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오랫동안 PC를 만들어 왔지만 브랜드의 명성에 비해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했습니다. 1위인 삼성전자의 밑에서 한 때 유명했던 삼보컴퓨터와 엎치락 뒤치락하며 2위 자리를 놓고 싸우는 정도였죠.
하지만 최근에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바로 초경량 노트북인 그램 시리즈의 약진 때문이었죠.
2014년 처음 등장한 LG 그램 시리즈는 13인치 노트북에 1kg 미만의 무게를 갖고 나와 이를 상징하는 gram을 브랜드로 내세우면서 가벼움을 중심으로 하는 홍보 전략을 취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소비자에게 좋게 받아들여졌고, 그 이후 등장한 14인치, 15인치도 그램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제법 좋은 실적을 거둡니다. 국내 시장 만년 1위인 삼성전자가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노트북 9을 내놓을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LG전자는 2017년 그램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당연히 새 인텔 7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갖고 나왔죠.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히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지금부터 다섯가지 내용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늘어난 배터리, 무게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
아마 이번 2017년 변화의 핵심이겠죠. 배터리 용량을 늘린 라인업이 탄생했습니다. LG전자 측에서는 이를 올데이그램이라고 부르고 있네요.
기존 노트북들이 대부분 30~35Wh 용량의 배터리를 갖고 있었던데 반해 이번 올데이그램 계열은 60Wh를 담았습니다. 그만큼 이용시간도 늘었죠.
용량은 약 1.73배인데 반해 무게는 1.53배에 불과합니다. LG 화학의 초고밀도 평판형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에 의해 달성한 성과라고 하네요.
덕분에 모델 별로 최대 22~24시간까지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위에 나오는 모바일마크 2007은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수준은 아니고 모바일마크 2014나 동영상 재생시간 쪽이 그나마 가까울 듯 합니다. 아무튼 배터리 용량은 거짓말하지 않으니 시간이 확 늘어난 건 사실이죠.
하지만 배터리 용량이 늘어났다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무게도 늘어났죠. 비록 기술 발전에 의해 상승 폭은 줄었지만 늘어난 배터리 덕분에 올데이그램 15의 경우에는 무게가 1.09kg이 되어 gram 그램이 아닌 kilogram 킬로그램이라는 이름을 달아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초경량과 올데이 2가지 라인업
그래서 LG전자는 해결책을 마련합니다. 2017년에는 기존처럼 무게 감소에 모든 것을 바친 초경량 라인업과 배터리 용량을 늘린 올데이 라인업 두가지를 모두 내놓은 것이죠.
올데이그램 라인업에는 위처럼 All day 60Wh라고 적혀있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두가지를 다 준비한 건 소비자의 수요를 고려한 배려깊은 방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자신감없는 행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올데이 라인업으로 통일해서 나왔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만.
LG전자가 웬일? 키보드 백라이트!
LG전자는 그동안 대부분의 노트북 PC에 키보드 백라이트를 넣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자체적인 판단으로 필요없다고 결론을 내렸기 떄문이겠죠.
그런데 이번 2017 올데이그램에는 키보드 백라이트가 들어갔습니다. 누가 이런 변화를 주도했는지는 몰라도 박수를 아끼지 않습니다. 키보드 백라이트를 넣지 않은 것은 저가형이라면 몰라도 그램 시리즈 같은 프리미엄 라인업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거든요. 백라이트 부품이 무게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도 자신감없는 행보는 보입니다. 2017 그램 가운데 초경량 라인업에는 여전히 키보드 백라이트가 빠집니다. 역시나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부분이라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외장 배터리로 충전 되나, 안 되나?
경쟁사의 새 노트북 PC가 USB 타입C 단자를 통해 휴대폰용 외장 배터리로 충전된다는 사실에 자극받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발표 행사장에서는 외장 배터리 충전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는 식의 전시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노트북을 쓰고 있을 경우, 사용 전력량이 외장 배터리를 통해 충전되는 전력량보다 더 많아서 큰 의미가 없다는 논리였죠.
그런데 여기서 따져야 할 부분은 근본적으로 충전이 되냐 안 되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차피 외장 배터리를 동원해야 될 상황이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고 비상시에 가까운 경우라는 걸 생각해 보면 충전이 되는 방안이 하나라도 더 있는게 낫겠죠.
참고로 2017 그램도 외장 배터리를 통해 충전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일반적인 외장 배터리는 안 되고 19W를 출력할 수 있게 나온 특별한 외장 배터리 제품을 쓰면 USB C 타입 단자를 통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LG전자가 자체적으로 공급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DDR4 RAM, 듀얼 채널? 싱글 채널?
이번 2017 그램은 무게 뿐만 아니라 다른 방면에서도 신경을 쓴 부분이 여럿 보입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DDR4 RAM의 듀얼 채널 구성입니다. 아시는 분은 잘 알겠지만 듀얼 채널로 구성하면 메모리의 전송 속도가 빨라지죠. 하지만 그동안의 그램 시리즈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인지 싱글 채널로만 나왔습니다.
LG전자 측에 따르면 이번 2017 그램의 경우 제품 구성에 따라 메모리 하나만 들어간 싱글 채널 상태인 경우도 있고 두개 다 꽂힌 듀얼 채널 상태인 경우로도 출시된다고 합니다. 싱글 채널로 나온 경우에도 이용자가 호환되는 RAM을 구입하여 서비스 센터를 통하거나 스스로 장착하면 듀얼 채널 구성이 가능합니다.
2017 그램에는 썬더볼트에 관한 전설이 있지
LG 2017 그램 시리즈에 들려오는 소문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USB 타입 C 단자를 통해 40Gbps의 속도를 자랑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규격인 썬더볼트 3를 지원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발표 행사장 어디에도 썬더볼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LG전자 홈페이지를 뒤져봐도 찾을 수 없었고요. 헛소문인가 했지만 그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이곳 저곳 확인하고 서비스 센터에도 문의해 본 결과, 이번 2017 그램 시리즈 가운데 단 하나, 15인치에 아직 출시 예정이라는 15Z970-HA75K(15Z970-H.AA75K) 모델만 썬더볼트를 지원합니다. LG전자 홈페이지에도 나오지 않는 신비주의 모델입니다. 저도 만나고 싶습니다.
그 밖에도
더 커진 쿨링 시스템으로 더 나은 안정성을 도모한 면이 눈에 띕니다.
DTS 헤드폰:X의 기술이 도입되어 가상 11채널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음악 감상에 좋아졌습니다. DTS의 새로운 사운드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해 보세요.
2016/11/04 - 세가지 DTS:X, KES 2016에서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다
다만 애매모호한 웹캠 위치는 여전하네요. 숫자키 배치를 무시한 터치패드의 위치 또한 조정이 필요한게 아닐까 합니다만. 이 날 본 제품 중에는 없었지만 Windows Hello로 재조명받고 있는 지문 인식 기능은 선택 가능한 모델이 있다는군요.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위 영상을 참고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LG gram, 이제는 앞서가라
초창기의 LG 그램 시리즈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한 듯한 인상을 주는 제품이었습니다. 실제로도 이용자들이 무게 아닌 다른 면에서의 불만을 표시한 경우가 종종 있었죠.
하지만 이번 2017 그램 시리즈는 무게말고도 실질적으로 이용자를 위한 배려와 노력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내세운 대용량 배터리 뿐만 아니라 RAM의 듀얼 채널 지원, 더 커진 쿨링 시스템 등은 LG 그램 시리즈가 더 이상 무게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는 사례가 되겠죠.
하지만 여전히 다른 면에서는 수동적인 모습이 여전히 보입니다. 키보드 백라이트 같은 초경량/올데이 그램 라인업 사이의 자잘한 차이나 썬더볼트의 소심한(...) 도입, 초경량 1위 기록에 대한 집착같은 것을 보면 여전히 그렇습니다.
이제는 좀 자신감을 갖고 시장을 리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럴 수 있는 기술력도 이제는 있고 이를 실현하는 방법 또한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고요.
그리고 마마무가 이 날 행사장에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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