 수 있다.
■ 써보기
VP1은 갖고 다니기에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도 크기도 적당히 작으며 디자인에서도 그리 딱딱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MP3 플레이어 등 휴대용 전자기기처럼 갖고 다녀도 괜찮은 정도다. 핸드스트랩이 기본 제공되지만 무겁지 않으므로 목걸이를 구해서 목에 걸고 다녀도 좋을 듯 하다. 와이셔츠 주머니에도 표시는 나지만 잘 들어간다.
네개의 방향 키와 이로 나뉘어져 있는 다섯개의 버튼은 평면으로 누르면 들어가는데 눌렀을 때의 느낌은 나쁘지 않다. VP1의 조작 버튼들은 대부분 짧게 누르기, 길게 누르기로 나뉘어 이용할 수 있어 조금만 익숙해지면 다양한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들 버튼과 스위치의 조작에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녹음을 담당하는 [REC] 버튼이 좀 더 크거나 튀어나와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버튼이니 만큼 만지는 것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VP1의 녹음 기능 또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다양한 보이스 레코더를 비교해서 써보지 못한 탓에 어떤 제품에 비해 좋고 나쁘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환경에서 테스트해 본 바로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적어도 중간 이상은 되는 것으로 보인다.
회의실이나 일반 사무실에서 녹음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외에서의 녹음도 충분히 알아들을만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특히 몰래 해야 하는 상황에 유용한 주머니에 넣고 녹음하는 부분 또한 소리가 둔탁해지긴 하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내장 스피커의 음질은 녹음된 소리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었으며 AAA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언제든 교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 될 것이다.
단점이라면 MP3에 비해 음질이 좋다고 알려진 WMA 형식의 파일 재생은 가능하지만 녹음은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WMA로의 녹음도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
물론 이 제품의 차별성으로 내세우는 보이스픽스 또한 앞에서 여러번 말했듯이 꽤 유용한 기능이었다. 다만 보이스픽스나 북마크를 PC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PC용 프로그램을 같이 제공해주면 훨씬 좋을 것이다. 현재 같이 제공하게 되어있는 이모디오는 MP3 플레이어용 프로그램이지라 보이스 레코더를 보조하기에는 기능이 부족하다.
VP1의 장점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기본으로 주어지는 다양한 악세사리들인데, 오디오나 USB 케이블 같은 기본적인 것 말고도 유선 전화 통화를 녹음할 수 있는 전화 녹음용 어댑터나 별도의 마이크는 보이스 레코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휴대폰의 경우 대응하는 악세사리로 적당한게 없어 곤란했다. 휴대폰 자체에 녹음 기능이 있는 제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위한 악세사리도 끼워주는게 어떨까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늑돌이가 VP1을 쓰면서 놀랐던 것 가운데 하나는 의외로 VP1의 MP3 플레이어로서의 음질이 훌륭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고유의 음장인 DNSe를 지원하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앨범 아트까지 나온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는 것이 이 제품의 정식 모델 번호가 YP-VP1으로 YP로 시작되는 옙 시리즈 가운데 하나기 때문에 기본기는 훌륭하게 갖춘 셈이다.
■ 결론
자,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새로 내놓은 보이스 레코더, YP-VP1을 함께 살펴봤다. 보이스픽스라는 아이디어 만점의 녹음 후 촬영 기능은 이후 녹음 파일 검색에 있어서 상당히 편리했고 그 밖에도 VP1이 기본적으로 갖춘 기능이나 악세사리 구성도 늑돌이의 마음에 들었다. 이제 VP1에 대해 정리해 보자.
장점
- 충실한 기본 기능
- 편리한 보이스픽스
- 풍부한 악세사리
- 의외로 훌륭한 MP3 플레이어
단점
- 보이스 레코더를 위한 PC용 지원 프로그램이 없음
- 조금 애매한 크기의 [REC] 버튼
- 휴대폰 통화 녹음을 위한 악세사리 부재
한가지 더 바란다면 GPS를 내장하여 지오태깅까지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아직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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