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줌 카메라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졌을 제품이 있습니다. 무려 24-600mm(35mm 포맷 환산)으로 25배의 광학 줌을 제공하는 하이엔드 카메라 소니 RX10M4(RX10 IV)죠.
게다가 단순히 줌 배율만 높은 것이 아닙니다. 사실 RX10 시리즈보다 줌 배율이 높은 하이엔드 카메라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만, RX10M4가 그 가운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여러 수퍼줌 하이엔드 카메라 가운데에서도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죠.
물론 풀프레임에 이른 바 대포라고 불리는 고가의 줌 렌즈를 쓰면 더욱 좋은 화질이 나올 것이겠지만 RX10M4는 경제적인 여건 상 그런 조합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 또는 수퍼줌 렌즈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는 경우에 서브 카메라로 쓰이는 제품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독특함 때문에 RX10M4는 많은 수가 판매된 형제 카메라 RX100 시리즈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적게 팔리는 제품입니다. 최근의 대세는 카메라를 사는 경우 화질이 좋으면서도 크기는 작은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를 사거나 아예 미러리스나 DSLR 등 렌즈 교환식 카메라로 가버리기 때문이죠. 수퍼줌에 불타오르는 독특한 분들에게만 선택받는 것이 RX10 시리즈의 숙명이었습니다.
그런 이 가운데 한명이 글쓴이였던 지라 예전에도 RX10에 대해 살펴본 바 있습니다.
2014/04/17 - 최고의 여행용 수퍼 줌 카메라, 소니 RX10
RX10이 나온지 벌써 5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기 위해 글쓴이는 최근의 말레이시아 여행에 이 제품을 빌려들고 나섰습니다.
겉 : 멀리서 봐도 저건 RX10
이 제품의 겉 모습은 전작인 RX10M3와 거의 같습니다. 그리고 RX10M3는 RX10과도 거의 비슷합니다. 한마디로 시리즈 첫 작품부터 겉모습만큼은 거의 변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죠. 사골이라면 사골이라 하겠지만 수요가 제한된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RX10 시리즈가 주는 단단한 느낌은 간혹 보이는 타사의 수퍼줌 하이엔드 카메라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로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슷합니다.
가장 큰 특징이랄 부분은 역시나 거짓말하면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코처럼 커지는 수퍼줌 렌즈입니다. 8매의 렌즈가 조합된 이
RX10M4의 렌즈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와는 달리 이 렌즈로 모든 사진과 영상을 해결해야 합니다. RX10M2까지는 어떤 배율에서도
F2.8이라는 준수한 조리개 수치를 준수했지만 더 높은 배율을 가지게 된 RX10M3부터는 F2.4~4.0 사이를 오갑니다.
F4.0이라 하면 좀 실망스러운 수치일 수도 있지만 이 정도 광학 줌을 가진 카메라에서라면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보통 이런 일체형 수퍼줌 카메라에는 광학적인 한계 때문에 작은 센서가 들어가기 마련인데, 이 제품은 RX100과 같은 계열인 1인치 크기의 Exmor RS CMOS 센서가 들어있습니다. 게다가 최신 RX 시리즈답게 315 초점면 위상차 검출 AF 포인트를 갖추고 있어 0.03초만에 AF를 잡을 수 있으며 풀픽셀 리드아웃으로 화질 손해 없는 4K 영상 촬영이 가능합니다. 1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부분으로 바로 많은 소비자들이 RX10보다는 RX100을 고르는 이유중 하나로 무게를 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800g이 안 되는 비교적 가벼운(...) 무게로 나왔던 RX10 시리즈가 RX10M4에 와서는 1kg을 가볍게 넘깁니다. 사진에 나오는 상태는 본체+메모리 카드+배터리 상태입니다. 요즘 스마트폰들 무게가 200g 전후인 제품이 많다는 생각해 보면 스마트폰 5~6대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만.
뒤의 디스플레이 패널은 360도까지는 안 되고 이 정도까지만 접어집니다. 위나 밑에서 보면서 찍을 수 있게 돌아가지요. 촬영하면서 스스로를 볼 수 있게 디스플레이 패널 180도 회전 기능을 넣어 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RX10 시리즈가 무거워서 한손으로 셀카는 힘들겠지만 요즘처럼 영상 촬영이 대세인 것을 감안하면 소니 측에서도 다음 제품에서는 적극 고려할 때가 되었을 것 같긴 합니다만. 과연 해줄런지요.
디스플레이 패널은 드디어 터치가 되는데 RX10M4 본체에 이미 버튼이 워낙 많은지라 초점을 잡아주는데 가끔씩 쓰는 정도입니다.
내장 플래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덩치에 걸맞게 핫슈와 마이크와 헤드폰 단자까지 준비되어 있다는 점 또한 장점입니다. 작은 덩치 때문인지 확장 단자에 인색한 RX100과는 다른 장점이죠.
사진 : 더 많은 자유
RX10M4를 가지고 다닐 때의 즐거움은 역시나 자유로움입니다. 사진은 순간을 잡는 것이고 그 순간이 왔을 때 RX10M4는 강력한 수퍼줌 렌즈로 거리와 위치의 제약을 최소화시키면서 멀리 있는 피사체라도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찍을 수 있는 것이죠. 특히 동물의 경우 사람의 접근 만으로도 원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잡을 수 없다는 점도 무시 못합니다.
글쓴이가 묵었던 호텔 발코니에서 바라본 광경입니다. 바다 풍경은 아닌 객실인데 산도 바다도 다 보여서 좋았네요. 하지만 이 장면이 RX10M4를 만나면,
아침 마실을 나가시는 현지 여성 한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건 다른 날 아침에 찍은 건데 좀 어둡습니다. 해상 주택에서 사는지라 이 분들에게 배는 발과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역시 아침 마실 나온 왜가리처럼 보이는 새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퍼줌 렌즈 덕분에 다른 카메라에서는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렌즈교환식 카메라처럼 무겁게 줌 렌즈를 들고 다니다가 교체할 일도 없습니다. 그냥 RX10M4 하나로 되는거지요.
소니가 그동안 갈고 닦은 DRAM을 속에 넣은 2,010만 화소의 적층형 Exmor RS CMOS 1인치 센서와 Carl Zeiss Vario Sonnar T* 24-600mm 렌즈와의 조합은 하이엔드 카메라지만 잘만 찍어준다면 미러리스나 DSLR 카메라 못지 않은 화질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멀리서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잡아주기 위해 315개의 위상차 검출 AF 포인트와 25개의 콘트라스트 검출 AF 포인트 덕분에 매우 빠른 AF가 가능하며 AF-A 모드의 추가 또한 쓸만합니다. 요즘 소니 카메라 이용자들에게 사랑받는 Eye AF까지 있어서 움직이는 인물 촬영에 도움이 됩니다.
최대한 당긴 상태입니다. AF를 잘 잡아내죠.
초당 24연사까지 가능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멀리있는 피사체를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으려 할 때 순간순간 포커스가 바뀌고 대상이 움직일 때여차하면 동영상 촬영대신 연사를 때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 역시 잽싸게 카메라를 켜고 셔터를 눌러야 하거나 움직이는 피사체를 잡아내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매우 어울리는 장점입니다. 물론 안 보고 때리는연사시에도 AF를 잘 잡아주는 편입니다.
줌으로 땡겼을 때 작용하는 5축 손떨림 보정 또한 상당 수준입니다. 물론 안정적으로 찍으려면 삼각대가 필수입니다만 급하게 찍고자 한다면 손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맨 먼저 나온 사진입니다만, 삼각대가 있다면 이런 사진도 정말 쉽게 찍을 수 있습니다.
영상 : 4K와 수퍼줌의 만남
RX10 시리즈는 지금과 같은 동영상 전성시대에 기획된 제품은 아니지만 최근 4K 영상을 위한 카메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칼 짜이스 25배 광학 줌 렌즈와 4K 촬영, 빠른 AF, 소니의 Exmor RS CMOS 센서의 조합은 준비없는 촬영에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촬영 중에도 최대한 AF를 놓치지 않고 설령 놓쳤다 하더라도 금방 찾아주는 모습은 마음에 듭니다.
줌 동작 속도는 표준과 고속이 있는데, 표준 상태에서는 줌의 모터 소음이 거의 안 들립니다. 약간의 모터 소음을 감수하고 표준으로 하면 더 빠르게줌을 땡길 수 있습니다.
마무리 : RX10M4, 그 짜릿함은 여전하다
이제 정리해 보겠습니다.
형제라 부를 수 있는 RX100 시리즈와는 달리 소니 RX10M4가 대중적인 카메라라고는 말할 수 없겠습니다. 강력한 수퍼 줌 렌즈를 가진 대신 이를 받쳐주기 위해 크기와 무게를 갖게 되어 보통 사람들은 쉽게 갖고 다니기 힘들게 되었기 때문이죠. 특히 RX10M3부터 더 배율이 높은 렌즈를 갖추면서 무게는 1kg을 넘길 정도가 되었습니다.
카메라를 잡는 올바른 자세를 실습하게 해주는 RX10 시리즈입니다.
가격 또한 최근의 소니 RX 시리즈가 1세대에서 오르고 올라 그렇듯 만만치 않은 수준이긴 합니다. 출시 당시 2,199,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나왔는데, 이는 미러리스나 DSLR 본체에 웬만한 렌즈까지 갖출 수 있는 정도죠.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온라인 최저가 기준으로 제법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죠. 올인원이라는 특성을 가진 제품군이 그렇듯 RX10M4의 화질은 괜찮은 편이지만 미러리스나 DSLR에 비교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2
물론 이 글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RX10M4가 제공하는 주요 장점들이 굳이 필요하지 않는 경우라면 매력을 전혀 못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결국 RX10M4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 또한 카메라처럼 유난히 독특한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저 안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요.
제가 묵었던 호텔의 수영장입니다. 인피니티 풀이라고 하긴 하는데...
탄중아루 해변은 석양이 좋다고들 하더군요.
강력한 비바람이 부는 날, 저 보트로 해상 투어를 하면 큰일납니다. 전자제품 가져가시려면 강력한 방수대책이 필요하더군요.
반딧불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찍었습니다. 물 반사가 잘 잡히네요.
석양이 아니라 해가 뜨는 모습입니다. 산 때문에 많이 가려져 있네요.
RX10M4는 소니 코리아로부터 빌렸습니다. 리뷰 내용에는 글쓴이의 관점과 의견만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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