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2021년을 어떻게 준비했나? : 인텔 테크놀로지 오픈 하우스 2020
인텔이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는 라지온에서도 2~3년 전부터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인텔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전문 회사입니다. 수십년간 쌓아온 인텔의 역사는 반도체 발달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유산은 어마어마하죠.
하지만 인텔이 현재 전성기만큼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경쟁사가 헤매고 있는 사이 자사의 수익만 우선하고 기술과 공정 개발을 등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 사이 성장한 AMD는 라이젠 프로세서로 인텔의 고성능 CPU 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빼앗고 있으며 오랫동안 인텔 CPU에 의존했던 애플의 맥 시리즈는 순수 성능으로 인텔 칩을 압도하는 자사의 M1 프로세서로 이전을 시작했습니다. 아톰으로 소극적으로 진출했던 모바일 시장에는 이제 인텔의 흔적도 찾기 힘들 정도지요. 한마디로 게임으로 말하면 확장 기지는 물론이고 본진까지 털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인텔에게는 아직 12척의 배 잡아놓은 외계인 기술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뒤에 늘 따라붙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텔에게는 아직 뛰어난 기술력이 있다는 것이죠. 예전만큼 독보적이지는 않지만 인텔의 반도체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수준이며 컴퓨팅 세계에서 인텔 x86 플랫폼의 지분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인텔이 2020년의 끝자락에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발표했습니다. 과연 어떤 것일지 인텔 테크놀로지 오픈 하우스 2020 행사를 통해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 Iris Xe를 믿고 가자
지난 9월 3일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출시된 후 이제는 이를 탑재한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써니코브에서 윌로우코브 아키텍처로 바뀌면서 CPU 성능은 최대 20% 향상, 그래픽 성능은 최대 2배 향상, AI 성능은 4배까지 올라갔는데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자주 보는 이용자라면 인코더/디코더 성능 향상이 더 와닿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 기반의 보안 성능도 자랑하고 있고요.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SuperFIn 기술 적용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성능 면에서는 이 정도로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10세대 아이리스 플러스 그래픽과 11세대 아이리스 Xe 그래픽의 차이는 최대 2배까지 나고요,
올 한해 말 그대로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다는 AMD 라이젠 7 4800U 르누아르를 코어 i7-1185G7이 이겼다는 소식은 남름 고무적인 사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미 경쟁사도 상위 모델이 나왔으니 다시 비교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아이리스 Xe 그래픽이 하드캐리하는 걸로 이해해도 될 것 같습니다.
11세대를 채택한 제품들이 이제 하나둘 선보이고 있습니다. LG 그램 16이나 삼성 갤럭시북 플렉스 같은 제품들을 비롯하여 레노버, HP, 델, 에이수스 등 유수의 PC 제조사들이 참여 중이죠.
인텔 EVO 플랫폼 : 프로젝트 아테나 2.0
작년 인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함께 소개되었던 프로젝트 아테나의 두번째 버전이랄 수 있는 인텔 이보(EVO) 플랫폼 또한 선보였습니다. 프로젝트 아테나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해 보세요.
2019/12/19 - 인텔의 무기는 프로젝트 아테나와 현실 속 체감 성능
프로젝트 아테나를 다듬어 만든 것인 EVO 플랫폼인 셈입니다.
이 EVO 마크는 실제 제품에 스티커 형태로 장착되어 소비자로 하여금 구분이 편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 마크만 확인한다면 썬더볼트4가 있는지, 배터리가 오래 가는지, 빨리 구동하는지, WiFi6 규격인지 등등을 일일이 제원표에서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예전의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과 비슷하지만 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게 된 셈인데, CPU 위주로 성능이 발전했던 옛날과는 달리 이제는 CPU 뿐만 아니라 주변 부품들의 조합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프로젝트 아테나가 그렇듯 인텔은 이를 에코 시스템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x86-윈도우 PC 제조사들의 거대한 에코 시스템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가겠다는 일종의 느슨한 연합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최근의 애플이 M1 맥에서 보여준 통합으로 인한 급격한 성능 향상에 대항할 수 있을지는 인텔이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에보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새로운 제품들의 모습입니다. 에이수스, 삼성, 에이서, HP, 델, 도시바, MSI 등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그동안 가벼운 폼 팩터를 유지하기 위해 참가하지 못했던 LG 그램 16이 특히 눈에 띄는군요.
인텔의 외장 그래픽 Iris Xe MAX 그래픽스 : GPU 성능보다는 딥 링크를 보자
인텔이 외장 그래픽 카드를 내놓습니다. i740 이후 22년만인데, 이 날 발표에서는 최초의 외장 GPU라고 하더군요. 인텔은 인텔 나름대로의 기준(노트북 PC에 내장되는 기준이려나요?)이 있겠지만 아무튼 인텔은 최초의 외장 그래픽이라 주장하는 것이 이번에 발표된 인텔 아이리스 Xe 맥스입니다.
CPU 안에 내장한 아이리스 Xe와 같은 Xe LP 마이크로 아이텍처를 공유하며 더 높은 클럭 주파수와 별도의 4GB 메모리를 갖고 있습니다. 인텔은 이를 씬앤라이트 노트북을 위한 외장 그래픽 GPU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인텔 딥링크(deep link) 기술은 여러개의 컴퓨팅 유닛이 기반이 되어 공통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와 그래픽 드라이버가 포함된 것이라 합니다. 하나의 CPU와 두개의 GPU를 동시에 연결하여 효율적으로 작업을 처리하게 됩니다.
동적 전력 공유(Dynamic Power Share)를 통해 고성능이 필요한 경우 CPU와 아이리스 Xe 맥스 그래픽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전력을 공급합니다.
인텔 딥 링크를 통한 성능 향상은 애디티브 AI(Additive AI) 기술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CPU와 외장 GPU에 각각 존재하는 인공지능 가속기의 활용을 이야기하는데, 그래픽 엔진과 미디어 인코더 또한 두개 씩 있어서 성능 향상에 동원되어 최대 7배 빨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 출시 전이라 제한적인 결과 밖에는 안 나와있지만 모든 인코더를 다 활용하여 4K에서 1080p로 인코딩할 경우 RTX2080 대비 최대 2배의 성능을 보일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리스 Xe 맥스는 1080p 수준에서는 무난한 게임 성능을 보여준다는군요. 엔비디어 MX350과의 비교입니다.
간혹 PCI 익스프레스의 latency 문제 때문에 외장 그래픽보다 내장 그래픽이 더 빠른 경우도 있는데, 공통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를 통해 어디서 처리할지 선택하는 기능도 있다네요. 자동으로 해주는게 맞지 않나 합니다만.
새로운 기술이 늘 그렇듯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많지 않다면 마냥 헛것이 되어버립니다. 아쉽게도 아직은 극소수의 애플리케이션만 가능하며, Adobe 같은 회사는 아직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네요.
하드웨어는 이미 11월에 에이서와 에이수스, 델로부터 제품이 나온 상태며, 2021년 상반기 중에 데스크탑용 아이리스 Xe 맥스를 가성비 위주의 엔트리급 제품에 탑재하여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인텔 테크놀로지 오픈 하우스 2020 행사를 통해 발표된 인텔의 제품 및 기술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인텔이 특히 CPU에서 경쟁사와의 격차가 줄어듦에 따라 EVO 플랫폼과 딥 링크 등 기존 인텔 PC 생태계와 성능 최적화를 강조한 점은 눈여겨 볼만한 점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EVO 플랫폼으로 제품들이 상향 평준화된다 해도 상호 차별성이 부족해지는 것 또한 사실인데 이러한 라인업을 PC 제조사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경쟁사인 AMD에 더해 최근 강력한 힘으로 부상한 애플을 선두로 한 ARM 진영은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가 내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싸움은 노트북 PC 부문에서 일어나겠죠. 어떤 제품들이 나와 소비자를 바람직한 방면으로 놀라게 할지도 기대됩니다.
인텔에 대한 2020년의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되겠습니다. 인텔 이야기는 2021년에도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