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돌이는 키보드가 있는 휴대기기에 관심이 많다. 글을 적는게 취미라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글도 썼고, 모디아나 시그마리온3도 구입해서 사용했다. 따지고 보면 자우루스 SL5500도 키보드가 없었으면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휴대기기에는 언제나 키보드에서 제약이 있었다. 셀빅XG와 같은 팜사이즈의 PDA에는 키보드가 아예 제외되어 있었고(그래서 롤키보드도 구입했었다), 키보드가 내장된 HPC도 일반 키보드의 키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키보드에 대한 갈증 때문에 늑돌이는 모디아를 구입했고, 성능에 대한 갈증에서 시그마리온3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러나 HPC의 키보드는 아쉬운 점을 감출 수 없었다. 비상시에는 이용할만 하지만 장기 타이핑용으로는 힘든 것이다.
그래서 늑돌이는 결국 시그마리온3와 함께 제대로 된 키보드를 사서 같이 들고 다니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다음 조건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고르기 시작했다.
- 휴대할 때의 크기는 가볍고 작아야 한다.
: 당연한 이야기.
- 키감이 괜찮아야 한다.
: 롤키보드가 휴대하긴 좋지만 키감은 아무래도 보통의 것과는 차이가 난다. 그러니 키감은 제대로여야 한다.
- USB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 시그마리온3는 다행히도 USB 호스트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USB 호스트 기능이란 다른 USB 주변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기에 USB 마우스를 꽂아 쓸 수 있다면 USB 호스트 기능이 내장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로 이 Fellowes Stowaway USB Portable Keyboard(이게 정식 이름이다. 길다... -_-. 앞으로는 그냥 '펠양(^^)'이라고 지칭하겠다). 투데이스피피시에서 주로 활동중이신 프린스님을 통해 예전에 공구하였다(안타깝지만 지금은 구하기 힘든 걸로 알고 있다). 배송료까지 포함한 총 금액은 약 4만원. 늑돌이가 산 키보드 단일 제품중에서는 제일 비싼 거다(그래, 늑돌이 가난하다. T-T)
2. 겉모습 살피기 - 4단계 변신!
처음 구입하면 약간 허접한 플라스틱 포장(버렸다...)에 키보드 본체와 연결 케이블만 있다. 드라이버 디스크 같은 건 없다.
위 사진에서 까만 게 원래 주는 거다. 딱 두개의 부품만 있는 셈이다. 네모난 본체에는 고무 지지대가 있어서 키보드 사용시 미끄러지지 않게 해준다. 연결 케이블은 좀 희안한 형태.
오른쪽의 회색의 작은 변환 케이블은 시그마리온3용이다. 이 케이블이 있어야 일반 USB 케이블을 시그마리온3로 연결시켜 줄 수 있다.
밑에 깔린 하얀 비니루 봉다리(...) 같은 녀석은 1400원 정도 주고 산 보관용 케이스. 키보드와 케이블을 넣고 공간이 좀 남지만 쓸만하다.
자, 펠양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4단 변신이다. 이 4단 변신을 통해 풀사이즈 키보드 주제에 매우 작아질 수 있는 것이다. 한번 펠양의 재주를 살펴보자.
1단계. 다소곳한 펠양
2단계. 변시이이이인~~!
3단계. 사실 저는...
4단계. 키보드랍니다.
5단계. 그것도 풀사이즈 키보드죠.
3. 키 배치 - 이것이 풀사이즈다!
전체적인 면에서 펠양의 키 배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펑션키가 따로 없이 Fn 키로 숫자키와 같이 쓰게 되어 있다.
- ESC키가 따로 없이 Fn 키로 Tab과 같이 쓰게 되어 있다.
- 키 버튼 크기와 사이 간격은 말 그대로 풀사이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Del 키 위치가 좀 애매하다.
- 이런 식의 휴대용 키보드에서 애매해지기 쉬운 오른쪽 쉬프트는 괜찮은 크기
- 키보드 커넥터 부분에 CapsLock과 NumLock 불 들어오는 부분이 보인다.
그럼 이런 점들이 실제로 사용할 때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살펴보자.
4. 써보자.
- 키감
가장 우려했던 키감 부분은 어떨까?
늑돌이 판단은 기존의 데스크탑 키보드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데스크탑 키보드를 치던 수준으로 쭉 내려칠 수 있다. 키가 눌려지는 감각 또한 너무 깊거나 얕지 않아 좋았다.
- 펑션키, 특수키 사용
이 부분은 이런 식의 휴대용 키보드의 한계라고나 할까. 약간 문제는 있었다.
특히 펑션키를 여러가지 조합해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조금 귀찮은 점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 외에 Del 키나 특수문자는 금방 익숙해 지면서 어려움은 없었다.
- 기타
* USB 포트에 연결하면 바로 인식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드라이버 소프트웨어 없이도 사용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 밑바닥에 든든한 지지대(책상 같은)가 있다면 사용하는데 별 문제가 없지만 헝겊 가방 같이 평평하지 않은 녀석 위에서는 쓰기 힘들다. 스윽 들면 가운데가 바깥 쪽으로 접힌다.
* 변신 메커니즘 때문에 연결부위가 좀 약해 보이고 떨어지면 잘 부서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험하게만 안 다룬다면 별 이상은 없을 듯.
* 키보드 연결 커넥터가 특이한 녀석인지라 케이블이 없어지면 구하기도 힘들어 큰일이 될 것 같다.
* 처음에 키 하나가 안 눌려서 고민했었는데 키 뜯어서 청소해주니 말끔해졌다.
* 늑돌이와 함께 인도에도 무사히 다녀왔다. ^^
5. 결론
지금까지 Fellowes Stowaway USB Portable Keyboard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제품은,
- 자신의 기기에 USB 호스트 기능이 있다.
-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작지만 풀사이즈의 키보드를 원한다. - 키감은 평균 이상이어야 하며, 책상 위에서 쓸 것이다.
위와 같은 조건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제품이다.
USB 호스트 기능이 있는 HPC인 시그마리온3나 아이비, 넥시오 사용자라면 한번 구입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키보드가 너무 작다 싶은 소니의 PCG-U1/U3 같은 미니노트북, 그리고 근래에 나온 UMPC들, USB 호스트 기능을 달고 나오는 아이스테이션 v43, t43, 빌립 P2같은 PMP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 연결 선 늘어나는게 싫거나 내 휴대기기에는 USB 호스트 기능 같은 거 없다.
: IRDA 포트가 달려있으면 IRDA 지원 모델로, 블루투스가 달려있으면 블루투스 지원 모델로 가라.
- 서서, 또는 앉아서 무릎 위에서 키보드를 치고 싶다.
: 좀 부족하지만 엄지손 방식의 기기를 고를 것. 딱 펼쳐진 상태로 고정되지 않고 가운데로 접혀 버리는 이 기종으로는 이렇게 입력하기 힘들다.
이런 분들에겐 불충분한 키보드다. 다른 제품을 알아보시라.
결론적으로 늑돌이는 펠양이 괜찮은 키보드라고 판단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신품을 구하긴 힘들고 중고로만 가능할 것 같다는게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외국에 가면 아직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늑돌이가 공구할때 대행해 주셨던 프린스 님을 다시 괴롭히는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