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많은 업체들이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특히 기존 시장에서 비교적 잘 나갔던 추억(?)이 있는 회사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그 뒤를 이어 갤럭시 시리즈의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만 그나마 예전같진 않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이 둘을 빼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대로 버티는 업체는 없으며 중국 업체들의 가격대성능비를 살린 제품들의 도전에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이 글의 주인공인 LG전자입니다.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중심을 못 잡고 위기에 빠졌지만 옵티머스 LTE 이후 부활하기 시작하여 옵티머스 LTE 2를 거쳐 G 시리즈에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중저가 모델도 잘 팔려나가면서 2013년 1분기에는 분기 공급량 1천만대를 넘겼으며 2014년 총 판매량은 무려 6천만대 가까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올해 출시한 두개의 플래그십 모델 G Flex 2와 G4부터는 큰 부진에 빠집니다. 판매량을 정확히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로 두 기종은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팔릴만한 매력이 부족했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지난주, LG전자는 새로운 플래그십인 V10을 발표합니다. 이 제품은 과연 어떨까요?
자, V10입니다. 화면 크기는 5.7인치로 G 프로 2 이후에 나오는 큰폰입니다. 물론 G 시리즈도 G3부터는 패블릿이라고 부를 만큼 커졌습니다만.
여전히 G2 이후부터 채용한 후면 버튼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바꾼다면 어색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홈 버튼은 영역 방식의 지문 인식이 가능합니다만, 이 역시 조용히 넘어갑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와 연계된 새로운 페이 서비스가 정식으로 나오면 그때 대대적으로 알리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크기는 5.7인치로 화면이 커진 만큼 5.5인치의 G4보다 더 커졌고 5.7인치 화면의 갤럭시 노트5와 거의 같습니다만 위 아래는 더 깁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상단 화면 위 영역이 무척 적다는 점인데 화면 위로 뭔가 보이죠?
이 영역은, 정확히 말하면 1040x160 해상도의 두번째 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LG전자 측에서는 세컨드 스크린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본체의 큰 화면을 불필요하게 켜고 끄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었답니다.
이 원래의 디스플레이와는 화면은 완전 별개의 영역으로 작동하며 본체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나 배터리 소모도 무척 적다고 하는군요. LG전자가 이렇게 별도의 스크린에 신경쓰는 건 피처폰 시절부터 있었던 일입니다. 듀얼폴더라 불리는 제품류를 떠올리시는 분도 계시겠죠. 그때의 사용자 경험에 기반한 구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아이디어가 전면보다는 뒤로 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보통 스마트폰을 놓을 때 앞면이 보이게 두던가 뒷면이 보이게 두는데, 전면에서 바로 보는 건 지금도 그리 어렵진 않기 때문이죠. 세컨드 스크린이 뒷면 쪽으로 나와있다면 LG전자의 의도인 주 화면을 좀 더 적게 보게 해준다는 의도가 더 효과적으로 충족될텐데 말이죠.
그리고 또 한가지, 세컨드 스크린처럼 안드로이드가 공식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 나중에 유명무실화되는 일은 적지 않습니다. 현재의 V10에는 세컨드 스크린이 카메라 등 기본 지원 앱에서는 다양하게 쓰이지만, 서드파티 앱에서는 기본 기능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LG전자가 독자적인 노력으로 이를 지원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을텐데,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옆 면에는 스테인레스 스틸 316L 재질을 만든 프레임이 버티고 있습니다. 충격에 강하기 때문에 웬만한 사고에도 본체는 멀쩡하다고 합니다. LG전자 측에서 자신있게 내세우는 부분입니다.
G4 때도 많은 기능을 내세웠던 카메라 또한 소프트웨어 면에서 강화되었습니다. 우선 동영상 촬영시 수동 모드 이용을 폭넓게 적용했고 디지털 손떨림 보정 방식을 추가했습니다.
전면 카메라는 80도와 120도 촬영 각도를 제공하는 두개의 렌즈를 집어넣어서 원하는 수준의 광각으로 촬영을 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내장된 렌즈를 모두 활용한 분할 컷 촬영도 가능합니다.
매우 흥미롭게 바라봤던 부분으로 32비트 Hi-Fi DAC 내장이 있습니다. ESS 사의 32비트 DAC을 내장함으로써 LG V10은 수십~수백만원의 고음질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볼륨을 75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헤드폰과 이어폰의 임피던스를 파악하여 그에 맞는 소리 출력을 해줌으로써 별도의 앰프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제품 발표시 별다른 비교 레퍼런스를 제시하지 않아서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의 커뮤니티에서는 조용한데, LG전자는 오로라나 화산 촬영 같은 것보다 이런 기능에 제대로 된 홍보를 해주면 판매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초기 구입자에 한해서라도 번들 이어폰 대신 고급 헤드폰을 제한적으로나마 제공하는 이벤트도 생각할 만 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32비트 DAC가 들어가긴 했어도 32비트 음원을 재생하지는 못 한다. 재생 가능한 음원은 여전히 24비트 192kHz가 한계.
여전히 배터리는 교체식이며 용량은 G4와 같은 3000mAh입니다. 프로세서도 여전히 스냅드래곤 808이죠. SIM은 LG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사상 최초로 나노 SIM을 썼습니다. 중저가 스마트폰까지 포함하면 클래스가 먼저입니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5.1.1입니다. RAM은 동급 최강이랄 수 있는 4GB. 하지만 스냅드래곤 808의 한계로 LPDDR3 방식을 고수 중입니다.
제원은 이 정도로 보시면 되겠죠. 여기 안 나온 무게는 192g 정도라고 합니다. 크기를 생각해도 꽤 무거운 스마트폰임에는 분명합니다. 튼튼함을 위해 달고 나온 프레임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기까지가 V10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이제부터 정리입니다.
현 시점에서 LG전자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V10은 여러가지를 품고 나왔습니다. 플래그십인 G4보다 기능 면에서 더 나은 패블릿을 발표한 것이고, 이는 LG전자가 여전히 아이폰이나 갤럭시S/노트가 가진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일단 화면 크기부터 5.5와 5.7로 별로 구분이 안 가는 패블릿 제품입니다. 스마트폰의 성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인 프로세서와 카메라 모두 그대로거나 약간 나아진 수준이죠. 하지만 LG전자는 잘 안 팔리는 G4대신 새로운 제품이 급하게 필요했을 거라는 상상은 저라도 쉽게 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았던 듯 하고, 그 결과물이 바로 V10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라인업으로 등장한 V10이 엄청난 판매량으로 LG전자의 구원자 또는 해결사 역할을 해주기는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누가 봐도 디자인이나 기능이나 성능 면에서 G4와 서로 닮은 제품이고 G4에 실망했던 고객이 몇가지 더 나아진 점 때문에 V10으로 그 눈을 돌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더 큰 화면이 필요없다면 더더욱 그렇겠죠. 디자인과 무게 면에서는 튼튼함을 추구하느라 포기한 부분도 느껴집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V10의 가장 큰 적은 재고로 남아있을지 모르는 G4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G4와 V10의 줄 세우기를 위한 확고한 전략도 필요합니다. 1
그럼에도 불구하고 V10의 기본기는 충실한 편이며 엿보이는 몇가지 가능성은 LG전자의 의지와 희망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적어도 퀄컴 스냅드래곤 820을 달고 나올 G5의 등장까지는 V10이 LG전자의 중간계투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LG전자의 적극적인 가격 정책과 예전과 다른 세련된 홍보 전략이 필요합니다. 시장에서 제대로 된 영역을 조준 공격한다면 지금의 V10으로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V10이 선 보인 이상, G5의 크기는 더 작아지는게 낫겠죠.
LG전자로부터 저작료를 제공받았습니다.
- 다른 회사처럼 +하나 붙이지는 않았으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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