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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이동통신, MVNO를 풀어보자

늑돌이 201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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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라는 영문 네글자의 약자가 조금씩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 또는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를 뜻하는 이 MVNO는 이동통신망을 직접 소유/운영하지 않고 망을 빌려서 소비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자를 말합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와 같은 기존 이통사(MNO)의 망을 빌려서 각자 기업의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는 곳[각주:1]이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MVNO 사업은 이미 작년 2011년 7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어 현재 다음과 같이 총 14개의 업체가 서비스 중입니다.

SK텔레콤 망 기반

KT 망 기반

LG U+ 망 기반

한국케이블텔레콤(KCT)

CJ헬로비전

프리텔레콤

에넥스텔레콤

에버그린모바일

씨엔커뮤니케이션

위너스텔

KT파워텔

몬티스타텔레콤

씨엔앰브이엔오

비앤에스솔루션

자티전자

에프아티텔

리더스텔레콤


하지만 인지도의 부족과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 대비 여러 가지 불편한 점으로 인해 작년 12월말 기준으로 가입자 수는 40만명이 약간 넘는 정도입니다.

이렇게 아직은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심심치 않게 IT 관련 신문 기사로 나오는 MVNO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저렴한 요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입비나 기본료가 없는 선불형 요금제는 물론이고 후불형 요금제라 하더라도 기존 이동통신사 대비 가격대효율이 좋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한 MVNO 사업자에서는 스마트폰을 위해 월 87,000원(부가세 별도)에 1,100분의 음성 통화와 1,050건의 문자 메시지, 1GB의 무선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제공됩니다. SK텔레콤에서 제공하는 비슷한 요금제는 월 94,000원(부가세 별도)에 1,000분의 음성 통화, 1,000건의 문자 메시지, 무제한 무선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무제한 무선 데이터라는 부분만 제외하면 MVNO 쪽이 더 유리하죠.
또 다른 곳에서는 월 50,000원(부가세 별도)에 음성 통화로는 최대 500분, 문자 메시지로는 4,500건까지 쓸 수 있는 요금제도 있습니다. 이 요금제는 같은 50,000원으로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 가운데 원하는 대로 나눠 쓸 수 있다는 융통성이 장점이며 비슷한 KT의 요금제에서는 월 54,000원(부가세 별도)에 음성 통화로 약 444분, 문자로는 2,450건까지 쓸 수 있는데 비해 더 저렴합니다. 다만 후자의 경우 무선 데이터로도 활용할 수 있고 기본 50MB를 기본 제공합니다.

이렇게 MVNO 사업자의 요금제는 음성과 문자 메시지를 중심으로 이용자의 다양한 니즈에 맞게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금액 또한 저렴합니다. 이런 식의 요금제를 기존 이동통신 3사에서 비슷하게 이용하려면 더 많은 돈이 들죠.

여기에 한가지 더, MVNO 사업자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때의 통화 품질은 기존 이동통신 업자의 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당 이통사와 전혀 다르지 않은 품질을 자랑합니다. 이는 통화 품질에 민감한 대한민국 소비자들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MVNO의 서비스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가입 편의성과 고객 서비스 품질이 기존 이동통신사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기존 이동통신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고 대리점 수도 적습니다. 저렴한 가격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되는 부분이겠지만 불편한 것은 확실히 불편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최신 제품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최신 단말기를 쓰고 싶을텐데, 그런 면에서 MVNO 사업자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휴대폰 제조사 입장에서 볼 때 가입자가 적은 MVNO 사업자보다는 가입자가 더 많은 기존 이동통신사에 최신 단말기를 공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특히 근래에 나오는 LTE 단말기들은 아예 이용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음성 통화와 문자와는 달리 무선 데이터 요금제 면에서는 망 임대 대가 산정의 문제로 앞의 요금제 부분에서도 보셨듯이 MVNO 사업자들에게 매우 불리합니다. 덕분에 현재의 MVNO 사업자들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월 기본 무선 데이터 양은 100MB~1GB 수준에 불과하죠.

이렇게 문제들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제약이 많았던 번호 이동이 4월부터 자유로워지고 올해 5월에 실시 예정인 단말기 유통 개방(IMEI 블랙리스트) 제도가 실시되면 중고 단말기의 유통이 좀 더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기존 이통사의 재고 단말기 공급 및 중소 단말기 제조사의 참여 소식도 있습니다. TV 홈쇼핑을 통해서 자사의 서비스 가입을 전제로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행사도 보이고 있죠.
대기업인 CJ헬로비전의 참여로 시장은 좀 더 활발해지고 일반인들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습으며 대형할인마트를 위시한 몇몇 기업들이 MVNO 사업 참여를 검토 중입니다. 이 경우 모자란 MVNO 대리점의 수를 마트 매장으로 대신할 수 있어 가입을 비롯한 고객 서비스가 한결 쉬워질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넘지 못한 산은 아직 많습니다. 우선 요즘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차세대 이동통신인 LTE는 MVNO 사업자를 통해서는 이용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이 밖에도 기존 이동통신 3사가 펼쳐놓은 유무형의 장애물도 해결해야 하겠죠. 이런 문제는 MVNO 사업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한 까닭으로 관련 정부 부서에서 MVNO 관련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용자의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상황을 개선해야 합니다. 여전히 MVNO 자체를 잘 모르는 이들이 많은 만큼 MVNO가 왜 필요한지, 이용자에게 왜 이익이 되는지부터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기존 이동통신사업자(MNO)와 MVNO 사업자 사이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 전체 차원에서 살펴볼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5천2백만을 넘어선 대한민국에서 MVNO의 존재는 이동통신 요금의 불필요한 거품을 빼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합니다. 기존 이동통신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더 저렴하고 다양한 요금제를 활용한다면 이용자는 그 부담을 훨씬 덜겠죠. 여기서 절약한 돈을 다른 분야에서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내수 시장은 지금보다 활기를 띌 수 있고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전체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망 중립성이나 이동통신 선진화 같은 거창한 제목을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요즘처럼 서민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현실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 기사는 방송통신이용자보호센터(http://wiseruser.go.kr/)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1. 예를 들어 MVNO 사업자인 KCT는 SK텔레콤의 망을, CJ헬로모바일은 KT의 망을 임대 중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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