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수스라 발음하는 대만 기업 ASUS가 만든 VivoPC VM62를 분류한다면 미니 PC에 속한다. 1981년 IBM PC의 출현 이후 호환 기종이 등장하고 이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와 윈도우를 기반으로 다수를 차지하면서 PC로 통칭되어 디지털 정보 시대의 꽃으로 자리잡은 다음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출현 이후 조금씩 그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고자 다양하게 변신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등장한 PC가 변화한 한 갈래다. 실제로 쪼그라 들어가는 데스크탑 PC 부문과는 달리 미니 PC는 꾸준하게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 미니 PC 또한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을 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한쪽 방향은 '미니'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지만 작아지는 것으로 인텔 컴퓨트스틱으로 대변되는 스틱형 PC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방향이 오늘 살펴보는 에이수스 비보PC UM62가 추구하는 쪽이다. 혹시 지난 리뷰를 살펴보지 않은 분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아래 링크를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다.
2015/06/28 - ASUS의 특별한 미니PC, Vivo PC와 만나보니
그럼 이제 시작이다.
성능은 MINI가 아니다
앞에서 미니 PC의 발전 방향을 이야기할 때 스틱 PC처럼 극단적인 소형화를 꾀하는 쪽이 있다고 했지만 비보PC VM62는 그렇지 않다. 분명 데스크탑 PC에 비해서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작지만 성능 면에서는 결코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니다.
가격과 발열,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아톰 계열 프로세서를 집어넣는 경우가 많은 다른 미니 PC들과는 달리 VM62에는 코어 프로세서, 그것도 인텔의 주력제품인 코어 i5-4210u를 집어넣었다. 전력과 발열 관리를 위해서인지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넣긴 했지만 그 성능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듀얼코어에 하이퍼쓰레드를 지원하고 기본 동작 주파수는 1.7GHz, 최대 동작 주파수는 2.7GHz인 이 제품은 22nm 공정으로 만들어진 4세대 코어 프로세서다. 이미 5세대가 나와있지만 VM62와 같은 미니PC에서 쓰는 경우라면 괜찮을 것이다.
아톰이 베이트레일을 거치면서 예전과 달리 성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코어 마이크로아키텍처하고는 넘을 수 없는 성능의 벽이 있는 만큼 아톰 기반의 미니 PC가 아니라 그 쓰임새는 확실히 다른 셈이다.
그 성능은 위와 같으며 그래픽은 인텔 HD 4400 내장 그래픽이다. 비록 전문적인 게임용 PC보다는 못하지만 적절하게 옵션을 설정한다면 그럭저럭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여기서 만족을 못한다면 외장 그래픽을 넣은 VM62N을 고를 수도 있다.
RAM은 8GB로 DDR3 방식이다. 8GB면 웬만한 작업에도 충분하지만 원한다면 16GB까지 늘릴 수 있다.
VM62에 들어간 저장장치는 SSD로 샌디스크 제품이다. 용량은 128GB.
성능은 시중의 중급 SSD 수준에 해당한다고 보겠다. 원한다면 더 좋은 녀석으로 교체도 어렵지 않다. 그 부분은 뒤에서 살펴보자.
이 정도면 VM62가 그저 소형화에만 매달린 미니 PC가 아니라 성능도 충분히 확보한 제품이라는 점은 납득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타사에서도 이런 식으로 적당히 제원을 꾸민 미니 PC는 찾을 수 있다. 하지만 VM62가 특별하지 않은 부분은 다음 항목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확장성도 MINI가 아니다
PC를 이용하면서 확장이라는 측면을 생각해 보면 과연 어떤 요소를 가장 많이 고려하게 될까? 이것은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일텐데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저장장치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6에서 외장 메모리 슬롯을 없앴을때 큰 화제가 된 것만 봐도 아무리 네트워크를 이용한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유행한다고해도 사람들은 저장장치의 용량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니 PC나 노트북의 경우, 그 크기의 제약 때문에 저장장치를 하나 밖에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메모리 카드 슬롯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 쓰임새는 디스크 스토리지와는 다른 법이며 속도도 성능도 수명도 가격도 디스크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미니 PC의 경우 이러한 저장장치 확장의 문제는 이용자에게 쉽지 않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VM62는 예외다. 저장장치와 RAM의 확장이 매우 쉽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처음 비보PC VM62를 살펴보면서 글쓴이를 놀라게 한 면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작고 예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VM62는 간단하게 뚜껑을 열 수 있고 또 하나의 2.5인치 디스크드라이브를 추가로 탑재할 수 있게 해놓았다. 흔히 속도 면에서는 SSD를, 용량 면에서는 HDD를 선호하는데 VM62에서는 두가지를 다 넣을 수 있는 셈이다.
Vivo Dualbay로 불리는 이 방식을 활용하면 시스템을 담은 SSD 밖에 별도의 HDD를 추가하여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을 추구할 수 있다. 만약 저장 공간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둘 다 HDD를 넣을 수도 있다. 제원에서는 각각 1TB까지 가능한데, 현재 2.5인치 규격의 SATA HDD는 2TB짜리도 구할 수 있으니 잘 하면 4TB까지 가능할지 궁금하다. 이렇게 되면 간단하게나마 개인용 NAS로도 쓸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도 봤지만 뒷면의 화려한 확장 단자들의 향연은 이 녀석의 확장성이 결코 mini가 아니라는 것을 꺠우쳐 주게 된다. 굳이 흠을 잡으라면 e-SATA 단자가 없는 것 정도가 있겠지만 네개나 되는 USB 3.0 단자에 비보 듀얼베이가 있으니 큰 문제는 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거실에 어울리는가
미니 PC는 그냥 VESA 방식의 모니터나 TV 뒤에 박아서 안 보이게 놓는 것도 방법이지만 자연스럽게 꺼내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중의 미니 PC들은 지나치게 PC스러워서 튀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넷북 이후 전세계에서 화끈하게 놀아본 경험이 있는 에이수스의 디자인 실력은 제법 녹녹치 않았다. 아니, 비보PC VM62는 숨겨놓기가 아까울 정도다.
보면 알겠지만 거실에 그냥 놔둬도 제법 잘 어울린다. 까망에 금속제에 빗살무늬에 미니멀리즘으로 구성된 디자인은 그냥 상자만 놔둬도 주변 환경과 잘 조화를 이룬다. 빗살무늬라고는 하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맨들맨들해서 기분이 좋다.
밤에 켜봐도 하얀 LED 덕분에 제법 은은한 자태를 뽐낸다. 특히 파랑이나 빨강 같이 눈에 거슬리는 색이 아니라 훨씬 낫다.
거실에서 쓰는데는 팬 소음의 문제도 있을 수 있는데, 글쓴이의 감상으로는 거실에 둬도 괜찮을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정 무소음을 원한다면 아톰을 채용한 제품으로 가야 할텐데 이 정도면 거실에서 함께 지낼 수 있을 듯. 발열도 뚜껑을 짚어봤을때 약간 미지근한 정도로 아이가 잘못 만져도 괜찮다.
ASUS VivoPC VM62, PC의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간다
에이수스 비보PC VM62를 줄여서 이야기하면 예쁘고 쓸모있는 미니PC 정도가 될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VM62가 별거 아닌 제품으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그 안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그동안의 PC 기술 발전의 결과물이 농축되어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멋진데 실용적인 기능과 성능, 그리고 확장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작기까지 한 x86 PC를 구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다. 그런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한 에이수스의 개발진은 확실히 고생 좀 했을 듯 하다.
VM62를 살펴보면서 PC는 다른 영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전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예전과 같은 데스크탑과 노트북이라는 분류도 조만간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을 정도로 그 변화의 속도는 만만치 않다. VivoPC VM62 또한 그 흐름의 선두에서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가고 있는 제품일 것이다. 8비트 PC가 대중화 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10년 후의 PC를 상상해보며 글을 마친다.
리뷰를 위해 에이수스 코리아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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