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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PC 사용자라면 웬만하면 다 알고 있는 단어인 '업그레이드'.
기존 PC의 성능을 한단계 높이는 작업을 뜻하는 업그레이드는 보다 많은 작업을 더 빨리 하고 싶을 때, 또는 보다 복잡한 게임을 즐기려고 할 때 필요하다. 이 업그레이드의 핵심 요소가 된 것은 바로 CPU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386, 486, 펜티엄을 기억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컴퓨터 성능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업그레이드시 CPU에 대한 고민 - 인텔이냐 AMD냐 또는 듀얼 코어냐 쿼드 코어냐, 또 클럭 주파수는 얼마냐 등 - 은 언제나 사용자들의 고민거리가 되어왔다.
여기에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인 코어 i7이 나온 이후로는 고민이 하나 더 추가됐다. 코어 i7이냐 아니냐라는 것.
한쪽에서는 코어 i7이 정말 최고의 성능을 가졌다고 말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비싸기만한 빛좋은 개살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주변에는 코어 i7 프로세서의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아 직접 알아보기도 힘들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네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코어 i7프로세서가 정말 선택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첫번째 질문. 어떤 CPU인가?
펜티엄4 시절 AMD에게 한방 먹고 살짝 비틀거리던 인텔이었지만 코어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예전보다 더 강력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특히 코어2 시리즈 프로세서들은 기본 성능은 물론 풍부한 오버클럭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어 일반인과 매니아 모두를 만족시켰다. 이렇게 우세가 확실한 상황에서도 인텔은 쉬지 않고 2008년 11월, 코어 시리즈의 최신 제품인 코어 i7이라는 새로운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네할렘(Nehalem)이라는 코드명으로 불리던 코어 i7에서 i7은 기존 제품(코어 다음에 붙는 접미사(솔로, 듀오, 쿼드)로 해당 제품에 들어간 코어 갯수를 구분할 수 있었다)과 달리 사실 별다른 뜻이 없는 기호라고 한다. 그냥 발음이 좋아서라고 하는데. 7세대임을 상징하거나 곧 나올 윈도7과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애슬론XP를 기억하는가?)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코어 i7(이하 i7)이 더 중요한 건 현재 시장의 베스트셀러 CPU인 인텔 코어2듀오와 코어2쿼드를 잇는 제품이라는데 있다. 코어2 시리즈가 그랬듯이 코어 i7 또한 수많은 계열 제품들이 나올 것이며 노트북용 프로세서 또한 현재의 센트리노2에서 코어 i7의 네할렘 아키텍처 기반으로 재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어 i7은 2.66GHz의 920, 2.93GHz의 940, 3.2GHz의 965의 세가지 종류가 나와있는데 이 가운데 965는 배수 제한이 걸려있지 않은 익스트림 에디션이다. 코어 i7 프로세서가 기존 코어2 시리즈와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해 크게 네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4개의 코어와 하이퍼쓰레딩
나와있는 3종류의 i7은 모두 코어 4개를 가지고 나왔다. 앞으로 다시 코어 두개짜리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모두 쿼드 코어 프로세서다.
여기에 펜티엄4 때 나왔다가 코어 시리즈에서 슬그머니 사라진 하이퍼쓰레딩(Hyper Threading)이 다시 돌아왔다. 실제로는 코어 하나이면서도 마치 두개인 것처럼 두개의 스레드를 실행시켜주는 기술로, 인텔 측에 따르면 예전 펜티엄4때는 하이퍼쓰레딩이 위력을 발휘할만큼 멀티 코어에 대응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얼마 없었지만 이제는 충분히 늘어나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넣었다고 한다. 결국 겉보기에는 총 여덟개의 코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셈.
CPU 코어가 네개가 아닌 여덟개가 보인다
2. 터보 부스트와 파워게이트
터보 부스트(Turbo Boost)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오버클러킹 모드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각 코어별로 주어지는 부하에 따라 원래 정해진 클럭 주파수에서 벗어나 133MHz 단위로 올리기도 내리기도 한다. 즉 일하는 애한테는 밥을 더 주고 노는 애는 밥을 덜 준다는 이야기다. 아래 CPU-Z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정규 클럭이 2.66GHz임에도 불구하고 2.85GHz로도 돌아간다.
반대로 코어의 사용량이 적을 때는 파워 게이트 기술을 활용, 코어별로 완전히 독립적인 전력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안 쓰는 코어에 대해서는 소모 전력을 0에 가깝게 할 수 있다.
3. 퀵패스 인터커넥트(QuickPath Interconnect)
코어와 코어, 코어와 메모리, 코어와 I/O 컨트롤러 사이를 연결하는 존재로 제한적인 속도의 FSB(Front Side Bus) 방식에서 벗어나 최대 25.6GB/s라는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이를 통해 상호 연동시에 기는 지연 시간을 최소화했다. 특히 메모리는 DDR2와 함께 3채널의 DDR3까지 지원한다.
4. 스마트 캐시(Smart Cache)
모두 3차까지 있는 캐시 가운데 각각 256KB인 1차와 2차는 각 코어별로 따로 할당되어 있으며 8MB인 3차 캐시는 4개의 코어가 공유하게 되어 이전 제품에 비해 멀티 코어 프로세서로서 캐시의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 정도만 살펴봐도 확실히 빨라질 것 같긴 하다. 인텔만의 개선 사항은 물론, 경쟁사가 가진 장점까지 모두 가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파워 게이트나 터보 부스트는 성능 뿐만 아니라 절전 문제까지 배려한 요소라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그럼 좀 더 실질적인 질문을 해보자.
두번째 질문. 얼마나 빠른가?
이미 많은 리뷰에서 코어 i7의 성능을 세밀하게 검증한 바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 코어 i7을 사용한 PC가 얼마나 빠른지 살짝 맛만 보고자 한다. 필자가 i7의 성능 평가에서 사용한 시스템은 TG삼보컴퓨터 드림시스 E7 ABF840-JRI0으로 주요 제원은 다음과 같다.
살짝 엿본 드림시스 E7의 안쪽. 방열판으로 인해 CPU가 가려져 있다
- CPU : 코어 i7 920 2.66GHz
- 메모리 : DDR3 4GB
- 하드디스크 : 히타찌 HDT721010SLA360 1TB
- 그래픽 : GeForce 9600GT 512MB
- 메인보드 : 인텔 DX58SO
- OS :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 K
- 메모리 : DDR3 4GB
- 하드디스크 : 히타찌 HDT721010SLA360 1TB
- 그래픽 : GeForce 9600GT 512MB
- 메인보드 : 인텔 DX58SO
- OS :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 K
920은 i7 가운데 가장 낮은 급의 CPU고 그래픽 카드 또한 하이엔드에서 약간 모자란 편인 GeForce 9600GT 512MB지만 맛보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일단 누구나 한번씩 살펴보게 되는 윈도 체험 지수를 보자.
필자가 스크린샷으로만 봐왔던 All 5.9, 만점. 더 이상 할말없다.
많은 이들이 시스템 성능 평가에 사용하는 PCMark05에서의 결과다. PCMark 점수보다는 항목별로 얻을 수 있게 되어 있는 CPU와 메모리 부문의 점수만 올린다. 옆의 비교 대상은 코어2듀오 P8700 2.53GHz 프로세서를 사용한 센트리노2 기반의 LG전자 XNOTE R410에서의 결과인데 이 두 CPU는 쿼드 코어와 듀얼 코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클럭 주파수 면에서는 겨우 133MHz의 격차가 있을 뿐이었는데 PCMark05의 CPU 부문에서는 148%, 메모리 전송 속도에서는 154% 더 빠른 것으로 나왔다.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성능평가 프로그램인 크리스탈마크2004R3에서의 결과는 더하다.
정수연산에 대한 평가인 ALU에서는 213%, 실수연산에 대한 평가인 FPU에서는 221%, 메모리 속도에서는 무려 283% 더 빠른 것으로 나온다.
게임 상에서의 성능을 보기 위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골랐는데 언더시티와 타렌 밀농장을 오가면서 프레임 테스트를 해보았다. 물론 이 부분은 그래픽 카드의 영향을 받는 분야다.
- 언더시티 → 타렌 밀농장 : 최소 8.125 / 최대 474.552 / 평균 51.144
- 타렌 밀농장 → 언더시티 : 최소 7.339 / 최대 415.658 / 평균 56.016
최대 초당 60프레임까지 보여주는 이 게임에서 평균 50 프레임 이상이 나온다는 건 대부분의 경우 최상급 게임 화면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신 3D게임 가운데에는 코어 i7 920과 GeForce 9600GT의 조합으로도 풀 옵션을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래픽 카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CPU의 연산 속도를 살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분야인 동영상 재생에 대해 말해보자.
다양한 동영상 파일을 가지고 시험해 봤지만 표로 작성할 필요도 없이 결론은 매우 간단하다.
720p건 1080p건 비트레이트가 19Mbps가 넘건간에 필자가 시험용으로 가지고 있는 모든 동영상을 문제없이 재생했다. 물론 하드웨어 가속 코덱의 개입없이 CPU의 힘만으로 말이다. 동영상 재생시 한자리 또는 10%대의 CPU 점유율만을 보였다는 점도 덧붙이자.
이 정도면 코어 i7이 가장 빠른 CPU라는 명칭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다른 각도에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세번째 질문. 문제는 없는가?
1. 비싸다, 너무 비싸다
코어 i7이 발표된지 꽤 되었지만 실제로 시장 쪽의 반응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우선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출시된 코어 i7 프로세서들은 모두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위한 제품이고 가격도 그에 맞게 책정되어 있다. 인텔의 CPU 로드맵에 따르면 일반인과 보급형 시장을 위한 i7은 올해 3분기 이후에 등장하는 코드명 린필드(Lynnfield), 해븐대일(Havendale) 프로세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코어 i7의 가격 문제는 CPU에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이번 리뷰에서 사용한 TG삼보컴퓨터의 드림시스 E7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본체만 무려 200만원 수준이다. 부품만 따져볼 때 코어 i7 920과 메인보드, DDR3 메모리 가격만 계산해도 대략 80~130만원 정도를 오르내릴 정도다(가장 빠른 965의 경우 CPU 가격만 150만원이 넘는다).
인텔 X58 칩셋 말고는 대안이 없는 메인보드 분야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그동안 40~60만원 대의 초고가 보드가 주류를 차지하다 근래에 저렴한(?) 30만원 수준의 보드가 출현할 정도니 말이다.
2. 코어 i7이 언제나 빠른 건 아니다
코어 i7의 문제는 가격에만 있는게 아니다. 4개의 코어에 하이퍼쓰레딩을 활용, 8개의 쓰레드를 돌릴 수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싱글 코어, 기껏해야 듀얼 코어에 최적화되어 있다. 코어 i7 시스템에서 실제로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작업 관리자를 살펴보면 하나 또는 두개의 코어(쓰레드)만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단순히 코어를 여러개 만들어 준다고 해서 성능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그 코어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고쳐져야 코어 i7은 진정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NC소프트의 아이온 데모. 이렇게 8개의 코어를 다 쓰는 프로그램은 흔치 않다
인텔이 코어 i7을 홍보하는 자료를 잘 살펴보면 알겠지만 일반 사용자가 쓰는 환경에서의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고 동영상 인코딩, 그래픽 편집 등 멀티 코어용 어플리케이션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펜티엄4가 하이퍼쓰레딩 기능을 내놨지만 외면받았던 때에 비해서는 멀티 코어를 활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많아지긴 했지만 쿼드 코어 이상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공개되어 있는 시험 결과를 살펴보면 게임이나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돌렸을때 코어 i7이 기존 코어2 시리즈와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느린 결과를 보인 경우도 종종 있다. 이른 바 '전통적인' 프로그램에서는 기존 아키텍처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앞에서 설명한 부하가 많이 걸리는 코어의 성능만 일시적으로 높여주는 터보 부스트 또한 CPU가 가진 코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가 많은 현실에서 나온 기술일 것이다.
마지막 질문. 코어 i7 PC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까지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인 코어 i7과 이를 사용한 PC에 대해서 살펴봤다. 이제는 이 글 처음에서 제기했던 주제에 대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코어 i7 프로세서는 확실히 현 시대 최강의 프로세서이긴 하지만 일반 사용자에게 권할만한 제품은 아니다. 아직 가격대성능비로 기존 코어2듀오나 코어2쿼드 프로세서가 훨씬 더 유리하다. 여기에 최신 3D 그래픽 게임을 즐기고자 한다면 절약한(?) 돈으로 CPU에서 다소 모자란 성능을 그래픽 카드의 업그레이드로 해결하면 된다. CPU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그래픽 칩셋이 GPU라 불릴 정도로 적지 않은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코어 i7이 본격적으로 일반 사용자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역시 올해 3분기 이후, 중저가의 네할렘 코어 기반 프로세서들이 등장한 이후가 될 것이다. 그러니 만일 당신이 당장 업그레이드를 할 예정이라면 현존하는 인텔이나 AMD 프로세서에서 고르시라. 그러나 3분기까지 기다려줄 수 있다면 코어 i7도 괜찮을 것이다. 코어 i7은 기존 코어2 시리즈와 메인보드가 호환되지 않고 메모리 또한 DDR3로 올려야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시 비용이 든다는 점도 고려하기 바란다.
하지만 당신이 공학 연구나 동영상 인코딩 등 멀티 코어 기반의 고속 연산이 꼭 필요한 곳이라면 지금이라도 코어 i7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구성의 시스템과 가격대성능비를 잘 따져본 연후라야 할 것이다.
이 글은 ZDNet Korea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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