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예전같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들 듣고 계실 겁니다. ARM이 지배하는 모바일 시장으로의 진출은 사실상 실패했으며 말 그대로 내 집 마당인 x86 시장 또한 AMD 라이젠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인텔 CPU의 제조 공정의 미세화 수준이 경쟁사보다 다소 떨어지고 수율 또한 문제가 있어 코어 프로세서가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며 가격이 오를 정도입니다. 내부적으로도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전 CEO가 스캔들로 물러난 뒤 아직 차기 CEO 없이 임시로 CFO인 로버트 스완이 대행하고 있죠. 작년 말부터 인텔과 x86 컴퓨터 세상을 뒤흔들었던 이른 바 CPU 게이트의 기억도 아직 선명합니다.
이 정도면 인텔이 큰 위기에 빠진 것 같지만 여전히 인텔은 강력합니다. 세계에서도 지나치게 돈을 많이 버는(...) 회사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최고 성능의 x86 CPU를 원한다면 인텔을 찾고 있으며, 수십년간 인텔이 스스로 최고임을 증명해 온 바 있는 믿음이 쉽게 무너질 리도 없습니다.
그런 인텔이 이번에 9세대 인텔 코어 데스크톱 프로세서 등 새로운 프로세서를 갖고 돌아왔습니다. 지금부터 살펴보실까요?
혹시 동영상으로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로 가시면 됩니다.
9세대 코어 i9 프로세서를 들고 있는 인텔코리아 이주석 전무
일단 오늘의 주인공은 역시 코어 i9 데스크톱 프로세서가 아닐까 합니다.
코어 i 시리즈가 벌써 9세대군요. 펜티엄4 시절에 넷버스트 아키텍처의 문제로 턱밑까지 쫓아오던 AMD를 다시 한번 가볍게 따돌려 버린 것이 바로 코어2듀오를 비롯한 코어 시리즈입니다. 이후 코어 i 브랜드를 발표하면서 AMD와의 격차를 더 벌려나갔고 라이젠이 나오기 전까지 말 그대로 독주하고 있었죠.
여러가지 특징들이 나오지만 우선 공식적으로 터보부스트 2.0 기술로 최대 5GHz까지 지원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그런지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참으로 오랫만에
솔더 써멀 인터페이스 물질(STIM), 보통 솔더링이라고 하는 기법을 이번에 발표된 9세대 코어 프로세서에는 모두 적용되었습니다. 많은 하드웨어 마니아들이 요구하던 부분이 드디어 들어갔네요. 경쟁은 역시 좋은 겁니다.
새로운 Z390 칩셋 메인보드도 소개되었습니다. 10Gb/s 속도의 USB 3.1 Gen. 2 인터페이스와 기가비트 속도를 자랑하는 인텔 WiFi AC를 지원합니다. 물론 코어 9세대 데스크톱 프로세서들은 기존의 300시리즈 칩셋과도 호환됩니다.
인텔 9세대 코어 데스크톱 프로세서는 우선 이 세 종류로 출시됩니다. i5가 6코어, i7과 i9이 8코어를 내장하여 인텔에게도 본격적인 멀티 코어 시대가 개막된 듯 하네요.
흥미롭게 볼 부분은 코어 i9을 제외하고는 하이퍼스레딩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대신 베이스 클럭과 최대 클럭을 각각 3.6~3.7GHz와 4.6~5GHz까지 지원하여 높은 클럭 주파수를 바탕으로 하여 빠른 속도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는 듯 합니다.
14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9세대 인텔 코어 아키텍처는 8개의 코어가 공유하는 16MB의 통합 캐시와 인텔 AVX(Advanced Vector eXtensions)2를 지원합니다. 1
그 결과는 바로 이와 같습니다. 여전히 가장 빠른 PC는 인텔의 프로세서를 쓴 것이죠.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게임기는 역시 PC죠.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지금 당장 최고의 게이밍 PC를 꾸민다면 CPU 자리에는 당연히 코어 i9-9900K가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자, 이번에는 코어 갯수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무려 28코어! 바로 인텔 제온 W-3175X 프로세서죠.
28코어에 56스레드, 38.5MB의 스마트캐시라는 어마어마한 능력의 제온으로 나온 이 제품은 말 그대로 매우 높은 부하가 걸리는 멀티스레드 작업에 적합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건축, 산업 디자인 및 상업용 콘텐츠 제작에서와 같이 수많은 스레드가 동시에 돌아가고, 큰 부하가 걸리는 연산이 집중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처리하기 위해 나온 것이죠.
제온 W-3175X 프로세서는 한마디로 더 큰 시스템이 아니라 책상 위의 컴퓨터 한대에서 최대한 많은 작업을 처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잘 맞습니다.
이번에 소개된 제품들 가운데 마지막 타자, 코어 X 시리즈입니다.
데스크톱 가운데 최고의 성능(HEDT) 부문을 맡고 있는 코어 X 시리즈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STIM을 채용한 것은 앞에서 소개한 9세대 코어 프로세서들과 마찬가지입니다.
최대 18코어까지 내장하고 있으며, 터보 부스트 맥스 테크놀로지 3.0으로 가장 빠른 두개의 코어에 가장 중요한 작업을 할당할 수 있습니다. AVX2보다 더 진보된 AVX-512까지 제공합니다.
인텔 코어 X 시리즈와 제온 시리즈에는 메시(MESH) 아키텍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코어가 서로 격자 형식으로 연결되어 코어 수가 많아져도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죠.
역시 경쟁은 좋은 것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더 빠른 코어 프로세서를 구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코어X 시리즈에는 이런 제품들이 포함됩니다.
인텔 프로세서의 빠질 수 없는 장점은 파트너 업체들이 정말 풍부하다는 것이겠죠. 이런 부분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능이 아닌 플러스 알파로 작용합니다. 특히 시스템의 호환이나 문제 발생시 해결 속도 등은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가능하다면 인텔 프로세서를 선호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자, 지금까지 이렇게 세가지 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영상으로 보고 싶으시다면 9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이야기를 담은 첫번째 편과,
제온 W-3175X와 코어 X 프로세서 이야기를 담은 두번째 편으로 나뉘었으니 편한 대로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날 행사장에는 다양한 제품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 날 소개된 제품이 말 그대로 고성능을 위하여 성능을 극한까지 내는 프로세서들인지라, 기본적으로 수냉식 쿨러로 무장하고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제품이 눈에 띄네요. 국내 기업인 시스기어의 작품인데, 무려 투명 디스플레이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제법 멋지더군요. 영상으로라도 꼭 한번 구경해보시기 바랍니다.
성능을 내세운 게이밍 랩탑들과 함께,
무선 VR 시스템도 전시 중이었습니다.
인텔의 고성능 시스템 구축에 한 축을 담당하는 옵테인 SSD와
썬더볼트3 인터페이스도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인텔 관련 디바이스와 기술이 시연되고 있었습니다.
자, 이제 슬슬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출시 일정부터 이야기해보죠.
이번에 소개된 9세대 인텔 코어 데스크톱 프로세서 3종은 어제부터 사전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 신제품은 오는 11월부터, 인텔 제온 W-3175X 프로세서 제품의 경우 오는 12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다만 공급 면에서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특히 9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경우에는 국내에 매우 적은 양만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양상은 결코 인텔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건 PC 제조사 입장에서건 제품 공급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랍니다.
두번째로 냉각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된 제품들 모두 고성능을 목표로 최대한의 클럭 주파수를 뽑아낸 프로세서입니다. 아마도 AMD 라이젠과 스레드리퍼의 추격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기본 클럭 주파수에서도 고효율의 냉각 시스템이 필요할텐데, 공교롭게도 모두 오버클러킹에 대해 언락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 나온 제품군 구입을 고려 중이라면 쿨링 솔루션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셔야 할 듯 합니다. 인텔이 냉각 솔루션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면 제일 좋겠습니다만.
정리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인텔이 '예전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대강자의 자리에 있습니다. 인텔에 도전하는 후보 가운데 하나인 AMD와의 대결 또한 결과적으로 잘 살펴보면 여전히 인텔이 많은 면에서 우위를 누리고 있죠.
다만 그 격차는 줄어들었습니다. 때문에 예전의 인텔과는 다른 행보를 걸을 수 밖에 없겠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인텔 제품군을 쓰는 이들의 요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포함되겠죠. 실제로 이번에 새로 소개된 제품군들에는 그런 부분이 반영된 경우가 보입니다. 흥미로운 변화지요.
과연 달라진 인텔이 앞으로 AMD의 도전을 뿌리치고 강자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 쭉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프로세서에 따라 코어 갯수와 캐시 용량은 다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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