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트북 PC 업계를 뒤흔들었던 소식 가운데 하나는 아수스가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에서 발표한 보급형 미니노트북 Eee PC입니다. 처음에 발표했던 199달러라는 가격에서 다소 올라 사양에 따라 약 250~500 달러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늑돌이네 라지온에서도 이 제품에 대해 여러가지 소식들을 전해드렸습니다만, 국내에 아직 정식수입되지 않고 있고 그 계획도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 제품을 접하기는 쉽지 않았죠. 그러다가 늑돌이가 마침 Eee PC를 구입하신 칫솔님 덕분으로 짧게나마 리뷰를 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 오랜만의 현장 리뷰, 가봅시다요.
■ 겉
늘 그렇듯이 늑돌이의 리뷰는 겉 부분에서 시작합니다. 이날 마침 라온디지털의 에버런을 가져갔군요.
제품 자체의 크기는 이 정도입니다. 에버런의 액정이 4.8인치인 걸 고려해 보시면 대략 크기가 짐작 가실 듯 합니다. 사양표에 나오는 Eee PC의 크기는 225 x 165 x 35 mm로 218 x 163 x 25.4 mm인 고진샤 K 시리즈와 거의 비슷한 편입니다.
액정은 7인치, 800 x 480 입니다. 액정의 왼/오른쪽은 스테레오 스피커이며, 가운데 윗쪽은 30만 화소 웹캠이 달려있습니다.
키보드와 터치패드입니다. 무난한 키 배치입니다.
오른쪽입니다. MMC/SD 슬롯이 있는데, 많은 사용자들이 Eee PC의 부족한 하드디스크 공간을 이곳을 활용하여 넓히고 있습니다. SDHC 8GB까지도 인식이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USB 슬롯 두개와 VGA 모니터 단자가 있습니다.
잠깐 에버런과 두께를 비교한 사진입니다.
유선랜 단자, 모뎀 단자(비어있음), USB 단자, 그리고 오른쪽에 마이크와 이어폰 단자가 있습니다.
앞에는 시스템의 상태를 보여주는 LED가 단출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엉덩이, 음... 뒷면입니다. 단순하죠?
밑쪽입니다. 뜯어보고 싶었는데 주인께서 말리셨습니다. 워런티 날아간다고요. ^^ 뜯어보면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것이 있을텐데... ^^
그런데 배터리가 어디 갔을까요?
여기 있군요. 흐음. 이 녀석 7.4V에 5200mAh 짜리입니다. 꽤나 두껍고 부담스러운 모습입니다. Eee PC가 두꺼워 진 것에는 이 녀석 탓이 큽니다. 무게는 920g으로 고진샤 K 시리즈보다 약간 가볍습니다.
■ 속
먼저 아수스 Eee PC의 사양을 잠깐 살펴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CPU : 셀러론 M 900MHz(실제 클럭은 630MHz)
OS : OS : Xandros 리눅스 기본 지원, 윈도XP 설치 가능
화면:800x480 해상도의 17.8cm(7인치) LCD
그래픽 : 인텔 915 익스프레스 칩셋. 3D 가속 지원
메모리 : DDR2 512MB
HDD : 플래쉬 메모리 기반의 4GB
오디오 : Hi-Definition 오디오 CODEC, 스테레오 스피커(2W), 마이크
유선 통신 : 10/100 Mbps 이더넷
무선 통신 : WiFi 802.11b/g
웹캠 : 30만 화소 비디오 카메라
기타 I/O : 3개의 USB 2.0, 오디오/마이크 단자, SD 메모리 카드 리더(SDHC 지원)
배터리 : 4셀(5200mAh, 2S2P), 3시간 사용 가능
크기 : 225 x 165 x 35 mm
무게 : 930g
색 : 화이트, 블랙
예, 이 정도입니다. 무려 셀러론M 900MHz에 512MB 램, 내장 그래픽이지만 3D 가속을 지원하고, 무선랜과 웹캠, 그리고 메모리 카드 리더도 내장했습니다. 사양표만 봐서는 별로 모자람없는 노트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죠.
1. SSD
아수스 Eee PC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하드디스크 대신 플래쉬 메모리를 이용한 하드디스크 대용물인 SSD를 채용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용량이 작아졌지만 나름대로 속도가 빠른 면도 있습니다.
이 제품에 탑재된 SSD의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보겠습니다. 먼저 부팅 화면을 잠깐 살펴볼까요?
이 제품은 기본으로 깔려있는 Xandros 리눅스가 아니라 윈도XP 홈을 설치한 제품입니다. 별다른 최적화없이 부팅이 30초 정도로 완료됩니다. 실제로 아수스 Eee PC를 사용하면서 드는 느낌은 매우 가볍다는 것입니다. 4GB SSD와 512MB 메모리로 큰 프로그램만 안 띄우면 쾌적하게 사용 가능합니다.
그러나 SSD가 아무리 빠르다 한들 요즘 나오는 최신형 데스크탑 하드디스크와 비교하면 당연히 한참 밀립니다. 그래서 휴대기기에 주로 쓰이는 1.8인치 하드디스크와 비교해 봤습니다. 예전에 테스트한 NK01 하드케이스에 담긴 삼성 HS060HB 1.8인치 60GB 하드디스크의 성능과 함께 살펴보면 거의 비슷한 성능이 나옵니다. 하드디스크는 순차 읽기, 순차 쓰기, 랜덤 쓰기 성능이 우수하고 SSD는 랜덤 읽기가 우수합니다만, 실제로큰 차이는 나지 않네요. 다만 작은 크기의 파일을 랜덤으로 읽는 성능은 하드디스크에 비해 정말 탁월합니다. 물리적으로 헤드를 움직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겠죠.
SLC 방식으로 보다 빠른 SSD인 E&Tech/뉴틸메카의 MYSSD UX4GS와의 비교입니다. Eee PC의 경우 온보드 되어 있고 MYSSD는 USB로 연결되어 있는 탓도 있어 15% 정도의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나 내장된 SSD의 성능은 그렇다쳐도 용량이 겨우 4GB라는 것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기본으로 깔린 리눅스라면 좀 낫지만 윈도XP를 깔면 기본적인 것만 설치해도 1GB 남짓 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SD 메모리 또는 본체 안의 미니 PCI-e 슬롯을 통해 하드디스크의 용량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아수스에서는 8GB SSD 모델을 따로 출시했고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2. CPU
아수스 Eee PC의 전체적인 성능을 살펴보기 전에 한가지 알아두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도 밝힌 바 있습니다만 Eee PC에 들어간 CPU는 인텔의 셀러론M 900MHz 입니다. 하지만 클럭이 낮춰져 탑재되어 있습니다.
원래 CPU의 사양인 900MHz에서 630MHz로 정확히 30% 낮춰져 있습니다. 스피드스텝 등 일시적인 클럭 저하가 아니라 늘 저 상태입니다. 이렇게 일부러 낮춰놓은 것은 발열 또는 전력 소비 문제, 또는 인위적인 성능 제한으로 추정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Eee PC는 쓸만한 속도를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UMPC로 보자면 괜찮은 성능인 셈입니다. AMD 지오드보다 훨씬 빠르고 VIA C7-M(1.2GHz) 계열과 비슷합니다. 인텔의 A110 800MHz 계열보다는 느립니다. 만일 630MHz로 다운 클럭되어 있지 않았다면 UMPC 제품군 가운데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덧붙입니다. Eee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오버클러킹 소프트웨어가 등장했습니다. 관련 글은 이곳입니다.
3. 화면 해상도
아수스 Eee PC가 가진 800 x 480 해상도의 화면은 웹 서핑을 하기에는 좀 무리입니다. 특히 늑돌이네 라지온이라는 아주 훌륭한 웬만한 웹 사이트는 가로 폭을 1024 픽셀로 디자인하기 때문에 화면의 가로 폭이 모자라 잘리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대신 액정 자체는 그럭저럭 봐줄만 합니다.
난데없이 BIOS 화면(웹 화면을 찍어두지 못했습니다요. -_-)
4. 키보드
키보드 사진을 다시 한번 볼까요?
실제로 이 제품을 사용해 보면 터치패드는 꽤 반응이 좋았습니다. 터치패드 오른쪽의 스크롤 휠 역할도 잘 수행합니다. 터치패드 아래에 있는 버튼은 하나지만 왼쪽/오른쪽으로 나눠서 반응하기 때문에 마우스에 있는 두개의 버튼 역할을 다 수행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하나라 걱정했는데 사용하면서 별 문제는 없더군요.
중요한 키보드의 키감은 그럭저럭 쓸만하고 키 배치도 나름대로 괜찮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키감이 고진샤의 K 시리즈와 거의 비슷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고진샤 K600의 키보드
고진샤 K 시리즈와 동일 배치의 키보드, 즉 아마도 같은 회사의 키보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즉 Eee PC의 키감이 궁금하신 분은 고진샤 K 시리즈 제품을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고급의 키보드는 아니지만 실용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5. 배터리와 발열, 소음
사양에는 배터리가 3시간 간다고 써있지만 사양표의 시간은 1/3에서 반 정도는 깎아서 실제 배터리 시간으로 잡아주는게 예의입니다. 실제로 써보면 이 제품은 대략 2시간 좀 넘게 쓸 수 있다고 하는군요. 뭐 훌륭하진 않지만 그냥저냥 용납되는 수준입니다. 참고로 클리앙 회원이신 Thom님 말씀에 따르면 화면밝기 40%에서 무선랜 켜고 곰TV로 고화질 영화를 플레이 시켰을 때 2시간 40분 정도(배터리 5%까지) 간다고 하는군요. 대신 발열은 어느 정도 있어서 여름에 Eee PC를 맨살의 무릎에 대고 쓰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소음은 너무 시끄럽지 않은, 일반적인 노트북 수준입니다. 어차피 CPU를 위한 팬이 달려있으니까요.
■ 결론
지금까지 짧게나마 아수스 Eee PC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 제품을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성능
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팔고 있지 않다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경우, 그리고 굳이 1kg 미만의 미니노트북을 원하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대신 A/S 문제나 저해상도의 액정, 낮은 SSD 용량 등 감수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좀 더 큰 서브노트북 급도 괜찮다면 아수스 Eee PC보다 좋은 선택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미니노트북의 경우 A/S 등의 위험부담이 싫고 화면 해상도와 SSD 용량이 마음에 안 드는 분이라면 조금 더 비싼 고진샤 K600 시리즈를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조만간 국내에 나온다고 하는 비아 나노북 플랫폼(아직 정확한 가격은 미공개)의 제품도 고려할만 하겠죠.
이런 여러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수스 Eee PC가 가지는 의미는 특별합니다. 서브노트북 시장까지 몰려왔던 보급형 제품의 러시가 이제는 시장의 크기가 작아서 외면받아왔던 미니노트북 시장까지도 침범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Eee PC는 현재 그 미니노트북 시장이 의외로 크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는 중입니다. 덕분에 이 시장에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고요.
이상으로 부족하나마 아수스 미니노트북 Eee PC 현장 리뷰를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제품을 보여주신 칫솔님께 감사드리며 좀 더 갈증이 나는 분들은 이 제품의 주인이신 칫솔님의 Eee PC 관련 글들을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다가올 2008년은 아수스 Eee PC가 열어놓은 보급형 미니노트북 시장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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