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까지만 해도 데이터는 CD나 DVD와 같은 광 저장매체에 백업하는게 당연스럽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겨우 700MB 수준의 CD나 최대 9.4GB까지 저장 가능한 DVD[각주:1]로는 인터넷을 통해 들어오는 무제한의 데이터를 감당하기 어려워졌죠. 특히 풀HD를 뛰어넘는 4K 해상도의 콘텐츠나 3D 콘텐츠를 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후 용량이 대폭 늘어난 블루레이(Blu-ray) 디스크가 등장했지만 가격과 속도, 불편함으로 인해 예전의 인기를 되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 빈 공간을 전통적인 하드디스크와 완전히 새롭다 싶은 클라우드 저장소가 나눠가지는 모습을 보였죠. 간단한 데이터 이동을 위한 휴대용 미디어 분야에는 USB 단자를 이용한 스틱형 메모리가 그 수요를 감당했습니다.


그렇지만 광 저장방식의 매체나 저장장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소니가 있죠.

최근 소니코리아 프로페셔널 솔루션 사업부가 옵티컬 디스크 아카이브(Optical Disc Archive) 3세대를 소개했습니다. 1세대가 나온지도 몰랐는데 벌써 3세대라니... 하고 놀라실 분도 적지 않겠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이 제품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문적인 데이터 저장을 위한 솔루션 개념으로 나온 제품군이죠. 소니가 꽉 잡고 있는 방송 업계에는 이런 대용량 데이터 저장을 위한 솔루션을 꾸준히 공급해 왔습니다.


이 옵티컬 디스크 아카이브 3세대에는 위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USB 데스크탑 드라이브 장치(ODS-D380U)와 광섬유 채널 라이브러리 드라이브 장치(ODS-D380F), 그리고 대용량 아카이브 미디어 카트리지(ODC5500R)를 포함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아마도 3세대 대용량 아카이브 미디어 카트리지인 ODC5500R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2세대에서 더욱 발전하여 소니가 파나소닉과 공동 개발한 1장당 500GB의 아카이벌 디스크(Archival Disc) 11장으로 구성되어 이전 세대 대비 60% 이상 높은 총 5.5T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카트리지 하나에 5.5TB라면 웬만한 3.5인치 하드디스크 이상의 용량인 셈입니다.


게다가 옵티컬 디스크라는 특성답게 데이터 보관 수명이 100년을 넘어간다고 하니 장기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3세대 미디어 카트리지는 한번의 기록만 가능합니다만, 쓰임새의 특성상 큰 단점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랜섬 웨어 등의 위협에서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겠죠.

자, 이제 드라이브 쪽을 보실까요?


ODS-D380U는 말 그대로 외장형 ODD와 비슷한 존재죠. 최대 읽기 3Gbps, 쓰기 1.5Gbps의 속도로 2, 3세대 카트리지에 기록 가능합니다. 읽는 건 1~3세대 모두 가능하지요. 다른 장치와는 USB 3.2 Gen.2로 최대 10Gbps로 연결됩니다. 보다 큰 규모의 엔터프라이즈급 시스템에는 왼쪽의 광섬유 채널로 연결되는 ODS-D380F가 적합하겠죠. 소니는 퀄스타(Qualstar, NASDAQ: QBAK)와 손잡고 옵티컬 디스크 아카이브 3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용량 엔터프라이즈급 라이브러리 솔루션인 페타사이트 EX(PetaSite EX)를 개발했습니다[각주:2]. 국내에는 내년 1월 출시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CD와 DVD가 몰락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광디스크는 개발되어 왔습니다. 소니는 옵티컬 디스크 아카이브 3세대가 온도 및 습도 변화를 비롯해 물, 빛, EMP(전자기 펄스) 등의 외부 요인에 잘 견디도록 설계했습니다. 덕분에 기존의 서버로 이뤄진 저장소처럼 항온항습에 신경쓰지 않고 저전력에서 친환경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비용도 낮출 수 있답니다.






여기까지 보셨으면 어떠신가요. 쌓아둔 데이터가 많은 분들이라면 이 제품군에 솔깃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100년 넘는 수명이라니, 데이터의 안정성 면에서는 정말 매력적이죠.

하지만 여러분이 금수저가 아니라면 포기하시는게 좋습니다. 가격이 정말 만만치 않거든요. 3세대 제품군의 가격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2세대 드라이브인 ODS-D280U만 봐도 132만엔[각주:3]입니다. 예, 한국의 원이 아니라 일본의 엔이죠.

어떻게 대중화가 되어 대량생산이 된다면 모를까, 지금 정도의 한정적인 수요에서는 가격이 비싸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그러니 보통 사람은 데이터 백업을 위해 여전히 하드디스크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셈이죠. 그게 마음에 안 든다면 다소 부족한 용량이지만 광미디어 중 가장 가격대용량비가 좋은 기록 가능한 블루레이 디스크(BD-R/XL, BD-RE/XL)[각주:4]를 쓰시거나 과감한 투자로 자기(magnetic) 매체에 테이프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용량이 큰 LTO[각주:5]로 가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만.





  1. DVD-RAM 규격으로 가능합니다. [본문으로]
  2. 단일 라이브러리에서는 4.7PB(Petabyte)에서 최대 50PB까지 확장이 가능하며, 스케일 아웃(scale-out)을 통한 다중 라이브러리 클러스터 구성으로 수백 PB에 달하는 아카이브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3. 이 글을 쓰는 시점의 환율로 따져보면 1420만원 정도 합니다. [본문으로]
  4. 장당 128GB까지 나와 있습니다. [본문으로]
  5. 이게 미디어인 테이프 카트리지는 용량대비 싼 편인데 드라이브가 제법 비쌉니다. 그래도 전체 비용 생각하면 옵티컬 디스크 아카이브보다는 저렴하지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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