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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을 위한 리눅스, Eeebuntu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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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스의 Eee PC 시리즈는 2008년 PC 업계의 태풍의 중심에 있던 존재인 넷북 시장을 처음으로 연, 무척 의미있는 제품이다.
낮은 가격에 적당한 성능을 제공하는 Eee PC 시리즈는 출시 초기 윈도 계열이 아닌 리눅스를 OS로 채용하고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비스타를 주력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제조사에게 권장(...)하고 있던데다 Eee PC와 같이 낮은 성능을 가진 제품에서는 너무나도 느리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Eee PC의 판매량에 놀란 마이크로소프트는 잽싸게 ULCPC라는 분류로 윈도XP 라이센스를 허가해 줌으로써 넷북의 OS는 다시 윈도XP가 대세인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고 넷북을 위한 리눅스 진영의 활동이 멈춘 것은 아니다. 특히 일반 사용자를 위한 리눅스로 가장 유명한 우분투는 인텔과 협력하여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사용한 미니노트북과 MID 제품군을 위한 버전을 준비해 왔으며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번에 Eee PC를 위해서 따로 준비한 리눅스 배포본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알기 쉽게도 Eeebuntu(Eee + Ubuntu; 이분투). 과연 이분투는 어떤 리눅스 배포본인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이분투를 이루는 세가지 요소

이분투 측에서는 그 구성요소로 다음과 같이 세가지를 들고 있다.

1. 우분투(Ubuntu)


더 할 말이 필요없는 일반 사용자용 리눅스의 대표급 배포본이다. 설치의 간단함은 물론, 윈도를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인터페이스와 버그나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상용 OS 뺨치는 정기적인 업데이트 제공 등의 강점은 서버용이 아니라면 가운데 우분투를 까는 것이 정석이 되어버렸다.
이분투의 근간이 된 것은 이 우분투의 최신판인 8.10, Intrepid Ibex다.

2. Array 커널
원래 하드웨어와 응용 프로그램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는 커널은 하드웨어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갖고 있어야 하는데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된 PC의 모든 부품들을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이분투에 쓰인 Array 커널에는 Eee PC에 필요한 드라이버들이 모두 들어가 있어 재컴파일 등 복잡한 작업이 필요없도록 특별 관리되고 있다.

3. EeeConfigure
Eee PC에 필요한 다양한 리눅스용 스크립트를 기본 제공하여 원하는 부분을 바로 바로 실행하여 설정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스크립트를 추가할 수도 있다.

종합해 보면 이분투는 말 그대로 Eee PC를 위해 깔끔하게 정리된 리눅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분투를 자신의 Eee PC에 설치하는 일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이분투 공식 사이트(http://eeebuntu.org/)에서 필요한 배포본을 다운로드받고 이것을 DVD나 CD에 구워 설치하면 된다. 외장 ODD가 없는 경우에도 1GB 이상의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하여 설치할 수 있는데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Unetbootin 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그런데 설치하기 전에 고민해야 되는 점. 이분투에는 세가지 설치본이 있다.

Eeebuntu Standard 설치 초기 화면


- STANDARD : 전체 설치본이다. 이분투의 모든 패키지가 다 들어가 있다. 마치 Eee PC를 데스크탑 PC처럼 쓰려면 이 배포본을 고르자.

- NETBOOK REMIX : STANDARD와 큰 차이는 없으나 넷북을 위해 준비한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들어가 있다. 이 글에서 주로 소개할 패키지가 바로 이것.

- BASE : 최소 설치본으로 추가 어플리케이션이 모두 제외되어 있다. 하지만 나중에 어플리케이션은 더할 수 있으므로 Eee PC 701과 같이 저장용량이 적은 제품에 어울린다.

참고로 필자가 이분투를 테스트해 본 Eee PC는 넉넉한 크기의 키보드와 하드디스크 탑재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1000H 모델이다.

설치 CD


이분투는 설치하지 않고 CD만으로 그 기능을 맛보거나 따로 파티션을 잡지 않고도 윈도XP 위에 설치해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파일 시스템의 차이에 따른 속도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따로 파티션을 잡고 설치했는데 그 과정은 쉽고 기존 파티션의 크기 변경도 설치 프로그램에서 같이 할 수 있어 매우 편리했다. 설치에 걸리는 시간은 파티션 크기 변경 작업까지 합쳐 약 30분 남짓.


설치 후 할 일

별다른 추가 작업없이 단축키도 대부분 동작(무선랜 온/오프, 외부 모니터 연결은 제외)하고 프로그램도 잘 실행된다. 하지만 몇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제일 처음 할 일은 무선랜이나 유선랜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하고 업데이트 관리자(Update Manager)를 구동하여 이분투의 최신 업데이트를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는 일이다. 이렇게 해주면 시스템을 언제나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걸로 안심하면 안 된다. 현재의 이분투에는 OS 설치시 분명히 한국어를 골랐는데도 제대로 메뉴가 한글화 안 된 부분이 많고 키보드가 한글 입력 모드로 전환되지도 않는 현상이 있다. 다행히 한글이 화면에 보이는 부분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것은 불완전한 한글화의 결과로 두가지 단계로 손을 써야 했다. 하나는 [System]-[그놈 제어판]-[Language Support]로 들어가 한국어 언어팩을 설치한다.


만일 이때 키보드에서 한글/영문 전환이 [한/영] 키를 통해 멀쩡하게 잘 된다면 두번째는 필요없다. 만일 한글 전환이 안 된다면 [시스템]-[그놈 제어판]-[키보드]의 설정을 다음과 같이 바꾼다.


자, 여기까지 했으면 기본적인 준비는 다 끝마친 셈이다.


새로운 넷북용 인터페이스

이분투 Netbook Remix 버전을 설치하고 처음 우리를 맞는 화면이다.


원래 우분투는 윈도 시리즈와 꽤 비슷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분투 스탠다드의 화면에 나온)를 가지고 있지만 넷북 리믹스 버전에 들어간 것은 우분투를 만드는 캐노니컬에서 넷북용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새로 만든 것이다.
바탕 화면을 비워놓는 기본 인터페이스와는 다르게 화면 전체를 차지하면서 왼쪽에는 각 프로그램의 종류별 버튼이 있고 이 버튼을 선택하면 가운데의 응용프로그램 아이콘 목록이 바뀐다. 오른쪽에는 각 저장장치의 아이콘이 있다.

실제로 써보면 특히 초보자에게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익숙해 지려면 자신만의 프로그램 분류를 갖춰야 하겠지만 하는 일이 몇가지로 제한된 경우에는 한번 설정해 놓으면 꽤 편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이 새로운 UI는 800x480 해상도의 Eee PC 701 시리즈에도 잘 어울리게 만들어져 있다. 덕분에 1024x600의 해상도에서는 글자가 다소 작게 표현되는 편이다. 글꼴을 10포인트 정도로 키우면 그럭저럭 볼만해 진다.


이분투의 응용프로그램, 쓸만한가?

넷북이라는 제품 자체가 복잡한 업무나 속도가 필요한 연산 처리가 아닌 인터넷과 간단한 업무 처리와 게임, 멀티미디어 데이터 감상에 활용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과연 이분투는 그에 걸맞게 꾸며졌는지 기본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보자.


일단 이분투에서 뺄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오픈오피스가 있다. 최신판은 3.0이지만 이분투에는 2.3이 준비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호환성을 유지하면서도 공짜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간단한 업무 처리에 매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액티브X라는 지뢰가 있는 한국의 인터넷이지만 파이어폭스가 기본으로 준비된 관계로 액티브X와 관련없는 웹 페이지들은 어느 정도 서핑 가능하여 다음이나 네이버에 로그인하거나 게시물을 올리고 댓글을 남기는 정도의 작업은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한계. 다행인 것은 플래시 플러그인에서 한글이 깨지던 문제도 해결되어 있고 속도가 꽤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메일은 썬더버드가, 메신저로는 pidgin이나 aMSN 등이 있으며 네이트온 또한 리눅스 버전을 설치하여 이용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용으로는 리눅스에는 곰 플레이어나 KM플레이어, 팟플레이어와 정도로 편리하지는 않지만 대신할 수 있는 존재로 VLC media player가 있는데 외화를 많이 보는 국내 실정에 맞게 자막도 보여줄 수 있다.
이밖에도 음악 관련 프로그램으로는 Banshee Media Player가 준비되어 있지만 한글 데이터가 깨져나온다.


이밖에도 우분투를 만드는 캐노니컬에서 관리하는 안전하면서도 재주많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언제라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 설치 가능한 것이 우분투 계열 제품의 특권이다. 이들을 뒤지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


이분투의 문제

자, 이 정도면 웬만큼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문제도 있다.
필자가 이분투를 사용하면서 가진 느낌은 쉽고 편하긴 하지만 '일반인'이 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한글화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분투의 많은 부분이 한글화되어 있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추가적인 설정을 필요로 하고 곳곳에 미처 한글화가 되지 않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들이 튀어나오곤 한다. 예를 들어 기본으로 제공되는 압축/해제 프로그램은 한글 이름을 가진 파일 처리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한글 글꼴의 화면 출력 품질이나 친절한 도움말 또한 아쉬운 편이다.


두번째는 앞에서도 언급한 웹 서핑 문제.
액티브X를 환상적으로 사랑하는 한국의 웹 환경에서는 파이어폭스나 오페라 등 액티브X를 못 쓰는 웹브라우저로는 웹 활용의 한계가 보인다. 이것은 이분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한국의 문제지만.

세번째는 하드웨어 지원 부분이다.
이분투는 Eee PC가 가진 자원을 많은 부분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아쉬움이 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거의 모든 넷북이 갖고 있는 외부 모니터 단자에 대한 지원이 불완전하다는 것, 그리고 블루투스 기기 지원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Fn키 조합으로는 외부 모니터 연결이 불가능하며 블루투스 스택의 문제인지 필자가 가진 블루투스 스테레오 헤드셋을 연결할 수 없었다.
이 밖에도 어떤 이유인지 무선랜과 블루투스 온/오프도 지원하지 않았다.

네번째는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분투는 대부분의 작업에 있어서 초보자도 어느 정도까지는 적응 가능하게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자잘한 문제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터미널을 작동시키고 명령어를 입력하여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초보자는 쓰지 말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다. 이분투의 멋진 그래픽 UI가 사상누각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Eee PC를 위한 리눅스 배포본인 이분투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았다.
더 다양한 방면에서 자세히 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분명히 이분투는 리눅스를 써보고 싶은 Eee PC 사용자에게 있어서 만큼은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듯 단점 또한 존재한다. 이제 정리해보자.


장점
- 설치가 편하다.
-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리눅스를 맛볼 수 있다.
- 우분투에 기반을 둔지라 지속적인 시스템 업데이트가 제공된다.
- 필요하다 싶은 프로그램은 모두 기본, 무료로 제공한다.

단점
- 한글화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 한국에서는 웹을 통해 이분투에서 인터넷 뱅킹이나 쇼핑 등 돈 관련된 일을 하기 힘들다.
- 문제를 해결하거나 손을 좀 대려면 리눅스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넷북 제품군을 위한 편한 리눅스라는 측면에서 이분투를 환영한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Eee PC 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넷북을 위한 리눅스 또한 나와주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찬다.


이 글은 ZDNet Korea에 기고하기 위해 쓰인 것으로 ZDNet Korea의 허가 하에 이곳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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