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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윈도폰7이 성공하려면 해결할 세가지

늑돌이 2011.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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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기존에 이 분야에서 별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애플과 구글이 각각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전면에 나선 반면, PDA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지배하던 팜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반대로 위축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 컸죠. 특히 팜이 먼저 몰락한 상태에서 나름대로 노키아, 블랙베리와 함께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등장에 윈도 모바일 플랫폼을 아예 포기해 버렸습니다. 즉 윈도 모바일은 버전 6.5에서 더 이상 개발되지 않고 끝난다는 것이죠. 새로운 플랫폼은 이전의 윈도 모바일과는 전혀 호환되지 않는 별개의 플랫폼인 셈입니다. 기존 사용자들의 배신감은 컸지만[각주:1] 그래도 기존 윈도 모바일 플랫폼의 한계와 문제를 통감하는 이들에게는 나름 이치에 닿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윈도폰7 플랫폼은 7자 돌림의 다양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작년 10월부터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직 그리 좋지 않은 셈이에요. 이미 한구석 떡 차지하고 스마트폰을 벗어나 태블릿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iOS나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아직 손볼 여지가 많은데다가 기기가 모두 평준화되어 있어 눈길을 모은 제품도 못 나왔기 때문이죠.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160만대의 윈도폰7 OS 기반 제품이 나갔다고 합니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겨우 1.6%입니다. 삼성, LG, HTC, 델 등 상당히 굵직굵직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참여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면 좋지 않은게 아니라 초라하다고 봐야겠죠.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36%, 애플의 iOS는 16.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윈도폰7은 아직 한국 현지화가 되지 않았습니다[각주:2]. 대부분의 이들에게는 '환상의' 플랫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제품들의 불꽃튀기는 싸움을 구경하느라 윈도폰7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었던 셈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이번에 Mango라는 코드로 불린 윈도폰 7.1 업데이트에서 한글화된 윈도폰7이 우리 앞에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윈도폰7의 대한민국 출시가 눈 앞에 온 것이죠.


안정적이지만 느린 발전

윈도폰7은 예전의 윈도 모바일과는 다르게 상당히 폐쇄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오직 퀄컴의 스냅드래곤 플랫폼에서만 돌아가며 외장 메모리는 이용이 힘들고, 가능하다고 해도 편법으로만 되죠. 추가 애플리케이션 설치는 윈도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달라도 비슷한 안정성을 공유하며, 업그레이드 시기에 대한 불만이 워낙 많은 안드로이드에 비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일원화되었습니다. 마치 PC의 윈도 업데이트처럼 일괄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거죠. 그것도 전부 교체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부분만 하기 때문에 효율적입니다. 보안 면에서도 윈도 마켓 플레이스에서 철저하게 검증한 애플리케이션만 돌아가게 만들어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건 아니죠. 우선 다양한 제조사들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도 그다지 차별성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드웨어 제원과 UI까지 표준화시키고 나니 별다르게 손댈 곳이 없어진 것이죠. 이건 사용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개인의 개성을 담아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첫 화면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은 타일의 재배치 정도에 불과합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윈도폰7이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지는거다 보니 요즘 나오는 다른 플랫폼의 새로운 기능에 대응하지 못합니다. 멀티태스킹도 이번 망고 업데이트를 통해서야 겨우 가능하게 되었고 테더링은 여전히 기약없습니다. 아직 듀얼코어 프로세서도 채용하지 못했고요.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부분을 느끼고 있는건지 중저가의 보급형에 집중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윈도폰7의 기능이 경쟁 플랫폼에 비해 충분히 발전되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한글 글꼴. 어쩌란 말인가

이번 망고 업데이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는 부분이 바로 윈도폰7에 한글이 어떻게 들어갈 것이냐였습니다. 윈도폰7의 UI는 타일을 조합한 메트로 UI와 아름다운 알파벳 글꼴을 기반으로 한 타이포그래피의 조화였거든요. 알파벳 글꼴만큼 아름다운 한글 글꼴이 들어가리라 기대했었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단히 실망스럽게도 한글 글꼴은 전혀 윈도폰7의 다른 UI 부속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글꼴을 넣느니 아예 한글을 빼버리는게 나을 정도라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심지어 알파벳 글꼴과도 어울리지 않는군요.


'네오 고딕'이라는 이 글꼴에 대해 개인적인 좋고 싫음이 있겠지만 간담회에 오신 분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제 의견에 동의하신 것으로 봐서 윈도폰7 UI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글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안이 필요합니다.


화려함 vs. 더 빠른 반응

그리고 마지막 반응 속도입니다. 이 부분은 윈도폰7 초기판에서부터 나왔던 이야기죠.



윈도폰7에는 UI에 상당히 많은 2D/3D 그래픽 효과가 들어있습니다. 스크롤, 페이지 전환, 선택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러한 효과가 적용되어 있는데 말이죠, 문제는 이러한 효과들이 처음 볼 때는 우아하고 아름다울 수 있지만 어느새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고 오히려 이 때문에 반응이 느리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직 망고 업데이트된 스마트폰을 제대로 써보지 못했으므로 새로운 윈도폰7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현재의 윈도폰7은 특정한 기능을 실행하기 위한 과정이 지루한 경우까지도 있습니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별 문제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다른 스마트폰보다 센스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요.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만큼 오피스나 익스체인지 서버에 연동하여 비즈니스 용도로 쓰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텐데, 그런 분들이 과연 아름다운 그래픽 효과를 좋아할지, 빠른 반응을 좋아할지는 명약관화합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이 즉각적으로 반응해주는 걸 좋아하는 경우는 적지 않겠죠. 적어도 사용자에게 고를 수 있는 옵션을 주고 빠른 반응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그 길을 열어주는게 옳겠죠.



이들 말고도 걱정이 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많이들 선전하는 XBOX 지원 부분같이 그 사용자 수가 미국처럼 많지 않은 한국의 경우 큰 매력이 될 수 없는 것이나 한국에서 제대로 지원하기 힘든 서비스에서 생기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플래시를 보고 싶은 이들은 윈도폰7을 포기해야 하나 같은 것도 있죠.

물론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UI와 기존의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들과 찰싹 달라붙는 모습은 여전히 윈도폰7만의 매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자들 또한 가만히 있지 않겠죠. 윈도폰7을 제대로 한국에서 성공하게 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조금 더 신경을 써줘야 할 것 같습니다.



  1.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옴니아 업그레이드 문제의 한축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본문으로]
  2.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작은 시장인게지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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