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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태블릿이 PC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여전히 PC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N스크린 시대니 모바일 시대니 아무리 이야기가 나와도 PC는 개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장 많은 기능을 가진 고성능 디지털 디바이스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긴 하지만 그 가능한 작업들 대부분이 PC에서 가능한 것을 옮겨갔음에 지나지 않음을 보면 PC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그 기세가 한풀 꺾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특히 높은 성능이 그리 필요없는 분야에서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죠. 그런 만큼 PC 시장의 맹주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대책을 내놓아야만 했습니다.
윈도우8의 마이크로소프트
그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답은 작년 10월에 나온 윈도우8입니다. 기존의 마우스와 키보드 중심의 인터페이스 위에 터치스크린 중심의 UX를 올려놓았습니다. 애플리케이션 또한 기존의 윈도우 애플리케이션과 호환되긴 하지만 윈도우8에서만 돌아가는 전용 앱을 자사의 윈도우 스토어에서 제공하는, 매우 스마트폰스러운 방식으로 바뀌었죠.
이런 과감한 변신은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상당히 중대한 결단이었습니다만, 윈도우8 발매 후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가장 인기를 얻었던 윈도우 중 하나인 전작 윈도우7에 만족하고 있었던 이용자 입장에서는 터치스크린 UX를 위해 전통의 시작 버튼 등 익숙한 사용법이 일방적으로 제거되면서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배워야 한다는 것은 큰 불만이었습니다. 여기에 윈도우8의 자랑인 터치스크린 UX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앱 또한 질적인 면이나 양적인 면에서 매우 부족한 상태로 출시되었고 그 문제는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OS의 변화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터치스크린을 도입하면서 그동안 계속 저렴해져 가고 있던 PC의 가격이 한단계 상승합니다. 터치스크린 자체만으로도 단가가 올라가는데다가 컨버터블 제품의 경우 변형 기구에 대한 신규 개발비가 단가에 포함되면서 제품의 최종 가격은 더 올라버렸죠.
높은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예전과 같은 방식의 저렴한 터치스크린 없는 윈도우8 PC를 사자니 그렇게나 MS가 강조한 터치스크린 없이 윈도우8을 제대로 쓸 수 있는지도 의구심이 들겠죠. 어떤 쪽으로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결과는 판매량으로 나타납니다. 윈도우8 탑재 PC의 판매량은 초기에는 비교적 괜찮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별다르게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델, 후지쯔, 삼성전자 등 유력 PC 제조사들이 윈도우8 때문에 새로운 PC가 팔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으며 실제로도 출시 5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점유율은 그다지 평가가 좋지 않았던 윈도우 비스타보다도 못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MS에서 윈도우8 개발을 주도했던 스티븐 시놉스키 사장은 작년 11월 사퇴했죠.
한마디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윈도우8은 그리 성공적인 한수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말은 안 하지만 애플과 구글은 좋아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 인텔은?
하지만 PC에 마이크로소프트만 있는 건 아니죠. 최고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인텔은 x86 플랫폼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기업에 가까울 정도로 경쟁 기업을 멀찍이 떨어뜨려 놓고 달리고 있습니다. 2년에 한번씩 아키텍처와 공정을 각각 갈아 엎는 Tick-Tock 전략은 경쟁사에서는 꿈도 못 꾸는 대단한 위업이죠. 달리 외계인을 잡아놓고 고문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아닐 겁니다.
그런 인텔 또한 모바일 분야에서는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위해 나왔다는 아톰 프로세서는 이제야 레노버를 통해 겨우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인 데뷔를 할 예정입니다만, 인텔하면 떠오르는 압도적인 성능 차이는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윈도우를 실은 PC라면 다를 수 있죠. 그야말로 인텔의 본진이니까 말이죠.
인텔 또한 윈도우8을 맞이하여 그에 맞는 3세대 코어 프로세서들을 대거 투입했습니다. Core i3~i7 프로세서들의 가격대성능비나 그 우수성은 말로 하면 입아플 정도죠. 아무리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좋아졌다고 해도 인텔의 코어 프로세서들과는 비교 불가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약점은 있죠. 데스크탑이나 서버 쪽이라면 몰라도 모바일 쪽에서는 전력소모량 때문에 오랜 시간 이용할 수 없고 발열도 심각합니다. 덕분에 냉각 팬과 팬으로 인한 소음도 함께 따라갑니다. ARM 계열보다 한 수 위인 22nm 공정으로 만들어졌는데도 말이죠. 올해 6월 중으로 예정된 Haswell 아키텍처 기반의 제품들은 더 나아질 거라 기대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러나 윈도우8이 모바일을 위해 나온 아톰과 만난다면 어떨까요?
아톰을 윈도우8 태블릿을 구원할 수 있을까?
아톰은 분명 인텔의 코어 계열에 비해서는 한참 떨어지는 성능입니다만, ARM 계열의 프로세서와는 다른 강점이 있습니다. 바로 x86 플랫폼으로 윈도우와의 호환성이 있다는 점이죠. 이 아톰이 윈도우8에서도 잘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그 최적화를 위해 상당 부분 신경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윈도우8 태블릿에 채용된 아톰 Z2760 1.8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복잡한 작업을 시키면 좀 버벅대긴 하지만 간단한 작업에는 충분한 성능이고 동영상 또한 1080p 수준까지는 대부분 무난하게 재생 가능합니다.
그리고 코어 프로세서 계열이 갖지 못하는 긴 사용시간까지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라지온에서 직접 시험해 본 바에 따르면 윈도우8 태블릿 가운데 코어 i5 탑재 모델은 대부분 3시간~3시간 30분 정도의 동영상 재생 시간을 보여줍니다만 아톰을 탑재한 LG 탭북 H160은 무려 10시간이 넘는 동영상 재생 시간을 자랑합니다. 그 정도면 ARM 계열의 태블릿 컴퓨터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시간이죠.
이 긴 배터리 사용시간은 들고 다니는 일이 많은 태블릿 컴퓨터에게 있어서는 무척 중요한 부분입니다. 애초에 ARM 계열의 프로세서들이 인기를 모은 것 또한 낮은 소비전력에 괜찮은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었죠. 몇시간 쓰지 못하는 코어 프로세서 계열의 태블릿 컴퓨터보다 아톰을 가진 윈도우8 태블릿이 더 나아보이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아톰에게 걸린 족쇄
하지만 아톰이 윈도우8 태블릿 제품군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인텔이 걸어놓은 족쇄 때문이죠.
인텔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윈도우8 태블릿에 들어가는 아톰 Z2760의 제원입니다.
듀얼코어인 건 그렇다쳐도 64비트 프로세서가 넘쳐나는 시대에 32비트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용 가능한 RAM은 겨우 2GB입니다. 스마트폰도 이제는 2GB RAM을 갖고 나오는 제품이 많은데 더 큰 애플리케이션들이 많은 태블릿 PC에서 2GB로 RAM에 제한을 두는 건 느린 처리속도를 넉넉한 메모리로 보완할 수 있는 길 자체를 틀어막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없이 가상화 기술 또한 막아놨죠. 클럭 주파수 또한 1.8GHz에 머물러 있습니다. 참고로 활동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1대1로 비교하기는 무리겠지만 레노버의 스마트폰 K900에 들어간 또 다른 아톰 프로세서인 아톰 Z2580의 경우 같은 듀얼코어지만 클럭 주파수는 2.0GHz로 태블릿 PC에 들어가 Z2760보다 높습니다.
인텔과 MS가 넷북 시절의 아톰 프로세서에 대해서도 인위적인 제약을 가했던 상황이 현 시점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되는 셈입니다.
다행인 것은...
올해 투입될 예정인 실버몬트 아키텍처 기반의 신형 아톰 프로세서는 기존과는 다른 ouf-of-order 방식에 더 높은 클럭주파수와 64비트 방식, 가상화 기술 또한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공정 또한 구형의 32nm에서 최신 22nm로 바뀝니다. 아마도 Z2760의 세부 제원을 정했던 당시와 달리 신형 아톰 프로세서에 대한 제원을 정할 때에는 정책의 변화가 있었던게 아닐까하는 짐작입니다만. 뒤늦게라도 방향을 틀었으니 다행입니다.
어찌되었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기다려야 제법 쓸만한 윈도우8 태블릿이 나올 듯 합니다. 새로운 아톰 프로세서는 더 나은 성능과 함께 코어 계열과는 다른 오래 가는 배터리 이용시간을 갖고 있겠죠. Haswell 기반의 코어 프로세서들 또한 현재의 프로세서들보다는 더 나은 저전력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현 시점에서 윈도우8의 운명은 마이크로소프트보다는 인텔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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