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PC용 CPU 시장 독점은 어제 오늘이 아닙니다. IBM PC와 그 호환기종들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점령하고 PC의 대명사가 된 후 인텔의 x86은 곧 PC라고 말할 될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자랑했습니다. IBM PC가 처음 나온 것이 1981년이니 지금까지 계산해 보면 무려 햇수로 37년째 인텔의 독점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이 인텔 x86 아키텍처의 CPU는 처음에는 PC에 머물러 있었지만 점차 기술력을 쌓아 서버나 슈퍼컴퓨터 분야까지도 진출했죠.
물론 지금은 모바일 시대가 되어 ARM을 중심으로 그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만, 컴퓨팅 파워가 필요로 한 분야는 여전히 인텔의 지분은 공고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지나치게 돈이 많은 기업 중 하나가 된지 오래죠.
그렇다고 그동안 인텔에 도전한 회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6비트 PC 시장 초기에는 애플 매킨토시를 기반으로 68000 계열과 PowerPC가 인텔 CPU에 반기를 들었고, AMD나 Cyrix, IDT, Transmeta, VIA 등이 x86 호환 프로세서를 만들어 냈습니다.
대부분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유일하게 AMD는 애슬론 시리즈로 한때 인텔의 시장 점유율을 억제하면서 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적도 있습니다만, 차세대 프로세서 경쟁에서 인텔에게 패배하며 CPU 시장에서 그 존재감도 사라졌습니다.
....만. 그 AMD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ZEN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RYZEN)이라는 이름의 새 프로세서로 말이죠. AMD FX 시리즈도 시작은 제법 그럴 듯 했지만 결과물은 그리 좋지 않았는데, 라이젠은 과연 어떨까요? 이제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날 발표 내용을 영상으로 보실 분은 여기서 보시면 됩니다. 영어-한글 통역 형식입니다. 읽는게 좋으시면 아래로 가세요.
젠 아키텍처가 좋은 점은 한마디로 말해서 빠르기 때문입니다. 늘 인텔한테 뒤졌던 IPC(Instructions Per Clock)가 정말로 오랫만에 앞서게 되었습니다.
처음 선보인 제품은 라이젠7이었습니다.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텔 독점으로 가던 잔잔한 PC CPU 시장에 폭탄을 뻥 떠뜨린 녀석입니다. 인텔 코어 계열과 마찬가지로 7이 가장 높은 성능을 가진 모델입니다만, 더 대단한 것도 나온다는데 기다려 봐야겠네요.
인텔의 동급의 프로세서를 압도하는 성능과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8코어 16스레드로 나온 라이젠 7은 전세계적인 환영을 받았습니다. 특히 1,000달러 수준의 가격을 가진 Core i7 6900K를 절반 가격의 RYZEN 7 1800X가 조금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PC 하드웨어 마니아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장에는 고급 하드웨어 마니아만 있는 건 아니죠. 300달러 미만의 중가 이하의 프로세서 이용자들이 훨씬 많습니다. Core i5가 i7보다 사랑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 나온 것이 바로 라이젠 5입니다.
라이젠 5는 6코어 12스레드 또는 4코어 16스레드로 나왔습니다. 라이젠5의 기함이랄 수 있는 1600X 모델은 6코어 12스레드에 3.6GHz 베이스 클럭, 4GHz 부스트 클럭을 갖고 나왔습니다. 코어가 8개가 아닌 6개라는 점만 빼면 라이젠7 1800X와 비슷한 성능인 셈입니다.
실제로 멀티코어를 충분히 활용하는, 그것도 8개 코어를 다 쓰는 애플리케이션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을 생각해 보면 라이젠5 1600X는 낮은 가격에 고성능을 원하는 분들에게 좋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어 i5 7600K와 비교해도 시네벤치 기준으로 69% 이상 더 높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시네벤치가 전부는 아닙니다만 FX 때는 이런 적이 없었어요.
6코어-12스레드의 라이젠5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앞에서 본 1600X, 또 하나는 그냥 1600입니다. 두 제품은 클럭 속도와 TDP의 차이가 있습니다.
뒤에 X가 붙는 것은 XFR(eXtended Frequency Range)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는 뜻으로 이 라이젠 모델은 CPU의 냉각 수준에 따라 알아서 오버클러킹을 수행합니다. 수냉식 쿨러 다시는 분들은 더 쉽게 높은 클럭을 달성하게 되는 셈이죠.
시네벤치 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좋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라이젠 등장 초기와는 달리 이제는 게임 플레이에서도 나아진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최적화가 이뤄지는 대로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부분이죠.
라이젠 7 덕분에 개인 이용자도 8코어 프로세서를 쓰는게 이상하지 않게 여겨졌지만, 아직 시장은 4코어-8스레드 CPU가 주력이죠. 아마도 이 라이젠5 1400과 1500X의 이용자도 만만치 않게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텔의 주력 CPU랄 수 있는 코어 i5 7500과의 게임 성능 비교입니다. 다만 i5 7500은 4코어 4스레드 모델이죠.
하지만 성능만 가지고는 인텔이라는 거인을 상대하긴 힘들겠죠. 가격은 이렇게 정해졌습니다. 비교해 보시면 알겠지만 어떤 제품은 인텔의 경쟁 모델과 비슷하기도 하고 어떤 모델은 꽤 저렴한 수준이죠.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가격 책정이라는 평입니다.
라이젠5에도 라이젠7과 마찬가지로 AMD SENSEMI 기술이 들어가있습니다. 여기서 XFR은 앞에서 잠깐 이야기했습니다만,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풀어보지요.
라이젠 마스터 유틸리티라는 이름으로 보다 하드코어 이용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정식으로 제공됩니다. 어정쩡한 서드 파티가 아니라는 점이 믿음직스럽겠네요.
AMD FX 프로세서 이용자들에게 화제가 되었던 낮은 소음과 강력한 성능의 레이스(Wraith) 쿨러가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습니다. CPU 구매시 쿨러와 패키징된 제품을 고르시면 살 수 있습니다.
라이젠7이 나오고 나서 많은 불평이 있었던 AM4 플랫폼 메인보드 문제도 이제는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AM4 플랫폼의 메인보드는 모두 5종류의 칩셋을 가집니다. X370, B350, A320이 각각 하드코어 이용자, 주류 이용자, 초급 이용자들로 나뉘고 이 밖에도 X300과 A300이 별도의 쓰임새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어느 정도 PC에 자신이 있다면 X370과 X300 가운데 고르시면 될 것 같네요.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게임 성능 문제도 개발사와 많은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만으로 최대 33%의 성능 향상이 있었네요.
AM4 메인보드를 위한 BIOS와 윈도우 전원 관리 옵션 업데이트를 통해서도 성능 향상이 있었습니다.
AMD는 라이젠으로 자신이 PC CPU 시장의 강자로 다시 돌아왔다고 선언합니다. 라이젠3은 올해 하반기 예정입니다.
메인보드 수급 문제를 AMD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반영한 듯 행사장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AM4 메인보드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라이젠의 성능을 뒷받침해줄 고속 DDR4 메모리도 구경할 수 있었네요.
하지만 행사장에서 가장 흔한(...) 건,
라이젠이 강력한 쿨링 솔루션과 결합한 시스템들이었습니다. 그동안 하드웨어 조립이 귀찮다고 잊고 살았지만 세상에는 하드웨어 마니아들이 참으로 많았더군요. 한마디로 대단합니다.
자, 이제 슬슬 정리할 시간입니다. 라이젠7이 그동안 AMD의 CPU 시장에서의 부진을 한방에 날려버렸다면 라이젠5는 본격적으로 인텔과 대결할 제품입니다.
나온지 얼마 안된 프로세서인 만큼 해결할 문제도 많습니다. 일단 소프트웨어의 최적화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메인보드 등 라이젠과 궁합이 맞는 주변기기의 저변을 넓혀야 하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나온 AMD RYZEN 5/7에는 기대해볼 무언가가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분명히 독점보다는 경쟁이란 좋은 것인데, 이제 경쟁이 시작되려 합니다.
<덧붙임>
RX500 GPU의 엠바고가 풀려 라이젠5와 함께 진행했던 Q&A 영상을 추가로 공개합니다. 열정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던 시간인데 관심있는 분들은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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