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진짜로 스마트폰 사업을 그만 둘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수년간 큰 적자를 감당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만들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전망은 결코 밝아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그 이유는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뤄보고요. 오늘의 이야기는 다른 주제입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정말로 그만둔다면 어떻게 될까요? 완전히 그만둘지 아닐지는 결정된 바가 없고, 저 개인적으로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그만 두기를 바라지 않습니다만, 기업 안팎에서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최소한 기존과는 확연히 다르게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을 대할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LG 스마트폰이 아예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가정 하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이야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재편 : 삼성, 애플, 그리고 중국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올 부분에는 역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LG전자 스마트폰이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시장 비중이 10%대로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아예 안 나온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죠.
이미 경쟁력을 잃은 플래그십 시장에서야 그렇다쳐도 50만원 미만의 중저가 제품의 경우라면 LG 제품 또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LG가 더 이상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면 삼성전자가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되고, 나머지는 중국산 스마트폰이 시장을 차지하겠죠. 아직 중국산 제품은 보안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은 삼성전자 차지가 되어버리는 셈입니다. 중국 업체 또한 삼성이 채워주지 못하는 저가형 라인업을 꾸준하게 밀고 나간다면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중국 업체가 고가 제품군까지 노리기에는 아직 무리라 생각이 들고요.
결국, 대략 아이폰 SE 가격대 이상의 제품은 삼성과 애플의 경쟁이 될 것이며 그 이하에서는 삼성과 중국 업체들의 경쟁으로 이어지겠죠.
LG전자와 스마트 일렉트로닉스
스마트폰이 없어지는 거지만 LG전자의 다른 제품군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부문이죠. 전통적인 의미의 가전 제품들도 요즘은 스마트 가전이라는 분류를 가지며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에서 전장이라 불리는 요소 또한 마찬가지고요.
LG전자는 그동안 ThinQ라는 브랜드로 자사의 AI 관련 내용을 통합하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드웨어는 오랜 경험으로 이제 잘 만들어내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직 아쉽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죠.
개별 제품도 그런데 플랫폼 차원으로 가면 미국과는 상대가 되지 않고 오히려 후발주자인 중국에 뒤지는 부분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소프트웨어 쪽은 로얄티를 듬뿍 내며 탈탈 털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스마트폰 부문에서 소프트웨어를 그나마 많이 다뤘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죠. 스마트폰이 사라진다면 이제 LG전자에게 그나마 남는 건 TV의 webOS나 노트북 PC인 그램 정도일텐데 전자는 TV에 한정되어 있고 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10이 꽉 잡고 있는지라 큰 의미는 없을 듯 합니다.
독특한 폰이 줄어들 것이다
LG는 그동안 경쟁사에 비해 비교적 개성적인 폰을 많이 내놓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G4의 가죽 재질이나 모듈형을 표방한 G5은 물론이고 가장 최근의 윙 같은 제품까지 말이죠. 이런 특성은 LG 스마트폰이 적자를 내는데 기여를 한 요소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만 진행한 여러가지 시도 가운데 소비자의 호응을 얻은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을 음원 재생 전문 도구로 격을 높여준 하이파이 DAC을 내장한 일이나 G6까지 최고의 기술력으로 모바일 디스플레이로 LCD를 제공했던 일 또한 그렇습니다.
오래 전에 단종시켰던 4대 3 화면 비율의 뷰 시리즈 또한 은근히 팬 층이 있었죠. 적지 않은 분들이 단종을 아쉬워한 제품이었습니다.
실험적인 차원이었지만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겪게 해줬던 V50의 듀얼 디스플레이나 G5의 모듈 방식 채용 또한 의미가 없던 일은 아니었죠.
LG전자의 문제점은 이런 개성적인 제품을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출시 전부터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연구하거나 소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설익은 제품을 내놓았다는 것이겠죠. 기껏 시장에 나온 제품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지원도 부족했다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부분들이 엮이면서 이런 '튀는' 제품들은 LG전자의 스마트폰이 가진 차별성은 되었지만 타사 대비 판매량을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제조 협력사들
마지막으로 소비자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일 수 있지만 그동안 LG전자 스마트폰을 위해 각종 부품을 납품하던 업체들에게 지금 이 상황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겁니다. LG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사가 걸린 상황일 수도 있는 것이죠.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더라도 다른 부문에서 번 돈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겠지만 스마트폰의 부품을 납품하던 협력업체들에게는 꽤나 곤란한 상황이 되겠습니다.
최근의 정세에서 보셨다시피 나라 안의 제조업 기반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역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업은 시장에서 무언가 팔아서 이익을 내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시장에서 철수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차원에서 본다면 LG전자라는 대기업이 스마트폰을 포기하고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다른 부문에 집중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겠죠.
다만 오랫동안 LG 스마트폰을 써온 입장에서는 그동안 LG전자가 놓쳐온 수많은 가능성과 기회들을 놓쳐버렸다는 점은 감정적으로나마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군요. 특히 LG전자 내부 역량 면에서 소프트웨어 파워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어떤 형태로든 유지하길 바랍니다. 지금과는 다르더라도 분명히 가능한 길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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