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스마트'를 달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처럼 수많은 기기들이 '스마트' 딱지를 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가전 제품인 TV도 결코 예외가 아니죠. 덕분에 TV 업계에서 스마트 TV의 바람은 매우 거셉니다만 정작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뜻 미지근합니다. 그 편의성이 광고한 만큼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스마트 TV의 스마트 요소[각주:1]는 고급 모델에 들어가는 옵션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TV와 스마트 TV 엔진이 일체화된 형태가 시장에는 대부분이지만 실제 이용률은 낮은 편입니다. 몇번 써보고 흥미를 못 느끼면 그냥 TV만 보게 되죠. IPTV나 디지털 케이블 TV에는 지금의 스마트 TV가 보여주지 못하는 화려한 영상 콘텐츠가 잔뜩 있기 때문이죠. 웹 서핑이나 앱은 아직까지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눈이 높아진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준은 아니고 말입니다.
정작 스마트 TV가 필요한 이들도 TV를 구입한지 얼마 안 되었다면 그 스마트 TV 엔진 때문에 다시 새로 구입하기는 부담이 되고요, 그래서 시중에는 스마트 TV 엔진만 따로 떼어 셋톱박스 형태로 파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국내에서는 정식 출시되지 않아 그 기능을 다 못 쓰는 애플TV나 올해 발매한 다음TV+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TV 업계의 거두인 LG전자에서도 이러한 셋톱박스를 발표했습니다. 바로 스마트 업그레이더[각주:2]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1. LG 스마트 TV를 쓰는 느낌


LG 스마트 TV에 내장된 넷캐스트(NetCast)를 기반으로 한 제품인 만큼 처음 써볼 때의 느낌은 확실히 LG 스마트 TV와 같은 느낌이 들죠. 올해부터 바뀐 세대의 패널로 분리된 화면 구성이나 아이콘, 메뉴 배치는 같은 스타일입니다.


여기에 LG 시네마 3D 스마트 TV에 들어가는 매직 리모콘과 닮은 것이 스마트 업그레이더에도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KBS, MBC, YTN, MNET 다시보기 등 VOD 콘텐츠도 구색을 갖추고 있습니다.


통합 검색 기능을 제공하여 관련 콘텐츠를 한번에 검색할 수 있습니다.

3D 영상의 경우에도 별도의 3D 패널을 할당하고 제공 중입니다. 특히 근래에 뽀로로 3D 버전이 공개되었네요.


무선랜을 내장하고 있어 굳이 유선으로 이더넷을 연결할 필요는 없습니다. HDMI 단자 하나와 이더넷 단자 하나, 그리고 USB 단자 2개가 준비되어 있네요.

이렇게 있으니 소니나 삼성, 대우, 하이얼 등 다른 제조사의 TV가 있어서 이 스마트 업그레이더만 있으면 LG 시네마 3D 스마트 TV를 쓰는 기분이 날 것 같기도 합니다.


2. 스마트 업그레이더, 스마트 TV와는 다르다



하지만 스마트 업그레이더는 LG 시네마 3D 스마트 TV와는 화면 모습은 닮았지만 다릅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급받는 콘텐츠와 앱의 양입니다. 비록 많은 콘텐츠와 앱을 공유하고 있지만 LG TV로 공급되는 콘텐츠와 앱 전부를 스마트 업그레이더에서 볼 수는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번 런던 올림픽 3D 시청용 앱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2002년 월드컵도 아닌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보고 만족하라뇨.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LG 스마트 TV와 동등한 콘텐츠를 제공해도 모자랄 판에 TV보다 모자란 양의 콘텐츠라면 스마트 업그레이더의 대중성에 훼손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매직 리모콘 또한 TV용과는 미묘하게 달라서 호환은 되지 않으며 음성 검색은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볼륨 조절 기능이 없기 때문에 스마트 업그레이더의 매직 리모콘 만으로는 TV 시청이 불가능합니다. TV 리모콘이 있어야만 볼륨 조절을 할 수 있거든요. 이 부분도 좀 이해가 안 됩니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개선되었으면 하네요.


아마도 단가 때문에 삭제되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오디오 출력을 담당하는 단자가 하나도 없어서 HDMI로 연결하지 않으면 소리를 듣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HDMI-DVI 젠더로 연결하시려는 분들은 고민 좀 하셔야 할 듯 하네요.


3. VOD 콘텐츠는?


현재 제공 중인 프리미엄 VOD 콘텐츠입니다. 실시간 방송은 없고 모두 다시보기만 가능합니다만 지상파 3사 가운데 SBS는 빠져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EBS가 빠진게 더 서운합니다만.


MBC는 현재 다시보기가 무료입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VOD 콘텐츠가 별로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개별 채널들을 따로 따로 결제하는 것은 보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귀찮은 부분입니다. LG전자 측에서 패키지 요금제를 만들어주는게 어떨까 하네요.

무료로 즐기겠다면 유튜브 콘텐츠가 꽤 볼만합니다. 공중파의 경우 방송국에서 아예 공식적으로 유튜브에 지난 인기 콘텐츠를 올려두곤 하는데 몇몇 콘텐츠는 재생이 막혀있는 것도 있지만 꽤 볼만한 화질이 나오는 것도 적지 않습니다. 유튜브의 성장과 지배력은 확실히 무섭습니다.


VOD 콘텐츠 가운데에는 3D 영상을 모아놓은 3D 월드 콘텐츠가 있긴 한데, 3D에 관심이 있다면 좋겠지만 이들을 그냥 2D로도 보는 방법도 같이 제공하면 어떨까 합니다. 해상도에서의 약간의 손실만 감안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죠.


참고로 LG 스마트월드 자체가 스마트폰 세계에서도 그다지 수준높은 앱스토어는 아니었지만 TV에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매직 리모콘만으로 이들을 제어하는 건 아직 불편합니다. 몇몇 무료 앱들은 다운로드 후 유료 결제를 필수로 요구하기도 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4.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은 스마트쉐어



스마트 업그레이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은 스마트쉐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쉐어는 한마디로 유무선을 통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공유하는 기능입니다.


우선 WiFi 또는 이더넷에 접속하면 DLNA를 통해 같은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는 다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에 있는 미디어 파일을 스마트 업그레이더에서 재생할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USB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경우 PMP나 DivX 플레이어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다음TV+와의


2250 DMIPS의 Mediatek의 MT5369 프로세서에 1GB의 RAM을 장착하고 있는 만큼 동영상 재생 능력에 있어서는 상당히 뛰어납니다.

음성 코덱에 DTS가 들어있는 경우는 안 되지만 그 밖의 대부분의 영상들은 720p건 1080p건 무리없이 재생해 줍니다. 우리가 보통 아는 AVI, MKV 뿐만 아니라 플래시 영상인 FLV나 3GPP 등도 잘 재생해 줍니다. 자막 활용에 있어서 까다로운 DLNA와는 달리 이 경우 자막도 잘 보여주고 말이죠. TV와 연결하는 만큼 동영상 감상은 분명 스마트 업그레이더의 장점입니다.
사진이나 음악도 잘 보여준다는 건 따로 말할 필요도 없겠죠.


5. 심각한 문제 : UX


스마트 업그레이더를 쓰면서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콘텐츠도 반응 속도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UX였죠. 한마디로 현재의 스마트 업그레이더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고급 UX들을 경험해 온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힘듭니다. 매직 리모콘 자체의 아이디어나 감도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지만 이를 적용한 부분에 문제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처음 이용자를 맞이하는 위 화면에서 커서를 맨 옆으로 가져간다고 해서 다음 패널로 스크롤 되지 않습니다.


검색에 나오는 화면의 가상 키보드가 각각의 메뉴 별로 다 달라 이용자에게 혼란을 줍니다. 특히 스마트 업그레이더의 매직 리모콘이 음성 입력 기능이 삭제되어 음성 검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용자에게 저 많은 화상 키보드들에게 적응하라는 것은 글쎄요....

이 글에서만 세번째로 등장하는 매직


이 뿐만 아닙니다. 매직 리모콘의 버튼별 기능 역시 메뉴별로 다 다른 역할을 합니다. 어떤 메뉴에서는 화살표가 하는 일을 어떤 메뉴에서는 휠 버튼이 하고 있기도 하고 전혀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TV에 있어 리모콘이란 리모콘 자체를 보지 않고 화면만 보고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볼륨 조절이 안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대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 : 기계보다는 플랫폼을 팔아라


이제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LG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 업그레이더는 흥미로운 점도 많지만 단점도 여러가지 눈에 띄는 제품입니다. LG전자 시네마 3D 스마트 TV와 거의 같은 넷캐스트 플랫폼을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이용 가능한 콘텐츠의 수가 적다거나 제한받는다는 점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죠. 매직리모콘이라는 좋은 리모트 컨트롤러를 제공하지만 이를 활용한 UX가 혼란스럽고 음성 인식과 볼륨 조절이 안 된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한편, 현 시점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 TV의 기능을 즐긴다는 측면에서는 나름 긍정적인 제품입니다. 누가 뭐래도 LG전자는 메이저 TV 제조사니 콘텐츠에 대한 꾸준한 공급을 기대할 수 있고 말이죠.

현재의 스마트 업그레이더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제품을 내놓으면서 기계만 판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그저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를 파는 것이 아닌, 이용자에게 똑똑한 TV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쓸 수 있다는 즐거운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는 것이죠. 그 경험은 LG의 시네마 3D 스마트 TV나 스마트 업그레이더나 공통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스마트 업그레이더를 구입한 이가 나중에 LG TV를 선택하도록, 반대로 LG TV에서 다른 TV로 떠나가는 이들 또한 그 경험을 잊지 못해 스마트 업그레이더를 따로 사도록 유도해야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야 합니다.

非 TV 제조사들도 스마트 TV에 도전하는 현 시점에서 앞으로 LG전자가 스마트 TV 분야에서 과연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됩니다.











  1. 편의상 스마트 TV 엔진이라 부르겠습니다. [본문으로]
  2. 좀 길죠. 원래 이 제품은 스마트 TV 업그레이더인데 그나마 TV를 빼고 줄어든 겁니다. 요즘 LG전자 TV 부문은 왜 이리 이름을 길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LG 시네마 3D 스마트 TV'같은 이름도 그렇고 말이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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