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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가 보여주는 애플의 한계와 활로

늑돌이 201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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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는 휴대폰 업계에 던져진 엄청난 위력의 폭탄이었습니다. 본 고장인 미국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의 Walled Garden이었던 대한민국에도 극심한 변혁을 일으켰죠. 아이폰 출시 이후 일반 휴대폰 위주의 사업을 하던 기존 휴대폰 제조사들 가운데 잽싸게 스마트폰 위주로 갈아탄 극소수의 업체들 빼고는 시장 자체가 재편될 정도로 휴대폰은 스마트폰이 되었고 기존의 스마트폰들 마저 아이폰과 경쟁이 되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된서리를 맞고 위축된 상황입니다.


UX, 디자인, 아이튠즈 스토어, 독립성


아이폰이 가져온 혁신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먼저 내세울 수 있는 건 UX죠. 펜이 없이 손가락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정전식 터치스크린의 채용과 함께 전면에 물리 버튼 말고는 모두 터치스크린으로 처리하는 과감한 변화 속에서도 내부의 iOS가 제공하는 UI는 이용자들에게 차별성있는 편안함을 제공했습니다. 그동안 터치스크린을 제공하는 휴대폰은 적지 않았지만 제대로 터치스크린을 활용하는 휴대폰은 아이폰만한게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제품 디자인 또한 기존 휴대폰들의 투박함에서 벗어나 크롬이나 알루미늄 재질을 도입하여 악세사리 같은 느낌이 날 정도의 세련됨을 자랑했죠.

자사 만의 아이튠즈 스토어를 기반으로 양질의 앱과 콘텐츠를 제공하여 실제로 제대로 돌아가는 콘텐츠 유통 채널을 만들었고 이는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그동안 이동통신사에게 완전히 종속적이었던 다른 휴대폰들과는 달리 아이폰만은 어느 나라의 어느 이통사를 가도 같은 종류의 앱을 제공하게끔 고집을 관철했습니다. 덕분에 아이폰 만큼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불필요한 앱들이 화면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는 iOS의 업그레이드를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장점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미리 설치되는 이통사의 몇몇 앱과의 호환성 문제 때문에 업그레이드가 수시로 늦춰지는 타 플랫폼과는 다르죠.

그렇게 아이폰은 무려 아이폰, 아이폰 3G, 아이폰 3Gs, 아이폰 4, 아이폰 4S, 아이폰5까지 모두 여섯 종류를 내보내면서 롱런을 하고 있습니다. 나오는 제품마다 대히트를 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전통의 강자였던 노키아는 무너지고 있으며 몇몇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폰 분야에 적응하지 못해 힘겨워 하고 있죠. 기존에 블랙베리 브랜드로 강세를 보이던 RIM마저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아이폰 이전에는 휴대폰을 만든 적이 없는 애플이 일으킨, 엄청난 변화였습니다.



아이폰의 한계


하지만 아이폰이라고 언제나 천하무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초기에는 아이폰과 iOS의 뛰어난 완성도가 다른 스마트폰 제품군과의 격차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경쟁 업체, 특히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차이가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성능을 담당하는 AP나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의 부품은 어차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큰 차이가 날 수 없고 제품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단일 기종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는 아이폰이 오히려 불리하죠. 특히 아이폰 자체의 특징[각주:1] 때문에 그 선호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남은 시장을 경쟁 제품이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의 자랑거리인 소프트웨어적인 완성도 또한 안드로이드 4.0 ICS 이후로는 상당히 쓸만하다는 평가를 받아 iOS의 우위가 아슬아슬한 편입니다.

결국 애플은 먼저 나서서 앞길을 개척해 놓았지만 아이폰의 장점을 빠르게 배우고 따라오는 Fast Follower에 의해 애플은 위협을 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경쟁 업체가 채용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을 매번 들고 나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애플도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인지라 늘 그럴 수만은 없죠. 특히 아이폰5의 경우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진작에 쓰였던 와이드 화면비를 뒤늦게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아니지만 태블릿 컴퓨터인 아이패드 미니 또한 경쟁사의 7인치 태블릿을 따라 나왔고 그 판매 전략 또한 비슷합니다. 분명 아이폰5는 좋은 스마트폰이지만 예전만큼의 경쟁 제품과의 압도적인 격차는 보여주지 못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특정 환경에서 따져보면 AS 품질이나 늦어진 LTE 도입, 고객과의 소통 수준 등 오히려 뒤지는 부분도 있고 말이죠.



애플에게 남은 길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빠른 추격으로 인해 애플의 발길 또한 급해졌습니다. 아이패드 3세대 출시 이후 이례적으로 7개월 만에 4세대가 나왔고 아이폰 또한 예전과는 더 짧은 주기로 신제품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 정도입니다. 경쟁사에 대한 잦은 소송은 애플의 심각한 태도를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애플에게는 남은 길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라인업별 단일 기종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속적인 혁신을 단행하여 경쟁 제품과 격차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지금보다 기종을 늘리는 것으로 경쟁 업체에 대응하는 것이죠. 아마도 애플은 전자와 후자 두가지를 다 고려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애플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A6 계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엑시노스나 스냅드래곤으로는 쫓아오지 못하는 아이폰만의 고성능을 내고, 타사 AP에 의존해서 생기는 문제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기도 하죠.
또 한가지, 아이폰5부터 애플은 기존 30핀이 아닌 라이트닝이라는 새로운 단자 규격을 들고 나왔습니다. 애플만의 규격인 라이트닝 포트는 성능도 좋긴 하지만 타 경쟁사들이 채용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감성적인 만족을 위한 멋진 디자인도 도입되어 '애플 제품은 이것이 다르다'는 설명을 달 수 있게 하는 또 한가지 요소가 되겠죠. 경쟁사가 아무리 고해상도에 더 얇고 가벼운 고성능 제품을 들고 나와도 라이트닝 포트를 이용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소프트웨어 면에서도 아이폰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해나가는 것이 경쟁사 콘텐츠의 배제인데, 오랫동안 아이폰의 안방을 차지하며 이용자들을 도와줬던 구글 지도의 퇴출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대신할 애플 지도의 콘텐츠가 구글 지도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어서 오히려 불만을 사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종을 늘리는 측면에서는 이미 9.7인치라는 전통적인 화면에서 벗어나 7.9인치를 채택한 아이패드 미니라는 새 모델의 출시를 통해 그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습니다. 아이폰 또한 현재의 아이폰 라인업은 고급 사용자를 위한 것으로 놔두고 좀 더 저렴하지만 iOS의 맛을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중급 이하의 모델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애플이 가는 길이 쉬운 길은 아니죠. 하드웨어 성능 경쟁은 여전히 애플에게 힘겨운 부분이고 라이트닝 단자 채용에 대한 반응도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구글 지도 퇴출은 엄청난 불평을 낳았죠. 더 저렴한 모델을 출시하게 되면, 아이폰에게서 경쟁사와는 다른 특별함을 원했던 이용자들이 경쟁사를 닮아가는 애플에 실망하고 떠날 수 있으니 말이죠. 자신이 낸 금액보다 저렴한 돈으로 '아이폰'을 소유하는 계층이 있다는게 마음에 안 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대로 끌고 가기엔 경쟁사의 추격이 거세고 혁신의 부담은 꽤나 큽니다. 달라질 2013년의 애플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1. 내장형 배터리, 확장 불가능한 메모리,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 하드웨어 현지화 미비 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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