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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사물인터넷(IoT) 시장 도전의 의미, 그리고 숨겨진 위험

늑돌이 2015.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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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IT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 가운데 2010년 창립된 중국 기업 샤오미(小米/Xiaomi)를 모르는 경우는 아마도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MIUI를 자사의 OS로 삼아 우수한 가격대 성능비와 애플 스타일의 디자인을 내세운 Mi 시리즈의 스마트폰으로 화제를 모은 샤오미는 조금씩 제품군과 판매량을 늘리면서 어느새 세계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 시장조사기관인 Trendforce에 따르면 2015년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5.9%로 5.8%의 LG전자를 제치고 당당하게 4위를 차지한 것.


하지만 샤오미를 이 글에서 다루는 이유는 스마트폰 때문이 아니다. MI 시리즈 만큼 주목받고 있지는 않지만 샤오미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관련 디바이스를 다른 어떤 기업 못지 않게 내놓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닥치고 디바이스 먼저!

보통 사물인터넷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을 보면 완성된 상품을 내놓기 전에 해당 업체가 품고 있는 IoT 분야에 대한 전체적인 구상을 먼저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나오는 제품은 적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구입하기에는 실험적인 경우가 많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시장 판매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샤오미는 정반대였다. IoT건 뭐건 밝히지 않고 그냥 제품을 내놓았다. 그들이 2014년 8월 처음 내놓은 IoT 관련 상품은 바로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Mi Band. 당시 유행이었지만 이때만 해도 대부분 가격이 10만원 이상으로 만만치 않았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79위안[각주:1] 저렴한 가격에 내놓아 인기를 얻었다. 덕분에 샤오미는 미 밴드를 지난 6월 기준으로 600만대를 넘게 팔아치우는 대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샤오미는 거기서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다음에 손을 댄 제품은 의료 분야 기구인 혈압 모니터였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iHealth Lab과 손잡고 만든 이 제품은 샤오미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혈압을 측정하고 관리한다. 뒤이어 샤오미는 공기청정기를 내놓았고, 중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Yeelight와 함께 다양한 색상을 하나의 전구로 표현하는 스마트 전구를 만든다.


스마트 웹캠과 액션캠을 내놓으면서 Yi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고, Mi 브랜드로 스마트 체중계도 내놓았다. 이들 역시 공통적으로 기능과 성능대비 저렴한 가격을 자랑했다.


이렇게 숨가쁘게 신제품을 하나하나 쏟아내는 가운데 샤오미는 올해 6월, 스마트 홈 킷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나온 샤오미의 IoT 관련 제품들을 하나로 묶겠다는 의지로 나온 이 제품은 다기능 게이트웨이와 동작 인식센서, 문 개폐감지센서, 무선스위치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주목받는 것은 지금까지 나온 샤오미의 IoT 관련 제품군들과 이 스마트 홈 킷을 연동시켜서 30가지 이상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지금까지의 샤오미 제품과 이 스마트 홈 킷만으로도 개인이 주변에 사물인터넷 환경을 제법 저렴하게 구성할 수 있는 셈이다.


사물인터넷 기업이여, 샤오미의 품으로 와라


확실히 샤오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런 것처럼 IoT 시장에도 특이하게 진입했다. 특히 IoT 시장의 특성상 혼자서 다 할 수 없는 현실에서 타사는 연합이나 동맹을 결성하면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 반면, 샤오미는 앞에서 보다시피 자사가 중심이 되어 최우선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내놓는데 집중한 것이다.


물론 샤오미가 혼자서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혼자 만들기도 했지만 필요하면 타사와 협력하여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샤오미는 지난 1월 발표에서 보통의 디바이스를 IoT 분야로 끌어올 수 있는 스마트 모듈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각주:2]으로 타 제조사에게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100개 이상의 사물인터넷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투자하여 이른 바 샤오미의 에코 시스템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샤오미의 성공, 그 핵심은 속도

이러한 방식은 중국이라는 넓은 시장과 풍부한 자본, 중국 정부 차원에서 육성되고 있는 수많은 현지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한 샤오미 만의 독특한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은 샤오미가 IoT 제품 환경에서 자사가 절대적인 중심을 차지하고자 하는데 있다.


스마트 모듈이라는 핵심 부품과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통한 제어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을 보면 샤오미의 IoT 에코 시스템이 성공한다면 그 중심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게 될 것은 당연히 샤오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샤오미의 전략과 구상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기존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차지한 기업이라면 샤오미의 품[각주:3]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꺼려질 수 밖에 없으며 오히려 샤오미의 적극적인 경쟁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사물 사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보안의 견고함 또한 아직 증명된 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오미가 지금까지 성공한 빠른 출시 속도와 저렴한 가격, 그리고 베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유행을 충실히 따르는 디자인이라는 세가지 조건을 앞으로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적어도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무대로 한다는 조건에서는 제법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중국에서 성공한다면 세계로 발을 뻗는 것은 한결 쉬워질 것이다. 가까이 있는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kt 에코노베이션에 투고했던 글을 고친 것입니다.


  1. 글 쓰는 당시 환율로 한국 원화 기준 15,000원이 채 안된다. [본문으로]
  2. 2달러 정도로 알려져있다 [본문으로]
  3. 중국 자체 표준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샤오미가 주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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