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3대 웨어러블 플랫폼의 대표 주자들이 모두 그 모습을 선보였다. 이미 3세대를 맞이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기어S는 물론이고, 동그란 원형 디스플레이로 다시 태어난 안드로이드웨어 제품군 2종, 그리고 이들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아왔던 애플 와치까지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이미 글쓴이는 웨어러블 컴퓨팅으로 옮겨가는 플랫폼 대전 에서 한번 다룬 바 있는 주제였는데, 각자 제품들이 실제로 등장했으니 이제 그 후속편을 써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시작해 본다.
애플 : Apple Watch
이번 글의 첫번째 타자는 역시 애플 와치가 되겠다. 비공식적으로 불렸던 iWatch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고 정식 발표를 한 지금도 여전히 혼동될 정도지만 복잡한 상표권 때문인지 정식 이름은 그냥 애플 와치가 되었다.
그 이름에서 떠올릴 수 있듯이 애플이 만든 건 어디까지나 '시계'이며 이 시계를 기본으로 그 영역을 확장한 제품이다. 터치스크린과 함께 손목시계의 용두(디지털 크라운)를 이용하여 조작하며 1.3/1.6인치 두개의 크기를 가진 플라스틱 OLED 화면과 스테인레스 스틸, 알루미늄, 18K 옐로 및 로즈골드 등 다양한 소재에 각각 다른 스타일의 제품을 폭넓게 제공하는 특징은 애플 와치를 또 하나의 시계라고 불러도 괜찮을 정도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애플의 전후무후한 히트작인 아이폰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이 제품 또한 전화기(phone)를 애플 스타일의 폰(iPhone)으로 영역을 확장하여 성공한 제품이다.
개념이나 기능 면에서 따져보면 기존에 나온 스마트 와치류와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가해지는 압력의 크기를 감지하는 터치스크린이나 애플의 특기인 편리한 인터페이스 구성, 편리한 자석식 충전과 애플 페이와 같은 연계 서비스, 구석구석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애플 브랜드의 후광으로 인해 평범한 스마트 와치에서 벗어났다.
출시는 내년 1월이지만 차후 스마트 와치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다만 배터리 지속시간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타 제품들과 차별성을 보일지는 의문시되고 있으며 애플의 다른 제품이 그렇듯 미국 중심으로 운영되는 관련 서비스는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하겠다.
구글 : LG G Watch R과 Motorola Moto 360
소니의 스마트와치3가 안드로이드웨어 진영에 합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온 안드로이드웨어 디바이스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제품은 LG전자의 G Watch R과 모토롤라의 Moto 360일 것이다. 이 둘은 같은 플랫폼에 비슷한 점이 많아 하나로 묶어서 설명한다.
전작인 G Watch가 나온 이후 두달여 만에 급히 출시하는 G Watch R은 원형 디스플레이가 가장 큰 특징인 제품이다. 1.3인치 320x320 해상도의 플라스틱 OLED 원형 디스플레이를 갖고 나왔는데 모토360에서 볼 수 있는 하단의 데드스페이스도 확실히 없앴다. 대부분의 손목 시계가 원형인 것을 감안하면 스마트 와치는 G Watch R의 등장으로 ‘시계다움’을 얻어낸 셈이다.
다만 지난 IFA를 통해 선보였으면서 아직 정식 출시판이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모토360이 먼저 시장에 선보이는 결과가 되었다.
Moto 360 ( 출처 : 모토롤라 공식 홈페이지 )
모토360의 프로토타입은 첫번째 안드로이드웨어 와치인 LG G Watch와 함께 선보였지만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인 것은 올 9월이 넘어서였다. 1.56인치 320x290 해상도의 원형 디스플레이를 채용하면서 당시 제조 방식의 한계로 인해 화면 하단에 쓸 수 없는 데드스페이스가 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G Watch R보다 낫다는 사람도 있다. 다만 구형 프로세서인 OMAP 3계열의 채용이 불러온 경쟁 제품보다 더 짧은 배터리 지속시간은 세련되게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1
그리고 G와치 R이나 모토360 모두 디스플레이를 원형으로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원형 그 자체만 구현했을 뿐 이를 활용한 +알파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다. 원형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다른 안드로이드웨어 스마트와치와 다른 점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원형화되면서 경쟁 제품에 비해 화면의 일부 영역이 사라진 상황이다. 현재 안드로이드웨어 와치류가 갖고 있는 장점은 물론이고 그 한계까지도 대부분 그대로 물려받은 셈이며 원형 디스플레이에 대한 구글 측의 적극적인 안드로이드웨어 및 관련 앱/서비스의 업그레이드가 이어져야 그 가치가 제대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G와치 R의 경우 후속작에 비해 기능적으로 나아진 부분은 거의 없지만 가격 측면에서 30만원대 중반으로 가격이 높아짐으로써 이 또한 판매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 기어 S
타이젠(TIZEN)을 기반으로 만든 기어S는 이번 3세대에서 큰 변화를 가졌다. 다른 경쟁사가 원형 디스플레이에 집중하는 대신 더 커진 2인치의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채용했으며 결정적으로 자체적으로 3G, WiFi, GPS 모듈까지 탑재해 버렸다.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알림 전달이나 블루투스를 통한 통화 수발신 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통화 송수신까지 가능하니 말 그대로 하나의 손목시계형 스마트폰으로 봐도 좋을 정도다.
이는 전작이나 타사 제품과는 달리 기어 S가 스마트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하나의 기기로서의 독립성이 강해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며 이에 맞춰 UI 면에서 대폭 업그레이드되어 기능은 물론 편의성 면에서도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커진 화면은 본체의 크기도 키웠으며 3G 통신 기능을 갖게 됨에 따라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요금제가 필요하게 되었다. 특히 기어 S를 통한 전화 송수신시 스마트폰의 번호를 함께 쓰는 방식의 가능 여부는 나라마다 달라지게 되어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 2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독자 플랫폼인 타이젠 기반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타이젠 생태계 육성이 어느 정도로 진행될지도 관건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애플과 구글, 삼성의 손목시계 형 웨어러블 신제품들이 이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내년 1월 나올 것으로 예정된 애플 와치를 제외하면 이미 출시되었거나 늦어도 11월까지는 선보일 예정이며 그동안 사고 싶어도 적당한 제품이 없었던 소비자들의 선택이 꽤 넓어진 셈이다.
새로운 손목시계 형 스마트 웨어러블 제품들 모두 각각 다른 방향의 비전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소구하는 고객 층도 다를 것이다. 셋 다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굳이 나누자면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나 기존 손목 시계와의 유사성 면에서 애플과 구글이 가까운 편이고 삼성은 전작과는 달리 자사의 기어 S를 타사의 스마트 와치류와는 다른 길을 걷게 하는 모양새다.
과연 애플과 구글의 'Watch' 경쟁에서 승리하는 쪽은 누군지, 그리고 삼성의 과감한 방향 전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kt 에코노베이션에 기고했던 글을 고쳐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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