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가 대중화시킨 태블릿 컴퓨터 시장은 삼성 갤럭시 탭과 모토롤라의 줌을 시작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의 적극적인 참여로 확장 일로에 있었지만 근래에 들어와서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IDC에 따르면 2014년 2분기 태블릿 판매는 1분기보다 1.5% 줄어든 4930만대였고 이에 대한 분석이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태블릿 컴퓨터 시장에서의 인텔의 움직임이 있었다.
인텔 프로세서는 태블릿과 안 친했다
아주 오래 전 윈도XP 태블릿 PC 에디션을 시작으로 나온 소수의 태블릿 컴퓨터를 빼면 인텔과 태블릿의 인연은 그리 깊지 않은 편이었다. 오히려 태블릿 컴퓨터 시장의 융성은 인텔 x86 프로세서와 윈도우가 쌓아놓은 풍족한 유산을 과감하게 버리고 ARM 기반 프로세서를 선택한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등장과 함께 했다는 점을 보면 확실히 인텔과 태블릿은 먼 사이다. 큰 인기를 얻으며 확장되고 있는 태블릿 시장에서 인텔은 스마트폰 분야와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소외당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아톰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인텔은 태블릿 컴퓨터 시장에 정성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클로버트레일의 뒤를 이어 나온 베이트레일 아톰은 전작에 비해 더 높은 성능과 더 낮은 전력 소비량으로 호평을 받으며 조금씩 시장에 파고 들었다. 인텔 측에 따르면 특히 브랜드 없이 나가는 화이트박스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인텔은 올 한해 태블릿 시장에서 자사 프로세서를 사용한 태블릿 판매량으로 3천만대의 목표를 초과 달성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인텔 프로세서는 태블릿 시장에서 점유율을 무려 15%를 달성하는,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결과를 낳게 된다.
인텔이라면 윈도우?
그런데 신기한게 있다. 윈도우8 기반 태블릿으로만 그만큼 많이 팔린 걸까? 보통 인텔 프로세서로는 윈도우 태블릿만 만들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건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인텔 프로세서는 윈도우 태블릿을 중심으로 쓰이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조금씩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도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통신 모뎀 문제에서 자유로운 태블릿 시장에서는 더더욱 용이한 일이다.
안드로이드 시장 진입 초기만 해도 소프트웨어 호환성이나 낮은 버전의 OS 지원 문제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에서 제외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MS에서 벗어나는 인텔
이미 인텔은 근래에 있던 여러번의 인텔 개발자 포럼(IDF; Intel Developer Forum)에서 안드로이드에 대한 관심을 천명했고 얼마 전 구글이 소개한 안드로이드 L에 대한 지원 역시 공식적으로 표방한 상태다. 한때 4.1에 머물렀던 x86 프로세서용 안드로이드 버전도 4.4 킷캣으로 올라갔으며 앱 호환성 문제도 많은 부분 해결했다. 1
인텔에게 오랜 전우였던 윈도우라는 강력한 OS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는 이유는 태블릿 시장 때문이다.
이용자는 태블릿 UX 면에서 불편함이 많은 윈도우보다는 처음부터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를 더 선호한다. 두 플랫폼 가운데 윈도우는 데스크탑용 애플리케이션이 풍족하지만 키보드와 마우스 또는 터치패드가 있어야 제대로 활용 가능하고 터치스크린 위주로 쓰는 태블릿용 앱의 질과 양은 비교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안드로이드가 많다.
같은 이유로 윈도우 태블릿을 제대로 쓰려면 키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품의 단가를 올려서 보급형 시장에서의 경쟁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안드로이드는 그런 문제가 없다.
그런 이유로 인텔은 안드로이드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인텔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현재 태블릿 컴퓨터 시장에서 나름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태블릿 시장만 생각할 때 인텔 x86 vs. ARM 계열 프로세서의 대결이 될텐데, PC에서 Intel Inside가 발휘했던 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게 사실이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가 경쟁 제품에 비해 느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성능이나 저전력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 하고 있다. 특히 ARM 계열에는 다양한 제조사로부터 다양한 라인업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인텔이 여기에 일일이 대응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지금이야 시장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잘못하면 인텔 프로세서는 그저 수많은 ARM 계열 프로세서 제조사들과 비슷한 하나로 전락할 수도 있다. 화려했던 PC 시장에서의 과거를 생각해 보면 도저히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일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ARM 계열 프로세서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 14nm 공정 프로세서의 빠른 도입을 통해 저전력을 달성함과 동시에 최고의 성능까지 잡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기본이고 인텔 프로세서만 줄 수 있는 새로운 경험도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제조사와 함께 제대로 인기를 끌 수 있는 대표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울트라북이 나온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최고의 스타는 맥북 에어다. 인텔 태블릿에는 아직 그런 제품이 없다.
자, 이제 마무리 하자. 이미 인텔은 충분히 시간을 낭비했다. 빠르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태블릿 시장에서는 그동안의 인텔이 누린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반대로 지금 제대로 한다면 인텔의 '영광의 나날'은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다.
- 다만 프로세서 아키텍처가 다른지라 이미 만들어진 앱의 경우 하드웨어를 직접 액세스하게 만든 부분은 완벽하게 호환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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