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계는 보급형 미니노트북 제품군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아수스나 MSI, 기가바이트, 에이서 등 대만 업체는 물론이고 HP나 델 같은 세계적인 PC 업체마저도 제품을 출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에도 마찬가지인지라 이미 5개 이상의 업체가 제품을 출시했으며 또 적지 않은 업체가 이 시장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소비자들 또한 가격은 일반 노트북보다 싸고 더 가볍고 작기까지 한데 성능은 그럭저럭 쓸만하다... 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너무 화면이 작고 해상도도 낮다, 성능대비 가격으로 따지면 싼게 아니니 차라리 일반 노트북이 낫다, 이름모를 대만 회사인데 믿을 수 있겠냐 는 등의 이야기들도 있어 마냥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사서 써보면 확실히 알겠지만 그 정도로 형편이 넉넉한 분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혼란과 의문을 덜어보기 위해 이 보급형 미니노트북 제품군, 인텔 측에서 말하는 넷북은 과연 무엇이고 왜 나왔을까.


넷북의 시작은 OLPC

혹시 OLPC를 기억하시는가?
OLPC(One Laptop Per Child)란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 교수가 의장을 맡고 있는 프로젝트이자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비영리단체의 이름으로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PC를 싼 가격에 보급하여 선진국과의 정보 불평등에 의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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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PC의 첫번째 작품, XO 랩탑

XO라는 이름의 노트북을 1대당 188달러의 가격으로 생산, 약 60만대의 XO가 페루, 우루과이, 몽골 등의 어린이들에게 보급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XO 노트북에 대해서 선진국에 사는 이들이 보인 반응인데, 제한된 기능이긴 하지만 저렴한 가격인 이 XO를 자신도 한대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여기에 누구보다도 빠르게 반응한 회사가 있다.



아수스 Eee PC, 사고를 저지르다.


바로 대만의 아수스텍(Asustek; 이하 아수스)다.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 노트북 등의 생산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알 수 있는 브랜드를 갖고 있지는 못했던 이 회사에서 Eee PC라는 브랜드로 미니노트북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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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구형 CPU인 셀러론M과 칩셋, 7인치의 800x480 해상도 액정, 4GB의 SSD를 갖춘 이 제품은 말 그대로 인터넷 서핑과 간단한 문서 작성 등의 업무처리를 위해 나온 제품이었다. 기본적으로 윈도가 아닌 리눅스를 깔고 나왔으며, 이는 제품의 용도에 기존의 노트북 PC와는 다른 제한을 주는 셈이 되었다.
 
이 제품의 가격은 초반에는 200달러(미국 달러)가 될 것이라 해서 엄청난 관심을 모으지만 실제 판매 시에는 350~400달러로 가격이 뻥튀기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말 그대로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3개월만에 35만대 이상을 팔아치웠습니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난 셈이다.

이후에도 아수스는 2세대 Eee PC인 901과 1000H 등 후속기종을 발표하여 Eee PC 시리즈로만 올해에만 5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미니노트북에게 양보하다.


이러한 보급형 미니노트북의 성공은 기존 PC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인텔과 MS에게 큰 영향을 준다. 아수스 측과 Eee PC 출시 때부터 협력하고 있던 인텔보다는 MS에게 주는 충격이 더 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비스타를 출시한 후 윈도XP의 업그레이드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고 없애버리려 했는데 Eee PC의 대성공이 이 계획을 바꿔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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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XP를 미니노트북 제품군에 대폭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덩치 큰 윈도 비스타는 도저히 보급형 미니노트북에서는 원활하게 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MS는 ULCPC(Ultra Low Cost PC)의 범위에 해당하는 기종에 한해 윈도XP 공급을 계속하기로 한다. 계속 OS가 필요로 하는 시스템 요구 제원을 늘려온 MS로서는 획기적인 조치로 이는 만일 이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을 떼버린다면 리눅스 등 대체 OS가 물밀듯 들어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선택한 고육책이었다.


인텔, 아톰으로 시장에 불을 지르다.

다소 땜빵스러운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응에 비해 인텔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 시장에 대응한다. 인텔은 인터넷 활용과 간단한 업무 처리에 특화된 보급형의 미니노트북 PC 제품군을 넷북(netbook)이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이들을 위한 새로운 프로세서인 아톰을 발표한다.

아톰 프로세서는 성능은 최신형 코어 시리즈에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지만 기존에 아수스 Eee PC가 이용하던 구형 프로세서였던 셀러론M보다는 속도가 더 빠를 뿐 아니라 소비전력이 낮아서 노트북 제품군에 잘 어울린다. 특히 이 프로세서의 성능은 인터넷 서핑과 간단한 업무 처리는 물론, 동영상이나 3D 게임도 어느 정도까지는 실행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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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프로세서는 수많은 제조업체들로부터 환영받았고 기존의 다른 프로세서를 순식간에 대체하며 시장의 대세가 되었다.



넷북의 현재와 그 고민

앞에서 말했듯이 인텔이 아톰 프로세서를 내놓자 수많은 업체에서 이에 호응, 아톰 프로세서 기반의 넷북 제품군을 내놓는다. 선발주자인 아수스를 비롯하여 에이서, MSI, 기가바이트, ECS 등의 대만업체는 물론이고 델 또한 제품 출시 초읽기 중이다. 그런 수많은 넷북 제품군이 과연 어떤 제품인지 MSI 윈드 U100으로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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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U100은 10.2인치의 1024x600 해상도의 화면에 1.1kg의 무게를 갖고 있으며 하드디스크는 80GB를 내장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넷북 플랫폼의 제품이다.

지난 리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정도라면 개인 입장에서 PC로 일을 하는데 있어서 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실용적인 수준이다. 7인치나 8.9인치 제품에서는 다소 답답하던 키보드도 몇몇 단점만 제외하면 일반적인 노트북 수준으로 타이핑이 쾌적하다. 게임이나 동영상도 어느 정도까지는 구동이 가능하니 오히려 좀 넘치는 수준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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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성도 괜찮은 편.



여기에 인텔의 딜레마가 있다.

인텔은 넷북 플랫폼이 새로운 시장을 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까지의 양상은 넷북 제품군이 기존 서브노트북 시장을 갉아먹고 있는 쪽이 더 크다. 사용자는 넷북이라는 잘 모르는 플랫폼 대신 좀 더 작은 노트북이라는 측면에서 넷북 제품군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 넷북이라고 불리는 제품군은 보급형 미니노트북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은 셈이다.

인텔 입장에서는 자사의 아톰 제품군과 센트리노 시리즈 등의 자사의 노트북 제품군과 서로 경쟁하는, 참 말도 안되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인텔은 넷북에 해당하는 제품군의 하드웨어 제원에 아예 제약을 걸어두고 있다(예를 들어 1024x600이 넘는 고해상도나 10인치 넘는 크기의 화면 채용을 막는다던가). 참고로 앞에서도 말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ULCPC라는 이름으로 윈도XP의 공급 대상에 제약을 걸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미봉책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상황은 현재의 넷북 플랫폼이 가진 성능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코어 2 듀오 프로세서의 성능이 다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 세상에는 많으니.

결국 지금 넷북은 보급형 미니노트북의 역할은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찾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다. 넷북 플랫폼의 정체성이 애매해진다.



넷북이 가야할 길

이 글 맨 앞에서 넷북은 OLPC에서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적당한 성능의 저렴한 휴대용 PC를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킨다는 측면에서 넷북은 분명히 OLPC의 영향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넷북의 기원에 대해서는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90년대에 잠깐 나왔던 NC라는 기기가 있다. 이 NC는 Network Computer의 약자로 기존 PC에서 하드디스크를 빼고 네트웍만으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NC는 당시의 기술 부족으로 사장되고 말았다.

넷북 또한 인터넷의 활용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NC와 비슷하지만 기존 저장장치를 가지는 등 PC의 하드웨어 제원을 대부분 공유한다는 점에서는 NC보다 충분히 실용적이다. 그러나 넷북이 단순히 보급형 미니노트북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플랫폼이 되려면 그 이상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북이라는 이름에 있는대로 네트웍의 활용이다.

Eee PC를 비롯한 몇몇 넷북 제품들이 적은 용량의 SSD만 내장하고 나온 적이 있지만 지금은 고용량의 하드디스크 또는 SSD를 내장하도록 바뀌었다. 현재까지의 소프트웨어와 네트웍 환경이 가진 힘만으로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결국 넷북이 서브노트북과 경쟁하는 미니노트북이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으로 재탄생하려면 그 이름답게 네트웍의 충분한 활용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그 편리함 또한 기존 윈도 플랫폼이 주는 것 이상, 적어도 비슷해야한다. 이는 인텔이 잘 아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와 함께 최적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 서로 얽혀있는 복합적인 문제인 셈이다.

이렇듯 인텔이 넷북을 위해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은 무척 낯설고 험난할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만일 끝까지 가는데 성공한다면 그만큼 보람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넷북이 오롯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시장에 정착하는 순간 인텔은 하드웨어에 갇혀있던 상태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플랫폼 그 자체를 이끌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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