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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릴 적부터 PC를 다뤄보신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8비트 시절에 꽤 유명했던 MSX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애플 II 플러스 복제기종, 삼성전자의 SPC-1000과 함께 8비트 PC 시장을 이끌어갔던 존재죠.
추억의 가정용 컴퓨터 표준 규격, MSX
MSX는 MicroSoft eXtended의 약자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스키 사의 협력 1으로 만들어진 가정용 컴퓨터를 위한 표준 규격입니다. MSX 로고를 달고 있으면 주변기기나 소프트웨어 모두 호환해서 쓸 수 있다는 개념을 모토로 출발했죠. 2
당시 서로 다른 기종끼리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가 전혀 호환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같은 회사 제품끼리도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다분했습니다. 이렇게 호환성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에 MSX의 등장은 매우 참신했었죠.
덕분에 당시 우리나라의 가전3사나 일본, 유럽이나 중동, 브라질 등지에서는 상당 수준 시장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다만 MS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았죠.
결과적으로 MSX 제품군은 무려 500만대나 팔리는 실적을 거뒀고 규격 또한 MSX2를 거쳐 16비트인 MSX Turbo R까지 나왔습니다만, 16비트 시대에 IBM PC 호환 기종으로 PC 시장이 통일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윈도폰과 MSX
80년대에 유명했던 MSX를 왜 지금에서야 이야기하냐하면, MSX를 보고 있자면 근래의 윈도폰 플랫폼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점이 적지 않아요.
둘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고, 마이크로소프트가 OS를 비롯, 전반적인 부분에 참여한 것은 물론입니다. 다양한 기업에서 만들었지만 호환성을 위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거의 동일하게 가져갔던 MSX 기종들과 비슷하게 엄격히 통제된 제원으로 출시된 윈도폰 스마트폰들이 그렇습니다. 윈도 모바일용 스마트폰인 HTC의 HD2가 다른 제원은 거의 비슷했지만 버튼 갯수가 윈도폰 표준 제원에 안 맞는다고 윈도폰 OS를 올리는 걸 막았던 전례가 있을 정도죠.
그리고 또 한가지, 게임에 강점을 두고 있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MSX에서의 게임, 윈도폰의 XNA
MSX에서 게임 콘텐츠는 무척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서구의 게임 전문 미디어에서는 MSX를 게임기로 인식할 정도로 말이죠. 코나미의 명작 잠입액션 게임인 메탈기어 시리즈가 MSX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아시는 분은 다 아실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MSX의 붐이 사라진 이후에도 대우전자에서 MSX 컴퓨터를 게임기로 개조한 재믹스를 통해 그 명맥을 이어 나갔던 일도 있습니다.
윈도폰은 자사의 게임기인 XBOX와의 연계를 무척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윈도폰으로 XBOX Live에 접속하는 것은 물론, 윈도폰으로 게임을 구입했을 때만 얻는 유니크 포인트도 있습니다. 윈도폰용 게임도 윈도폰용 애플리케이션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이란 것을 감안하면 충실한 편이죠.
더구나 비주얼 스튜디오+XNA를 조합하면 윈도폰과 XBOX360에서 동시에 돌아가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개발 도구도 무료입니다. PC용 윈도의 개발 환경에 익숙한 개발자라면 쉽게 옮겨갈 수 있는 셈입니다. 3
공통점이 많은 윈도폰과 MSX, 문제는?
이처럼 윈도폰과 MSX는 나름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점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어떨까요?
MSX가 있을 때에 다양한 제조사가 만들어내면서도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습니다. 다양성이 있는 건 좋지만 호환성이 없어지면 MSX의 의미가 없어지니까 말이죠.
윈도폰 또한 다양한 제조사가 만들어내지만 소프트웨어 호환성은 물론, 시스템 업데이트도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해 제원이 엄격하게 통제됩니다. 관심이 있다면 아시겠지만 현재 나온 모든 윈도폰은 퀄컴의 프로세서를 이용하며, 해상도는 480x800입니다. 외장 메모리 카드로 메모리를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4
그러한 엄격한 통제는 분명 장점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윈도폰을 사도 그 기능을 이용하는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믿음이 있고, 각 제조사의 사정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OS가 업데이트되어 새 기능을 빨리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에 윈도폰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시장에는 다양한 제원과 기능의 스마트폰이 존재하고 그 변화의 속도 또한 빠릅니다.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채용한 스마트폰은 이제 아주 흔하고 쿼드코어를 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해상도 또한 960x540 qHD 디스플레이를 넘어서 1280x720의 HD 수준까지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외장 메모리 슬롯이 없으면 매우 독특하다는 평가를 듣는 것도 그렇죠. 테더링이 안 되는 스마트폰이 오히려 드문 편이고요.
그러한 최신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발전을 발 빠르게 못 쫓아가는 이유도 있어서 현재 윈도폰은 시장에서 그리 힘을 쓰고 있지 못합니다. MSX가 8비트 시대에는 나름 활약하다가 16비트 PC 시대로 넘어가면서 흐름에 발맞추지 못해 사용자들에게 외면받았던 것이 생각나죠.
여기에 MSX 시절에 비해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는 비교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빨라졌습니다. 엄격한 표준은 외부에서 오는 급격한 변화에 약한 법입니다.
윈도폰은 MSX의 전철을 따라갈까?
윈도폰과 MSX 사이에 30년 가까운 세월이 있는데, 그렇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당시와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진 역량이 다르죠.
소비자 시장에서만 따져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7과 오피스, XBOX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각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 또는 1위를 위협하는 2위의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초기 시장 진입에서 윈도폰이 부진한 건 사실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경쟁 제품인 안드로이드가 예상 이상으로 성장해 버린 탓도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노키아가 윈도폰 진영에 붙었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만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윈도폰의 앞날이 장밋빛깔만인 것은 아닙니다. 경쟁자인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은 여전히 강력하고, 윈도폰의 매력은 아직 일반 소비자에게 충분히 와닿지 않고 있습니다. 윈도폰의 앞날이 MSX와 닮을지 아닐지는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윈도폰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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