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 AMD 라이젠 잡으러 왔다
인텔이 데스크탑용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발표했습니다. 모델 번호가 K로 끝나는 오버클러킹에 자유로운 언락 제품군이 먼저 소개되었지요. 인텔도 경쟁사인 AMD도 이제 예전의 모습이 아닌지라 둘 다 숨가쁜 걸음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인텔은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무엇을 담았을까요?
13세대 = 12세대 + 알파
랩터 레이크(Raptor Lake)라고도 불리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예전과는 여러 모로 달라진 모습이긴 합니다만 바로 전의 12세대와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좀 거칠게 줄여서 말하면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강화한 제품이겠죠.
12세대에서 제법 효과를 발휘했던 퍼포먼스 코어(P코어)와 에피션트 코어(E코어)를 결합하여 구성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물려받아 발전시켰는데, 여기에다가 P코어의 클럭 주파수를 높이고 E코어 수를 늘렸으며 L2 캐시 또한 커졌습니다. 공정 또한 Intel7 공정을 그대로 쓰면서 획기적인 변화는 없지만 당연히 성능은 좋아질 수 밖에 없죠.
그 결과가 이런 성능 차이입니다. 게임에 특화된 라이젠7 5800X3D를 가지고 와도 제법 차이가 납니다. 여기에는 없지만 얼마 전 발표한 라이젠 프로세서에 비해서도 나은 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게임 성능 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사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시에도 성능이 좋아졌습니다.
이런 성능 향상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와의 협업도 당연히 필수입니다. 토탈워나 콜오브듀티, 베가스 등의 업체 이름이 보입니다.
단순히 최고 성능 뿐만 아니라 그 성능을 유지하는 부분에서도 좋아졌습니다.
이제 당당하게 우리 CPU 성능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죠. 예전처럼 말입니다.
우리 인텔이 겸손해졌어요
한때 지리멸렬했던 경쟁사 AMD가 지금처럼 성장한 데에는 고객에 대한 인텔의 다소 거만한 자세도 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12세대부터는 인텔이 좀 달라졌고, 그 기조는 지금도 이어집니다.
CPU 세대가 바뀔 때마다 슬롯 갈이를 하기 마련이던 인텔이 기존 12세대의 메인보드와 호환성을 갖췄습니다. 반대로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새로운 Z790 칩셋의 메인보드에 넣는 것도 가능합니다. 참고로 새로 나온 Z790 칩셋은 PCIe 4.0 레인이 더 늘어났으며 USB 3.2 Gen 2x2 20Gbps 단자를 제공합니다. DDR4 메모리 뿐만 아니라 DDR5도 지원하지요.
물론 K 모델 한정이지만 초보자에서 전문가까지 모두 활용 가능한 제법 친절한 오버클러킹 툴까지 제공합니다. 전문가는 하나 하나 세세하게 조정할 수 있고 초보자 모드에서는 그냥 버튼 하나로 오버클러킹이 가능합니다.
인텔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AMD가 아닌가
지금까지 인텔의 데스크탑용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제품은 말 그대로 13세대 가운데 최상위급 성능을 가진 K 계열 프로세서들입니다. i9-13900K/KF, i7-13700K/KF, i5-13600K/KF 이렇게 6종류죠. i3가 없다보니 이제 i5가 보급형입니다. 출시는 10월 20일부터, 하위 모델은 나중에 나오겠지요. 노트북용 프로세서 발표는 좀 더 남은 듯 합니다.
액체 질소로 냉각하면 8GHz가 넘는 괴물이 나온다고 합니다만, 그건 뭐 다른 세상 이야기이니 넘어가고요. 6GHz가 가능한 한정판 모델도 곧 출시한다고 합니다. 두근두근하는 분들 계시겠죠.
앞에서도 말했습니다만, 이번 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AMD 라이젠을 꺾기 위해 현재 인텔이 가진 모든 수를 총동원한 제품군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그만큼 두 회사 사이의 경쟁은 치열하다는 이야기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죠. 하지만 높은 원-달러 환율은 그 모든 것을 삼켜버립니다.
하지만 인텔이라는 업계의 거목이 AMD만 바라봐서는 안 되겠죠. GPU를 넘어서 전반적인 컴퓨팅 사업에 치고 들어오는 엔비디아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한 손에 거머쥔 애플에 모바일에서 서버 부문으로 넘어오는 ARM까지 인텔의 영역을 노리는 업체들은 많이 늘어났고 그 실질적인 위협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확실한 건 인텔은 방향을 잡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참 힘을 쓰는 중이라는 것이죠. 반도체 업계의 격렬한 파도 가운데의 인텔의 행보, 앞으로도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