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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IT#미디어

확 바뀐 마이크로소프트, 판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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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 대해 논할 때 이를 구성하는 두 핵심 요소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가운데 후자에 대해 말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떠올리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PC산업의 여명기에 태어나 성장하면서 소프트웨어 분야의 많은 변화를 주도하고 지금도 세계 업계 1위를 차지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이기 때문이다.


MS-DOS를 시작으로 윈도우 OS와 오피스 스윗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소프트웨어로 세계 PC 시장을 제패했고, 소비자와 기업 양대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그 영역을 굳힌 MS는 언제부턴가 자신만의 길을 고집하고 있었다. 대체 불가능한 자사 제품의 위상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며 바로 그 때문에 고객인 소비자나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그런 MS가 요즘에는 뭔가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제 필수가 아니라 선택?

디지털 세상을 지배하는 PC 소프트웨어 1인자인 MS,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감히 도전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 지위는 굳건했다. 대부분의 PC에는 윈도우가 깔려있으며 업무용으로는 오피스 스윗을 썼다. 리눅스나 자바 같은 경쟁 세력이 나타날 때도 있었지만 서버 등 일부 영역에서만 성공을 거뒀을 뿐 판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모바일 기술의 발전은 단단할 것만 같던 판에 변화를 가져왔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개척했고 이들은 기존의 PC가 하던 작업 가운데 특히 자주 쓰는 기능 위주로 휴대기기에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PC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었으며 MS는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윈도우폰과 윈도우8, 윈도우 RT를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윈도우보다는 iOS와 OS X, 안드로이드에 더 관심을 보였고 오피스보다는 웹 서비스나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의 수많은 앱들을 화제로 삼았다. 심지어 기업 시장조차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스마트폰/태블릿의 조합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구글의 크롬북은 교육과 업무용 PC 시장을 파고 들었다.

경쟁자들의 약진, MS의 후진이라는 구도가 몇년간 계속되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늦게나마 본격적인 대응책을 내놓기 시작하자 관련 업계의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과거의 마이크로소프트가 금기시했던 중요 사항들이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금기를 깨다

그 변화의 시작은 베스트셀러 업무용 소프트웨어 스윗인 Microsoft Office가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의 패키지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2011년부터 구독 방식의 오피스 365를 대대적으로 밀고 있으며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10.1인치 이하의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게는 편집 가능한 기본 기능을 담은 오피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부록으로 MS의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인 원드라이브 제공 용량의 대폭적인 확대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철저하게 소프트웨어는 유료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게다가 윈도우와 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오피스가 iOS와 안드로이드 양대 경쟁 플랫폼에 모두 제공된다. 그동안 오피스는 Mac OS에도 제공되었지만 윈도우용에 비해 늦게 나올 뿐만 아니라 기능과 성능, 안정성에서 모두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오직 오피스를 쓰기 위해 윈도우 플랫폼을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1990년부터 수십년간 존재하던 윈도우 플랫폼의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셈이다.


이렇게 수익을 포기해서라도 이용자를 늘리려는 정책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소프트웨어랄 수 있는 윈도우에게까지 영향을 줬다. 전작인 윈도우7과는 달리 그리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던 윈도우8의 후속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윈도우10의 경우, 출시 후 1년간 기존의 윈도우7 이후 버전에 대해 무료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 이전의 마이크로소프트를 생각해 보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드웨어에 대한 입장도 달라졌다. 소프트웨어 업체 답게 고객사인 하드웨어 제조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PC용 액세서리, 그리고 XBOX 같은 게임기 정도만 만들었던 마이크로소프트지만 자사 플랫폼 기반으로 쓸만한 제품이 시장에 안 나왔다면 직접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지지부진한 윈도우폰 OS를 이용한 스마트폰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가 하면 서피스 시리즈를 통해 사실상의 레퍼런스 윈도우 태블릿 제품군을 만들었다. 가장 나중에 나온 서피스 프로 3는 많은 이들이 윈도우8 태블릿 PC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며 이들과 좀 다른 경우지만 윈도우10과 함께 발표된 홀로렌즈는 AR 분야를 한단계 발전시킬 새로운 컴퓨팅 디바이스로 기대받고 있다.



MS가 진지해지면 경쟁사는 긴장한다


이런 일련의 흐름이 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정체기에 들어선 전통적인 PC 시장에서 얻었던 헤게모니를 바탕으로 당장은 모바일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세계 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패권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하기 위함일 것이다.


물론 MS가 뼛 속부터 바뀐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정책은 그동안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여준 이력을 볼 때 윈도우폰이나 윈도우8/RT 등이 성공적이었다면 결코 나오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그저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으로 인해 달라진 시장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강력한 정책을 택한 것 뿐이며 다시 한번 독점 또는 과점 상태를 이룰 수 있게 된다면 예전과 같은 철저한 유료화와 폐쇄적인 정책 등으로 일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애플이나 구글을 포함한 수많은 경쟁사들은 이런 MS의 변신에 꽤나 골치를 썩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MS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을 뒤집기 위해 요 몇년간 가능한 패를 대부분 다 내놓은 상태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의 위력을 충분히 본 다음에 좀 늦긴 했지만 갖고 있는 자신의 패를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용자 입장에서야 강력한 플레이어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이 반갑지 않을 까닭은 없다. 지금 당장 여름에 나올 윈도우10 업그레이드를 위해 비용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kt 에코노베이션에 기고한 글을 고쳐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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