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TV를 만능으로, 모두시스 트윙글 스틱PC
1981년 IBM PC 5150의 등장 이후 PC는 30년 넘는 세월을 버티며 우리 생활에 깊숙히 자리잡은 존재다. 비록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 디바이스 같은 새로운 제품들이 인기를 얻긴 했지만 이들이 있어도 PC의 쓸모가 사라지는 건 아니며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오늘의 주인공 스틱PC 또한 비록 성능과 기능은 축소되지만 여타 제품과는 달리 PC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 쓰임새는 정말 다양해질 수 있다. 작은 크기로 입출력과 전원 공급 부문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갖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건 어떤 디스플레이라도 연결하면 올인원 PC로 변신하며, PC가 이미 갖고 있는 풍부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자리가 회사 회의실의 대형 디스플레이라면 모바일 기기로는 흉내내기 힘든 원본 그대로의 프레젠테이션이 펼쳐지며, 특별한 용도로 쓰이는 업무 현장에서는 제한적인 임베디드 운영체제에서보다 보다 폭넓고 유연한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여유 공간이 부족한 사무실이라면 키보드/마우스와 함께 모니터에 스틱PC를 꽂는 것만으로 어엿한 PC를 구성할 수 있으며 유지 보수를 위한 교체 작업도 간단하기 그지없다. 이동이 잦은 사원이라면 스틱PC 하나만 들고 다녀도 모니터와 키보드/마우스만 확보하면 언제 어디서나 같은 업무용 PC 환경이 이뤄진다.
소프트웨어 면에서의 장점은 더 크다. x86 환경에 익숙한 개발자는 무척 많은 편이며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재활용하는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하지만 글쓴이가 모두시스의 트윙글 스틱PC MDS-2200W10을 가장 애용한 공간은 따로 있다. 바로 거실.
거실은 인텔이건 마이크로소프트건 누구나 꿈꾸던 자리다. 집 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 때문. 특히 거실 전자제품의 왕좌를 차지하는 TV의 옆자리는 누구나 탐을 낸다. 하지만 PC가 여기 자리잡기에는 그 덩치는 너무 컸으며 적절한 입력 장치도 없었다.
하지만 TV와 PC의 만남에서 장점도 만만치 않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가장 많은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제품군이 쫓아오기는 힘든 부분이다.
그래서 글쓴이는 TV와 PC의 합체라는 주제로 그동안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트윙글 스틱 PC MDS-2200W10에서 제법 만족을 느낀 듯 하다.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자.
2015/10/04 - 쿨하게 진화한 스틱PC, 모두시스 트윙글 MDS-2200W10
트윙글 스틱PC가 TV와 함께 하기 위해 필요한 것
앞의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스틱PC는 그 자체만으로 완전하지는 않다. 우선 전원 입력을 위한 어댑터가 필요하고 그 다음에는 입출력장치가 필요한데, 여기서는 TV와 연결할 것이므로 넘어가자.
이제 남은 건 입력 장치. 그동안 PC를 TV와 연결해 쓸 때 불편했던 부분으로 적당한 리모콘이 없다는 점을 들었는데, TV와는 달리 PC는 작은 리모콘 하나로 제어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장치기 때문. TV도 스마트 TV 시대로 넘어오면서 제조사들이 리모콘 디자인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것을 보면 조금 이해할 듯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무선으로 연결되는 PC용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져다 놓는 것이 가장 편한 일이겠지만, 거실이라는게 키보드와 마우스가 따로 돌아다녀도 될 만큼 안정적인 곳은 아닌지라 글쓴이는 키보드에 터치패드가 합쳐진 모델을 들이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블루투스 제품도 있긴 하지만 초기 설정 문제로 피하고 2.4GHz 무선 동글 제품으로 골랐다.
결론은 하드웨어의 명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올인원 미디어 키보드. 비슷한 다른 제품도 있지만 몇몇 장점이 있어서 이걸 골랐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비록 리모콘치고는 굉장히 큰 리모콘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면 다른 거 찾을 필요없이 해결 가능한 점이 좋다.
입력 장치에 이어 또 필요한 것은 저장 장치다. 내장된 용량이 32GB에 실제로 쓸 수 있는 건 21.5GB 정도인데 적당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차버린다. 용량 문제를 해결하려면 마이크로SD 카드를 더하거나 외부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방법을 써야 하는데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방법을 고르자. 다만 외부 저장장치 연결시 USB 연결은 3.0이 아닌 2.0만 지원하므로 속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글쓴이 개인적으로 가장 권장하는 방법은 추가 비용이 더 들긴 하지만 네트워크로 연결된 저장장치인 NAS를 쓰는 건데, 대략 WiFi 연결로 40~50Mbps 수준의 전송 속도가 확보되므로 대부분의 영상을 무리없이 재생할 수준이 된다. 지금 쓰는 모델은 NAS의 명가 시놀로지의 DS-214. 문제점이 별로 없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렇게 입력과 저장의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이제 TV에서의 활용으로 넘어가자.
TV라면 동영상!
스마트TV도 많고 셋톱박스도 많아져서 이들을 활용하면 다양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지만 최신 기술로 인코딩된 영상이나 아예 오래된 MPEG1 같은 영상은 재생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일일히 라이센스를 받기에는 비용 면에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PC에는 말 그대로 거의 모든 코덱이 준비되어 있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걸 원한다면 재생 전용 버전을 쓰자.
권장하는 프로그램은 다음팟플레이어와 곰플레이어 정도가 될 것이다. 이들이면 대부분의 영상 재생 문제가 해결된다. 다만 HEVC 등 최신 코덱으로 인코딩된 경우라면 윈도우 기본 플레이어를 써보는 것도 좋겠다.
다만 트윙글 스틱PC가 베이트레일 아톰을 쓰는지라 볼 수 있는 영상이 제한적이지는 않나 걱정하실 수도 있겠다. 글쓴이가 다음팟플레이어를 통해 시험해 본 결과 풀HD 1080p까지의 코덱에 상관없이 재생할 수 있었다. 1080/60p 정도로 고화질로 올라가면 아주 살짝 프레임이 빠지지만 보는데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
영상이 4K 해상도로 올라가면 팟플레이어에서도 끊기기 시작하는데, 이 역시 코덱 최적화 작업을 거치면 어느 정도까지는 해결 가능할 듯 하다. 물론 인텔이 드라이버를 개선해 주는게 정답이겠지만. 흥미롭게도 윈도우10 Movies&TV 앱에서 HEVC/H.265 코덱을 쓴 4K 영상은 끊기지만 H.264를 쓴 4K 영상은 재생이 잘 된다는 사실이다. 참고하시길.
또 한가지 PC만의 즐거움은 다양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웹 서비스 뿐만 아니라 곰플레이어를 통한 곰TV 서비스에도 유료는 물론이고 무료로 시청 가능한 콘텐츠가 무척 많다. 라이센스 문제로 인해 PC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영상을 이렇게 TV를 통해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웹과 애플리케이션을 풍부하게 섞어 쓸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트윙글 스틱PC와 TV의 결합에서 오는 중요한 장점이다. 더 이어가보자.
스마트 TV가 나오면서 웹 브라우저는 기본으로 갖추고 나오게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쓰기에는 기능과 성능에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PC의 윈도우10에는 당대 최강의 브라우저들이 말 그대로 우글우글하다. 파이어폭스나 크롬, IE는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엣지 브라우저까지 모두 쓸 수 있으니 입맛에 맞는대로 쓰면 된다.
가정용 애플리케이션 또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을 함께 보는 것은 물론이고 온 가족이 즐길만한 게임을 하는 것도 좋다.
윈도우 스토어에 있는 앱들은 기본적으로 전체 화면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TV에서 쓰기에도 좋으며 게임도 대부분 낮은 제원에서도 무리없이 돈다. 다만 터치스크린 위주의 조작을 필요로 한다면 곤란하니 피하도록.
누군가 PC를 쓰는 중이라면 과감하게 집안에서 가장 큰 모니터를 쓰는 PC로 활용해도 괜찮겠다. 베이트레일 아톰과 2GB의 RAM이면 간단한 업무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오피스건 아래아한글이건 다 설치되니 말이다.
TV라면 게임?
베이트레일 아톰의 한계로 트윙글 스틱PC를 비롯한 다른 스틱PC 모두 게임, 특히 고화질 3D 그래픽의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던게 사실이다. 물론 그래픽 옵션을 많이 낮추면 잘 돌아가는 경우도 많지만 화려함을 그대로 즐기고 싶다면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윈도우 스토어에 있는 3D 게임들은 낮은 제원에서도 무리없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윈도우 스토어에 있는 3D 게임만으로 만족할 리가 없는게 게이머들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도 트윙글 스틱PC를 통해 TV 화면에서 게임을 즐기기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답으로 게임 스트리밍이 떠오를 수 있겠다. 더 강력한 성능의 PC에서 게임을 실행하고 낮은 성능의 기기에서 이를 받아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다. 이미 강력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이 있다면 트윙글 스틱PC는 여기에 신세를 지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멀리 있는 서버에서 처리해주는 유료 서비스도 존재한다.
엔비디아나 소니 등이 이미 관련 서비스나 하드웨어를 판매 중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게임 스트리밍을 가장 쉽고 저렴하게 하려면 온라인 게임 유통망으로 유명한 스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좋다. 게임 구입말고는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
실제로 게임을 실행할 PC와 트윙글 스틱PC 양쪽에 스팀 클라이언트를 설치하고 게임을 구입한 후 이렇게 게임 스트리밍 옵션을 켜놓으면 그걸로 끝이다. 트윙글 스틱PC 쪽에는 게임을 설치할 필요없이 바로 실행가능하다.
그 결과물은 제법 괜찮은 편이다. 트윙글 스틱PC에서 실행 자체가 불가능했던 게임들이 잘 실행되며 플레이도 즐길 수 있다. 만일 부족함이 느껴진다면 게임을 실행하는 쪽의 PC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무선공유기를 더 빠른 걸로 교체해서 트래픽을 확보하면 한결 나아진다. 그리고 이 경우 터치패드로는 게임이 힘들고 마우스를 별도로 구입해야 할 것이다.
TV와 트윙글 스틱PC, 문제는 없을까?
지금까지 트윙글 스틱PC가 TV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그럼 여기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
우선 입력 장치 문제가 있다. 분명 글쓴이가 쓰는 터치패드 일체형의 키보드는 무척 편리하고 모드 기능을 제어할 수 있지만 부담없이 쓰는 리모콘으로 보기에는 많이 큰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윈도우를 운영체제로 쓰는 한 당분간 해결되기는 힘들 듯 하다. 크기가 문제라면 더 작은 터치패드+키보드 일체형 제품을 고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글쓴이가 만나 본 사람 가운데에는 팬의 소음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었다. 트윙글 스틱PC의 발열을 방지하는 일등공신인 내장 팬은 작동시 고주파의 약한 소음을 발생시킨다. 이를 거슬려 하는 분들도 있지만 별 문제없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 많았고, TV를 켜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정 소음이 문제라면 좀 더 긴 연장 케이블을 써서 구석에 놔두는 것도 해결책이 될 듯 하다. 다만 글쓴이 개인적으로 스틱PC를 고르라면 팬이 없는 무소음 제품보다는 팬으로 낮은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트윙글 스틱PC를 고르겠다.
USB 3.0 단자를 제공해서 외부 연결시 전송 속도가 빨라지길 바라는 경우도 있었지만 추가 칩셋이 들어가야 하는 문제로 인해 크기와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 스틱PC에 맞는 새로운 칩셋을 내놓는다면 다음 세대 제품에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에는 아톰 대신 코어M 계열 프로세서가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스틱PC의 모범을 보여주는 트윙글 스틱PC
모두시스의 트윙글 스틱PC는 시중의 많은 스틱PC 제품군 가운데 하나지만 발열을 효과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경쟁작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런 초소형기기에서 발열은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기기의 신뢰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TV와 결합한 트윙글 스틱PC에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베이트레일 아톰의 성능과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인한 저장 공간, 확장성의 제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넘어서는 성능과 저장 공간, 확장성을 원한다면 스틱PC가 아닌 미니PC 급으로 올라가는게 맞겠다.
하지만 PC의 범용성을 최소한의 공간과 비용 지출로 TV와 결합하여 효과적으로 활용해 보겠다면 모두시스의 트윙글 스틱PC만큼 잘 어울리는 녀석은 찾기 힘들 것이다. 최소한 인텔이 다음 세대 스틱PC를 내놓을 때까지는 말이다.
리뷰를 위해 모두시스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