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5월 20일, 코파일럿+ PC(Copilot+ PC)를 발표했습니다. 빠르게 다가오는 AI 시대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던진 회심의 한수인 코파일럿+ PC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PC는 무엇?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은 작년 9월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총괄하는 브랜드입니다. 여기서 코파일럿은 부조종사라는 뜻인데, PC의 주조종사가 이용자라면, 부조종사를 AI가 맡겠다는 뜻이 되겠죠.
그리고 이 코파일럿에 PC가 합쳐진 코파일럿+ PC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했습니다.
AI용으로 설계된 새로운 Windows PC
조금 더 풀어서 말하자면 기존 PC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으로 구현되는 AI를 무리없이 실행할 수 있는 개선된 윈도우용 PC 규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윈도우11과 함께 코파일럿이 제공하는 AI를 무기로 한단계 더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죠. 이를 위해 코파일럿+ PC에서는 윈도우11과 통합된 AI를 활용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여기까지야 이미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코파일럿+ PC에는 한가지 더 할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코파일럿+ PC, 윈도우를 인텔이 아닌 ARM에서 돌려?
나중에 인텔과 AMD도 참여하겠지만, 현재 코파일럿+ PC로 나온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퀄컴이 협력하여 만든 ARM 아키텍처의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플러스를 채용한 종류 밖에 없습니다.
MS에 따르면 CPU에 내장된 NPU가 40 TOPS(초당 40조회 연산, Trillion Operation Per Second) 처리 가능한 성능을 가져야 AI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게 적절한 기준이건 아니건 간에 현재 코파일럿+ PC를 쓰려면 ARM 기반 윈도우(Windows on Arm)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겉으로는 기존의 x86-64 아키텍처 기반의 윈도우11과 같지만 안은 다른 윈도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요?
코파일럿+ PC에 담긴 MS의 꿍꿍이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영광도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인텔 x86 플랫폼은 든든한 발판이지만 족쇄이기도 했습니다. 자사의 윈도우나 오피스를 발전시키고 싶어도 인텔의 협력이 없으면 힘들었으니 말이죠.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꾸준하게 인텔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행동했습니다.
현재 쓰는 윈도우11의 근본이랄 수 있는 윈도우NT부터 인텔 x86 이외의 알파나 MIPS 등의 프로세서를 지원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 개발 서피스 시리즈와 함께 등장한 일찍부터 ARM을 지원한 윈도우RT도 있었습니다.
그 후에 마이크로소프트 SQ1(퀄컴 스냅드래곤 8cx 기반)을 채용한 서피스 프로 X 등의 제품도 있었습니다만, 이러한 시도는 가격이나 성능, 그리고 특히 호환성 때문에 외면 받아왔습니다. 잘 쓰던 애플리케이션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실행해도 에뮬레이션 과정을 통하면 제 성능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가격대성능비까지 좋지 않았죠. 그래서 여전히 윈도우하면 인텔 x86 호환 플랫폼을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 PC라는 이름으로 인텔 x86이 아닌 ARM 아키텍처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플러스를 채용한 PC를 전면에 내세우는 강수를 둡니다.
그런데 코파일럿+ PC를 쓰게 되면 당연히 기존 x86-64 기반 윈도우11을 사용할 때와는 이질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팀즈, 파워포인트, 아웃룩, 워드, 엑셀, 원드라이브, 원노트 등을 자체 주요 소프트웨어들과 타사의 크롬, 스포티파이, 줌, 왓츠앱, 어도비 포토샵, 어도비 라이트룸, 블렌더, 어피니티 스윗, 다빈치 리졸브 등을 모두 인텔 x86 뿐만 아니라 Arm64를 지원하는 네이티브 코드로 개발하거나 지원함으로써 에뮬레이션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높은 최적화 성능을 달성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기존 코드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도 잘 실행할 수 있는 더 강력한 에뮬레이터인 프리즘(Prism)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인텔 x86 플랫폼 없이도 윈도우를 돌리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코파일럿+ PC, 성공하면 PC 시장의 주도권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한때 윈텔(WINdows+inTEL)로 대변되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로 공조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 독립을 원하는 동상이몽의 세력입니다. 인텔은 윈도우PC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이나 MID, UMPC 등 새로운 기기 쪽으로 눈을 돌렸던 적이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윈도우를 인텔이 아닌 플랫폼에서 돌리려는 시도를 반복해 왔죠.
아직까지 이들의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만, 코파일럿+ PC가 성공한다면 적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AMD의 x86-64 플랫폼의 족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지금이야 스냅드래곤 X 엘리트와 플러스만 써야하지만 퀄컴 프로세서의 윈도우에 대한 독점 계약도 조만간 풀린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미디어텍과 같은 다른 ARM 아키텍처 라이센스를 가진 업체 또한 코파일럿+ PC용 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정말 골라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되는 셈이죠.
아니, 단순히 골라먹는 상황이 아니라 윈도우를 위한 하드웨어 플랫폼 개발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고 프로세서 제조사들이 따라오게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PC 발표는 겉으로 AI를 외치고 있습니다만, 그 안에는 인텔에서 독립해 마이크로소프트 스스로 PC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잘 될까에 대해서는, 글쎄요.
이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잘 끌고 가고 있는 애플이라는 훌륭한 선례가 있긴 합니다만 그들의 에코시스템은 윈도우 환경과는 달리 폐쇄적인 편이고 그런 만큼 복잡하지도 않았습니다. 서피스 X 시리즈에서 늘 비난받아온 가격대성능비 문제 또한 여전합니다.
그러니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시도 또한 쉬울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믿고 코파일럿+ PC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겪어야 할 시행착오 또한 걱정이 됩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지켜볼만한 시도임에는 분명합니다.
(자료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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