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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몬트 아톰, 인텔의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늑돌이 2013.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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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PC가 주도했던 일상의 디지털 혁명은 이제 스마트폰으로 그 주도권이 넘어간지 오래입니다. 그렇기에 PC에 대한 관심 또한 예전과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죠. 이는 PC 시대의 강자일수록 더 체감하고 있는데 MS도 인텔도 여전히 유력한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만 이전보다는 다소 빛이 바래보이기도 합니다.
윈도우폰8과 윈도우8, 윈도우RT를 중구난방으로 펼쳐가는 MS와는 달리 인텔의 경우 수년 전부터 모바일 시장을 위해 준비해 온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아톰 프로세서죠.


아톰, 넷북과 함께 뜨고 지다



아톰은 원자를 뜻하는 단어로 일본 만화가 데츠카 오사무가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인텔이 만든 저전력 프로세서 제품군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아톰 프로세서는 2008년부터 불어왔던 넷북의 열풍과 함께 시장에 그 존재를 드러냈죠.
시장에서 저렴한 미니노트북이라는 자리를 차지하면서 한때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만 노트북 시장 전체가 저가화를 향해 치닫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열풍 속에서 넷북 제품군은 그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고 급속도로 사라져 갔습니다.


아톰의 악명, 인텔의 천대 때문일까?


넷북 제품군이 한때 시장을 장악했다가 급속도로 몰락하면서 남은 것은 인텔 아톰 프로세서에 대한 악명 뿐이라고 하면 과장일까요? 많은 이들에게 있어서 아톰은 '느려터진 프로세서'라는 인상을 남겨 버렸습니다. 아톰을 쓴 제품을 산다면 말리는게 기본이고 그 빈 자리는 더 나은 성능을 가진 AMD의 APU나 인텔의 보급형 프로세서가 차지해 버렸죠. 아톰이 그런 악명을 얻게 된 것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톰은 처음 등장시에는 저전력이라는 특징으로 각광받았지만 당시의 인텔 코어 시리즈는 물론이고 보급형인 펜티엄/셀러론 급에도 전혀 미치지 못한 성능으로 유명했습니다. 넷북이 유행하던 초기에는 낮은 가격이라는 장점으로 무마되었지만 50만원 전후로 듀얼코어 노트북이 등장하는 등 다른 PC들이 저렴해지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등장 이후에는 아톰이라는 이름은 느려터진 PC의 대명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인텔 자체에 있었습니다. 2008년의 아톰 등장 이후부터 그 후 수년간 실질적인 아톰의 발전은 없었다는 점입니다. 비록 느리다고 해도 2008년 당시에 있었던 아톰의 경쟁력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 개선은 지지부진했습니다. 하다 못해 아톰 듀얼코어를 넷북에 도입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적지 않았지만 가볍게 무시당했죠. 덕분에 몇몇 제조사들은 데스크탑용으로 나온 아톰 듀얼코어를 노트북에 붙이는 기행을 저질러야 했습니다. 여기에 아톰을 위한 그래픽 드라이버도 그리 품질이 좋지 않았죠.

코어 마이크로아키텍처의 프로세서들은 Tick-Tock이라고 하여 1년은 마이크로아키텍처의 개선을, 그 다음 1년은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는 식의 엄청난 속도의 진화를 계속해 왔습니다만 아톰은 그런 거 없었습니다.
이렇게 아톰의 업그레이드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기업인 인텔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도 있있습니다. 아톰에게 저렴하고 쓸만한 성능을 준다면 더 비싼 가격을 가진 Core i3, 펜티엄, 셀러론 등 보급형 프로세서들의 시장과 충돌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인텔의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톰을 필요 이상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인텔에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성과 면에서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죠. 예, '단기적'으로는 말입니다.

더 나아가기 전에 한가지만 덧붙이죠. 넷북이 남긴 것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인터넷과 간단한 업무 처리, 멀티미디어를 즐기기 위해서는 굳이 최첨단 기술의 프로세싱 파워까지는 필요없다는 것을 이용자들이 알게 된 것이죠. 이는 차후 태블릿의 성공과 연결됩니다. 물론 최신 프로세서를 꾸준하게 팔아야 하는 인텔은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죠.


경쟁사들이 아톰을 깨우다

결과적으로 넷북을 담당하던 N 계열의 아톰은 사실상 단종되다시피 했습니다. 수년전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제품을 위해 만들어 오던 Z 시리즈만 명맥을 이어올 뿐이었죠. 하지만 아톰은 이번 IDF 행사를 계기로 다시 그 존재를 만천하에 공개했습니다. 인텔이 깨운 것은 아니죠. 인텔의 경쟁 진영들이 깨웠습니다.

다양한 스마트폰과 태블릿들은 보급형 PC가 차지하던 자리를 빼앗으면서 실질적으로 PC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MS는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에 최적화된 윈도우8을 내놨지만 다양한 문제점들로 인해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여기서 '문제점'에는 프로세서도 있었습니다. 인텔이 자랑하는 코어 마이크로아키텍처의 프로세서들은 분명 고성능이었지만 넷북 제품군이 증명했듯 대부분의 보통 이용자들에게는 그 정도까지의 성능은 필요없었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성능에 배터리를 덜 먹는 저전력 프로세서가 더 필요했고, 그 개념에 충실하게 맞춘 것이 PC 세상을 뒤흔든 아이패드를 선두로 한 각종 태블릿 컴퓨터들이 채택한 ARM 계열의 마이크로프로세서들입니다. 특히 이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성능화에 박차를 가하여 보급형 PC 시장은 물론 저전력 서버 시장까지 손을 뻗게 됩니다.

인텔 입장에서 대항할 카드는 당연히 단 하나. 아톰 뿐입니다. 코어 프로세서들은 빠르고 좋습니다만, 배터리를 많이 먹습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아톰이 ARM 계열 프로세서들에 저전력으로 대항할 수 있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윈도우8 PC 가운데 아톰 탑재 PC들은 동영상 재생 기준으로 10시간 이상 지속 가능한데, 코어 프로세서 탑재 기기들은 3시간 남짓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변신, 통할까?



지난 5월 7일, 인텔이 발표한 아톰의 변화는 그동안 아톰에 애정을 갖고 속을 썩이고 있던 사람이라면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우선 마이크로아키텍처가 실버몬트로, 공정은 22nm로, 최대 3배의 성능과 5배까지의 저전력화가 이뤄집니다.


좀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Out-of-Order 실행 엔진과 8개까지의 코어 탑재는 물론이고 보다 넓고 유연한 소모 전력 조절과 나아진 관리 기법 등이 채용되었죠.


그 결과로 보시면 알겠지만 아톰 프로세서는 서버부터 스마트폰, 자동차까지 인텔이 하는 모든 분야의 컴퓨팅에 적용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구조적으로 견고하고 범용성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겠죠.


위 자료들을 보시면 알겠지만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텔의 아톰에 대한 태도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코어 계열과 아톰 계열은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습니다. 잘난 코어 계열의 못난 아톰 동생이 아니라 서로 분야를 나눠갖게 된 셈이죠.


특히 태블릿에는 코드명 베이트레일이, 스마트폰에는 코드명 메리필드로 올해말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제 인텔은 본격적으로 ARM 진영과 경쟁할 준비가 된 것이죠. 새로운 실버몬트 기반의 아톰에 대해서는 또 다른 글을 통해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과연 새로운 아톰이 소비자들에게 이제 와서 얼마나 많은 환영을 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돌이켜보면 인텔은 화려한 언론플레이보다는 결과물로 그들의 업적을 일궈냈던 회사입니다. 장사까지 잘 해내는 엔지니어 회사의 끝판왕임을 온 몸으로 증명하는 기업이 바로 인텔이죠.
좀 늦었다 싶은 생각은 들지만 인텔 안에서의 아톰의 입지도 바뀐 것 같으니 이번에도 인텔은 새로운 아톰에서도 그들의 성과를 제품으로 묵묵히 증명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인텔이 변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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