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모바일에는 문외한이던 구글이 2008년 처음 안드로이드 1.0을 공개한 후 겨우 6년 만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의 독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출시 초기만 해도 iOS나 윈도우 모바일의 대안 플랫폼으로 각광받았던 수준의 안드로이드였다. 하지만 Strategy Analytics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분기 기준으로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려 84.6%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그동안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을 넘어서서 태블릿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TV,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렇게 잘 나가다 보면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은 좋겠지만 다른 쪽에서는 문제가 될만한게 하나 둘 생기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제조사가 구글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구글 검색은 물론이고 구글 지도, 유튜브, 플레이 스토어 등을 무조건적으로 탑재하는 식의 제재가 대표적이다.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로 잡아야 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본이며 올해 들어와 보이기 시작한 스마트폰 구동시 나오는 ‘Powered by Android’ 로고 또한 마찬가지 제약에 해당된다. 이런 의무사항들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가 아는 보통의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없게 되어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의 지배력이 보통 사람들에게도 눈에 띄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른 플랫폼은?
이런 안드로이드의 흐름이 마음에 안 들 때,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른 플랫폼을 살펴보는 일이 될 것이다.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역시 애플의 iOS. 분명히 훌륭한 대안 중 하나지만 애플의 폐쇄성은 구글 이상이라는 점은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나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입장에서 대안으로는 분명한 가치가 있지만 애플이라는 넘기 힘든 벽이 있는 것이 iOS 플랫폼이다.
그 다음은 그나마 요즘 나아지고 있는 윈도우폰을 들어볼 수 있겠다. MS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듯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데 앞에서도 살펴본 SA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분기 기준으로 8% 수준의 점유율을 가질 정도로 성장했으며 로열티 비용에 대한 부담도 덜어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MS의 폐쇄성도 애플 못지 않은데다가 대한민국 개발자라면 쓸 스마트폰이 없다는 사정도 존재한다. PC와도 연계가 되고 있으니 개발 플랫폼으로 고려해 볼만은 하겠지만 안드로이드의 대안으로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
블랙베리나 파이어폭스 등은 그 점유율이나 범용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힘들고 제품도 나오지 않은 삼성전자의 타이젠은 아직 언급할 이유도 없다.
그럼 정말 이대로 가야 할까? 라는 의문이 생기는 시점에서 시선의 방향을 바꿔보자. 구글 안드로이드의 또 다른 버전인 AOSP로 말이다.
AOSP,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Android Open Source Project)의 약자인 AOSP를 요약하면 말 그대로 안드로이드에서 구글의 서비스(GMS; Google Mobile Services)를 뺀 것이라 보면 좋을 것이다.
AOSP = Android - Google
좀 거친 요약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표시하면 될까?
분명히 안드로이드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구글 지도도, G메일도, 플레이 스토어도 찾을 수 없다. 대신 기존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구글에 종속되지 않은, 자유롭게 고칠 수 있는 OS가 바로 AOSP다.
이 AOSP를 잘 활용 중인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아마존. 온라인 유통의 절대 강자 아마존은 자사의 킨들 파이어 태블릿과 파이어 폰에서 AOSP 기반으로 만든 Fire OS를 탑재하고 있다.
예전에는 안드로이드 커스텀 펌웨어로 이름을 날렸던 MIUI와 CyanogenMod는 중국의 샤오미와 Oppo를 통해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지금은 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났지만 MS에 인수된 노키아 또한 AOSP 기반 커스텀 플랫폼에 MS의 솔루션을 얹은 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AOSP 기반 안드로이드(Android-Fork, 또는 Forked Android)는 분명 현재의 구글표 안드로이드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며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존재한다. ABI 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2분기 기준으로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면에서도 65%인 구글 안드로이드에 이어 21%로 iOS 플랫폼을 한참 앞서고 있다.
중요한 건 대안 애플리케이션
그렇다면 너도 나도 AOSP 기반 제품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하겠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우선 AOSP 기반으로 갔을 때 기본 탑재되지 않는 구글 지도나 유튜브 등으로 대표되는 구글 서비스의 품질은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무척 좋은 편이며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의 양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체하는 서비스와 콘텐츠 유통망을 만드는 것은 웬만한 글로벌 대기업이라도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구글 지도를 아이폰의 기본 앱에서 빼고 자사의 애플 지도를 넣었을 때 해외 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 이용자들에게까지 상당 기간 비난을 들었을 정도며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를 대신하는 유통망을 구축하는 일은 웬만해서는 이룩하기 힘든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폰의 단점으로 늘 지적되어 왔던 것이 콘텐츠의 부족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파이어 OS를 내세운 아마존은 기존에 갖고 있는 자사의 콘텐츠 유통망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샤오미나 CyanogenMod 같은 중국 회사는 중국이 가진 많은 인구, 폐쇄적인 시장의 특징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AOSP 기반 플랫폼을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어떨까.
일단 팬택의 몰락으로 유이(二)한 스마트폰 제조사가 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구글과의 협력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당장 AOSP 기반 플랫폼을 담은 스마트폰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차후 상황에 따라 주력이 아닌 제품군에는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 전에 중국에서 AOSP 기반 플랫폼을 담은 중저가형 스마트폰이 수입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기존의 구글 서비스를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검색이나 지도 등 지역화 특색을 강하게 보이는 부분은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콘텐츠 유통 쪽에서는 아직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이버 망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최근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제 정리해 보자.
플랫폼을 논할 때 있어서 예전과는 달리 인터넷의 보급과 오픈소스 운동의 결과물로 인해 기술적인 면에서의 그 수준 차이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편이다. 그런 견지에서 살펴보면 현재의 상황에서 iOS나 윈도우폰, 그리고 AOSP 기반 플랫폼들은 모두 각각의 의미를 갖고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기 위해서는 구글이 그동안 땀흘려 쌓아왔던 큰 토대를 대신할 더 매력적인 요소들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분은 시간과 노력과 경험이 필요한 콘텐츠 분야에서 절실하다. 이들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구글의 독점 확대는 이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kt 에코노베이션에 기고했던 글을 고쳐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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