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여러가지 LG전자 제품을 쓰고 있지만 다소 불만이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이 아닌 바로 ThinQ 앱 때문이죠. 스마트폰의 유행과 더불어 스마트 가전이라는 이름으로 가전제품을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등과 연결하여 활용하게 해주는 앱의 LG전자 판이 씽큐(ThinQ) 앱인데, 지금은 없어졌지만 스마트폰의 모델 이름 뒤에 붙일 정도로 마케팅에서 강조는 했지만 정작 그 기능은 경쟁 제품대비 미약한 편이었습니다.
그런 LG전자가 좀 마음을 다르게 먹었나 봅니다. 오늘 UP가전('업가전'이라고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이라는 전략을 발표합니다. LG전자의 설명을 다소 거칠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스마트 가전 제품의 업그레이드에 더 신경쓰겠다
그동안 LG전자는 ThinQ 앱을 통해 스마트가전의 업그레이드에 아예 무관심했던 것은 아닙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기존 제품의 문제점 수정 수준이었죠. 그나마 그런 업그레이드 자체가 드물었고 제품의 기능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은 더더욱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런 탓인지 ThinQ 앱을 통한 스마트가전으로의 활용은 타사에 비해서 아쉬운 점이 많았죠. 최근에는 나아진 편입니디만 오류로 인한 이용자의 불만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약점을 노린 중국 스마트 가전 제품들의 발전은 직구로 구입해 쓰는 소비자들을 종종 놀라게 할 정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LG전자는 이제는 역사깊은 제조사의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가전제품을 대량으로 완성도있게 만들어 파는 것에는 전문가지만 스마트가전의 핵심인 소프트웨어에는 약하고 그 필요성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전통이 오래된 만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빠르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성능은 좋지만 이를 스마트하게 다른 기기와 연계하여 활용하는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던 거죠.
그런데 오늘 나온 UP가전은 LG전자가 이제 변하겠다고 선포한 셈입니다. 제품의 기계적인 완성도 뿐만 아니라 스마트 가전으로서 소프트웨어에도 신경을 더 많이 쓰겠다는 이야기죠.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더 많이, 더 자주 제공하고 심지어 모듈이나 액세서리를 통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도 신경쓰겠다는 LG전자 가전제품 전략의 대전환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세탁기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거나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새로운 세탁 코스와 필터를 제공한다거나 애완동물과의 동거 생활을 위한 펫케어 기능을 업그레이드를 통해 세탁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에서 지원해 줄 수 있습니다.
UP가전 이전의 LG전자라면 새 기능을 기존 제품과는 별개의 연식 변경이나 후속인 새 모델에만 넣어서 소비자에게 팔고 기존 모델 이용자에게는 새 기능을 써 볼 기회가 없었을 겁니다. 제품 전략에서 결코 작지 않은 변화가 생긴 것이죠. 기존 제품이 꾸준하게 업그레이드 되는 만큼 새 제품의 판매량이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전체적인 면에서의 이득이 더 클 것으로 LG전자가 판단한 듯 합니다.
오늘 발표에 따르면 LG전자는 UP가전에 대한 고객과의 소통 채널을 별도로 개설하고 UP가전을 위해 서비스 기획, 운영, 개발을 맡는 100여 명 규모의 전담 조직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똑똑해지려는 LG 가전제품, 하지만 오래갈까?
LG전자는 1월 중 6개의 제품을 공개하며 연말까지 세탁기, 건조기, 워시타워, 얼음정수기냉장고, 식기세척기, 휘센 타워, 에어로타워, 공기청정기, 홈브루 등 대략 20개 정도의 UP가전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랍니다. 기존 제품 또한 UP가전을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습니다.
만일 UP가전 전략에 따라 새로운 제품들이 시장에 자리잡고 기존 제품들 또한 업그레이드되는 경우가 늘어나면 애플 제품에서나 볼 수 있던 충성도있는 고객층이 새롭게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세탁기 하나 샀다가 건조기,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냉장고, 에어컨 등 LG전자 제품에 줄줄이 엮일 수도 있겠죠. 이미 편리하게 쓰고 있는데 타사 제품을 사서 적응하기에는 귀찮으니 말이죠. 거기다가 몇몇 기능은 손쉽게 업그레이드까지 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UP가전이 LG전자에게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죠.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출시한 제품에 대해 꾸준하게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면에서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것은 LG전자 가전제품 사업에서는 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이런 부분에 끊임없이 인력과 자금이 소모되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UP가전 전략을 1~2년 하다가 단기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흐지부지 없애버린다면 그냥 안하느니 못한 게 될 겁니다.
새로운 UP가전 전략이 가전제품 부문에서 월풀을 넘어 전세계 매출 1위를 달성한 LG전자에게 또 하나의 날개가 되길 기대합니다. LG UP가전은 LG베스트샵 강남본점, 서초본점 등에 마련된 UP가전존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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