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난 시간은 꽤 일렀지만 괜시리 일어나기 싫어서 이리저리 뒹굴거렸다. 어제 널어놓은 빨래는 뽀송뽀송하게 싹 말라버렸다. 다른 아열대/열대기후 지역보다 여기는 굉장히 건조한 느낌이 든다.
아무튼 게으름 피우다가(첫날부터!) 여덟시가 되어서야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그리고 혹시 하는 생각에 어제 만났던 일행을 찾을 생각으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알고 있는 골든 카페를 찾아 나섰다.
아침에 바라보는 빠하르간지는 베트남 호치민의 여행자 거리인 다뗌과는 틀렸다. 베트남이 여러가지 면에서 더 정리된 느낌이랄까.
먼지도 상당한 수준. 비가 안 와서 그럴지도 모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나마 이도 나아진 거라 한다. 델리의 시장이 바뀌면서 먼지유발 요인들을 줄였다고들 한다.
아무튼 먼지에다가 아침부터 태우는 인도 특유의 향 냄새에 늑돌이는 콜록콜록. 구로동에서 잘 버티고 살았던 늑돌이인데.
인도는 강하다는 느낌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인도하면 생각나는 동물.
소가 보인다. 물론 소똥도. 소가 땅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먹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 소의 눈은 나에게 말한다.
"Welcome to India. I'lll always be with you as long as you stay in India."
(번역 : 인도에 온 걸 환영하겠다. 네가 인도에 있는 동안 항상 네 곁에 있어주도록 하지. 고맙지? 음매~~)
소는 영어를 못 해. 아니, 소는 아예 사람의 말을 못 해. 소는 관광객을 환영하지도 않아. 난 소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지. 그러니 환청인거지? 환청인거지? 정말 환청인거지? 그렇지...?
애써 다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소를 지나쳤다. 갔다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환청이건 아니건 저 말의 내용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 빠하르간즈에서 본 인도 아이들이 탄 스쿨버스자전거 >
100배의 지도를 보고 어찌어찌 별로 헤매지 않고 골든 카페를 찾아갔더니 다행히도 어제 같이 왔던 일행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여러가지로 난감한 델리의 모습에 정이 떨어졌다며 오늘 델리에서 빠져나가 아그라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일행 대부분에게 배낭여행 경험이 없어서 인도의 여러가지 모습에 상당히 실망한 듯 했다. 물론 배낭여행을 다녀왔어도 인도의 이 모습이 잘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지만.
나도 그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아그라에는 타즈마할이 있다. 아시다시피 타즈마할은 웬만한 인도 여행가이드북에는 모두 표지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어차피 갈 곳이니 순서는 별 문제가 되랴 생각했다. 초반에는 아무래도 같이 다니는 것이 좋겠지.
일단 골든 카페에서 김치볶음밥을 먹고(겉은 비슷하지만 처절하게 맛이 없다) 현금 100달러를 환전했다. 환율은 1달러에 44.20루피. 나중에 알아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환율이었던 듯 하다.
< 그러니까... 골목에서 소 똥꼬를 보며 다니는 기분은 다른 나라에서 맛보기 힘든 거다. >
제일 먼저 기차표를 사러 갔다. 빠하르간즈는 뉴델리역과 맞닿아 있어 쉽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참고로 델리에는 뉴델리 역 외에도 다른 기차역이 몇개 더 있다. 착각하면 곤란하다. 그리고 혹시 오토릭샤 등을 탔는데 빠하르간즈를 모르겠다거나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려는 낌새가 보이면 뉴델리역으로 가자고 하면 무사히 빠하르간즈에 도착할 수 있다. 그만큼 가까우니까.
< 카메라를 안 가져가와서 사진을 환영했던 지영씨, 그리고 옆의 인영씨. 열심히 우리의 불투명한 앞길을 위해 기차표 사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중인 석진과 그를 도와주는 친절한 인도사람 >
뉴델리역에는 고맙게도 외국인 전용 예약시설이 있고, 그곳에는 무려 에어컨이 나오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몰랐지만(나중에 알고보니 이때는 운이 좋았다) 어찌 어찌 오늘 저녁에 아그라로 가는 기차표를 예약했다. 가격대 성능비가 좋아서 배낭여행객이 애용한다는 바로 그 Second Sleeper, SL 이다. 표값은 141루피.
기차표도 예약한 김에 기분이 좋아서 일단 나는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체크아웃하고 일행이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짐만 맡겨놓고 그들과 함께 델리의 번화한 쇼핑가라는 코넛 플레이스로 향했다.
< 인도 번화가에서 늑돌이 출현. 물을 흐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
코넛 플레이스(Connaught Place)는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이랄까. 고급 상가와 식당가가 주욱 늘어서 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깔끔하진 않지만 인도 기준으로는 충분히 깔끔한 상점가다. 소가 없다.
델리가 가장 환전시 환율이 좋다고 했고 델리에 언제 돌아올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400달러를 더 환전했다. 그런데 델리는 무려 네번 들렀고 여행기간동안 루피화가 가치 하락 중이었다. 젠장.
< 떨어져~! 덥단 말이다~~!! 나와 가장 여행을 오래 같이 했던 진우와 함께 >
이곳에는 맥도널드, 연지 얼마 안 된 KFC, TGI 프라이데이 등 우리나라에도 익숙하게 알려져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맥도널드나 KFC도 인도에서는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경비원이 앞에 있다 문 열어준다)이나 나이키나 리바이스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다.
우리는 이곳에서 젠이라는 가이드북에 소개된 중국음식점에 갔다. 역시 고급 음식점으로 에어컨도 나온다. 다들 더워서 식사는 두사람만 하고 나머지는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며 쉬었다.
< 은이, 늑돌이, 호성씨, 그리고 가운데 쭈그려 앉은 영민이 >
그리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기차 시간에 맞춰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 짐을 챙긴 다음 기차역으로 갔다.
< 뉴델리역을 안에서 본 모습. 비둘기가 인상적이다. >
< 기차를 기다리며. 왠지 왕따당하는 모습 연출중인 진우, 인영씨, 지영씨 >
기차에는 무사히 올라탔다. 인도의 기차에 타면 좀 난감한 것이, 자신의 자리가 아닌데도 버젓이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말로 해서 안 들으면 약간의 힘이라도 써야 하는데 우리가 탔을 때도 그랬지만 우리의 인원수 때문인지 비교적 쉽게 물러났다.
SL은 위아래로 세칸의 침대가 있고, 중간에 하나를 접으면 밑의 칸을 좌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무사히 착석.
여러가지 험한 일이 많이도 발생한다는 인도의 기차 여행에서 큰 일은 없었다. 아마 인원이 많아서 틈이 없었겠지.
SL 칸에는 별다른 시설은 없고 선풍기만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굉장히 더울 줄 알았지만 그래도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니까 견딜 만 했다.
그렇게 4시간 정도의 기차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아그라에 도착했다. 정확히 말하면 Agra Cant 역(아그라에도 델리처럼 기차역이 매우 많다)에 도착했다. 오토릭샤를 타고 아그라의 여행자 거리인 타즈간즈로 이동했다. 타즈간즈는 타즈마할의 바로 옆에 있는 동네인지라 타즈마할 보러가기 매우 편한 동네다.
타즈간즈에 도착하니 시간은 이미 한밤중이 되어버렸다. 거기다가 정전이 되서 사방은 깜깜. 사방에선 개가 짖고(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개가 사나워진단다. 물리기라도 하면 광견병 위험. -_-;) 길도 잘 모르겠어서 용기가 꺾여버려 좀 가다가 싯달타 호텔에 묵었다. 다른 사람들 방을 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나도 신경이 예민해진데다 호텔 직원도 예의없게 굴어서 홧김에 나만 따로 옆의 호스트 호텔에서 잤다. 호스트 호텔 숙박료는 100루피, 싯달타에서는 더블 룸을 100루피에 해주었다. 비수기라 그런 가격이 가능했겠지만 대신 싯달타는 윗층이라 꽤 더운 방이었다.
대신 내가 묵은 방은 덜 더운 대신 빛이 안 들어오더라.
물론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정전이 되었다.
나는 빛이 하나도 안 들어오는 깜깜한 방에서 가지고 간 펜 라이트를 이용해 겨우 씻고 짐을 챙겼다.
호스트 호텔도 역시 불친절해서 다시 호텔을 근처의 샤자한으로 옮겼다. 어제 이후 계속 호텔 때문에 좀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었는데 샤자한은 이슬람교인들이 한다는 곳이라는데 나름대로 좀 예의가 있어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는 사치를 좀 부려서 에어쿨러 있는 방을 200루피에 빌렸다. 참고로 에어쿨러는 우리나라 식으로 따지면 냉풍기란 비슷한 거다. 무척 시끄럽지만 천장의 팬보다는 시원한 바람을 보내준다.
샤자한 호텔의 옥상 식당에서 아침으로 토스트를 먹는데 다른 한국 사람들 3명을 만났다. 여성 둘에 남성 하나. 다들 나보다 오래 여행을 했고 얼굴도 많이 탔다. 손톱깎기도 빌려주고 필요한 성냥도 받고 여러가지 이야기도 나눴다.
그리고 시간이 되서 같이 온 일행을 찾아 싯달타 호텔로 갔다. 인도에 왔다면 어쨌든 가본다는 타즈마할에 가기 위해서다.
그래서 다음 편은 타즈마할이다. 사진에서 한번 정도는 봤을 아름다운 타즈마할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번 편은 늑돌이의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마무리.
2006/05/30 11:10
"Welcome to India. I'lll always be with you as long as you stay in India."인도에 온 걸 환영하겠다. 네가 인도에 있는 동안 항상 네 곁에 있어주도록 하지. 고맙지? 음매

~~에서 폭소ㅋㅋ
일하는데 혼날뻔했음;;;
그리고 마지막 사진에서 느껴지는 파워풀한...ㅋㅋㅋ
아, 글고 환전 안해가셨나봐요?
교통편 이용하는데 불편은 없으셨나요?
말도 안통하는 해외여행을 준비중이다보니;;
교통편하고 숙박시설 이용이 제일 걱정되더라구요;;
교통 시스템을 어떻게 이용할지..라던가..
"어디 가려는데 어느쪽에서 몇번 버스/열차 타면 되나요"..라던가..
"여기 방 남았나요?" 라던가..
(일본에선 비지니스 호텔 빼곤 호텔에선 예약손님만 받는거 같지만;
식당에서야 손가락으로 클릭만 하면서,
한국어로 '이거 주세요'해도 알아들을거 같지만;;
2006/05/30 17:44
루피화를 따로 환전하기 보다는 그냥 달러로 가져갔습니다. 어느게 이익이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한국에서의 루피화 환율을 몰라서요. 루피화를 바꾸려면 은행 본점까지 가야하는데 시간이 없었습니다. -_-;
교통편이나 숙박편은
1. 회화책을 가져가서 현지인에게 가리킨다.
2. 영어로 떼운다.
How can I go to XXX by Bus?
Do you have a room available?
기타 등등입니다. 일반적으로 숙소의 경우 영어는 그래도 잘 통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일본 동경에도 알아보면 하루 3만원짜리 잘만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더군요. 미리 예약하고 가세요.
2006/06/01 18:27
아이, 싱그러워~
2006/06/01 22:22
역시 알아주는구나. ^^
2006/06/06 01:32
아 부럽삼;;
근데 마지막에서 두번째 사진... 3명찍은거...
젤 오른쪽에 있는 사람 웬지 낮이 익네요 ㅋㅋ
2006/06/09 00:18
응? 캐나다 국적인데, 네가 아는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